[AI는 지금] "공장 벗어나 무대로"…AI 로봇, 공연·콘텐츠 시장까지 넘본다

국내서 로봇 공연 SW 개발·동작 데이터 개방…해외선 군집 제어 기술 앞세워 활용처 확대

컴퓨팅입력 :2026/10/29 14:49    수정: 2026/10/29 15:58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이 발전하면서 산업·물류 현장에 집중됐던 로봇의 활용 범위가 공연과 콘텐츠 시장으로 넓어지고 있다. 로봇의 정교한 동작 구현과 다중 로봇 제어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업들이 새로운 서비스 개발과 사업화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로봇을 활용한 공연 시스템 개발과 콘텐츠 사업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단순히 로봇의 움직임을 시연하는 수준을 넘어 서로 다른 로봇을 통합 제어하고 공연 데이터를 외부에 공개하는 등 소프트웨어 중심의 기술 개발도 활발해지고 있다.

객원 드러머로 참여한 듀얼암 로봇 ‘로그(LOG)’의 드럼 연주 장면 (사진=KPR)

종합커뮤니케이션그룹 KPR은 이날 자회사 브라이트벨 크리에이티브 그룹과 함께 로봇 아티스트 '치치앤키키(CHICHI & KIKI)'를 공식 데뷔시켰다. 휴머노이드 '치치'와 4족 보행 로봇 '키키', 듀얼암 로봇 '로그'를 하나의 그룹으로 구성해 음원 3곡과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주목할 부분은 구조와 동작 방식이 다른 로봇 3대를 하나의 공연 시스템으로 통합했다는 점이다. 브라이트벨은 로봇별 관절 구조와 움직임을 고려해 3분 이상 이어지는 공연에서도 균형과 위치를 유지하면서 안무와 장면 전환을 수행하도록 시스템을 설계했다.

이를 위해 ▲음악에 맞춰 드럼 연주 동작을 만드는 '악기 연주 스튜디오' ▲4족 보행 로봇의 움직임을 설계하는 '안무 설계 스튜디오' ▲세 로봇을 동시에 시뮬레이션하는 '통합 스튜디오' ▲공연 시작과 전환·정지를 제어하는 '통합 컨트롤러' 등 4종의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했다.

더불어 공연 과정에서 확보한 로봇 동작 데이터를 외부에 공개하는 점도 특징이다. KPR은 50종의 로봇 동작과 첫 앨범 3곡에 해당하는 약 9분 분량의 공연 데이터를 공식 홈페이지와 깃허브를 통해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원천 동작부터 로봇의 관절 구조에 맞게 변환한 데이터, 강화학습 관련 데이터와 결과물 등이 포함돼 개발자와 연구자들의 기술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갤럭시코퍼레이션 로봇이 지드래곤의 음악에 맞춰 댄스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사진=지디넷코리아)

국내에서 로봇 공연 사업을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갤럭시코퍼레이션은 지난 8월 서울 강동구에 로봇 복합문화공간 '갤럭시 로봇파크'를 개관한 데 이어 해외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갤럭시 로봇 아레나 두바이'를 공개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이 K팝과 중동 음악에 맞춰 춤추는 공연을 선보였다. 향후 홍콩과 도쿄, 싱가포르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동시에 내년에는 로봇 아이돌 출시와 월드투어도 추진할 계획이다.

갤럭시코퍼레이션은 다양한 제조사의 로봇을 통합 운영하기 위한 로봇 운영체제(OS) '소울웨어(Soulware)'도 개발하고 있다. 로봇의 움직임과 캐릭터,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결합해 공연을 하나의 서비스로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로봇 하드웨어 중심의 사업에서 콘텐츠와 운영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려는 전략이다.

110대의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이 아이돌 뺨치는 완벽한 칼군무 공연을 펼쳤다. (영상=엑스 @ErenChenAI)

해외에선 대규모 로봇을 동시에 제어하는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중국 로봇 기업 애지봇(AgiBot)은 지난 24일 산둥성 지난시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110대가 동시에 춤추는 공연을 선보이며 기네스 세계기록을 세웠다. 로봇들은 음악에 맞춰 점프하고 대형을 바꾸는 등 복잡한 군집 동작을 구현했다.

공연에는 자체 개발한 군집 제어 플랫폼 '링크봇츠(LinkBots)'가 활용됐다. 초광대역(UWB) 위치 측정 기술로 로봇들의 상대적 위치를 파악하고 5G와 와이파이 통신을 통해 동작과 이동 경로를 조율하는 방식이다. 공연에 투입된 로봇들이 특별 제작된 시제품이 아닌 표준 생산 모델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받았다.

이처럼 공연과 콘텐츠 분야가 로봇의 새로운 활용처로 떠오르면서 제어 소프트웨어와 운영 기술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여러 로봇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조율하는 기술은 전시와 안내, 교육 등 다양한 서비스 분야에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서로 다른 제조사와 형태의 로봇을 통합 관리하는 기술이 확보되면 로봇의 도입과 운영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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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로봇 공연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실제 산업 환경에서 요구되는 안전성과 장시간 운영 안정성, 유지보수 비용 등을 추가로 검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공연을 통해 확보한 로봇 제어 기술과 동작 데이터를 다양한 서비스 분야에 적용하려는 시도도 확대될 전망이다.

최용호 갤럭시코퍼레이션 대표는 "로봇의 미래는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며 "로봇이 공장에서 일하는 시대를 넘어 인간과 함께 웃고 춤추고 감동을 나누는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