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힘입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올해 1조 5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지만, 생산능력 확충에 따른 공급 경쟁과 투자 수익성 확보가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 패키징 등 차세대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미중 기술 패권 경쟁까지 겹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삼정KPMG가 발간한 'AI 시대 반도체 산업이 직면한 6대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89.9% 증가한 1조 511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반도체 수출도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 확대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1924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62.6% 늘었다.
다만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맞춰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생산설비를 늘리고 있어 향후 수급 변화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규모 설비투자가 실제 수요와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투자 시점과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삼정KPMG는 반도체 산업의 주요 변화로 ▲AI 반도체 경쟁 심화 ▲전력 반도체 중요성 확대 ▲파운드리 기술 고도화 ▲미국 내 생산거점 확대 ▲중국 반도체 산업 부상 ▲반도체 투자 및 인수·합병(M&A) 활성화 등 6가지를 꼽았다.
우선 AI 반도체 분야에서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HBM 수요가 늘면서 메모리와 프로세서를 결합하는 기술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3D 적층과 하이브리드 본딩 등 첨단 패키징 기술이 반도체 성능과 전력 효율을 높이는 핵심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개별 반도체 성능 개선을 넘어 메모리·프로세서·패키징을 통합한 솔루션 개발과 수율 확보가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 증가도 새로운 시장 기회로 제시됐다.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까지 확대되면서 고온·고전압 환경에서 전력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실리콘카바이드(SiC)와 질화갈륨(GaN) 기반 전력 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삼정KPMG는 수요처별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와 차세대 전력 반도체 기술 투자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TSMC의 주도권이 이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인텔 등이 초미세 공정과 첨단 패키징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AI 반도체의 고성능·저전력 요구가 높아지면서 공정 미세화뿐 아니라 안정적인 양산과 글로벌 팹리스 고객 확보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됐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도 국내 기업들이 대응해야 할 과제로 거론됐다. 미국이 세제 혜택과 관세 정책을 앞세워 자국 내 생산을 유도하면서 반도체 기업들의 현지 투자가 제조시설에서 패키징·테스트·연구개발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 기회가 커지는 동시에 현지 생산비용과 인력·전력 확보 부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중국 기업들의 기술 추격 역시 변수로 꼽혔다. 중국은 정부 지원과 자국산 반도체 사용 확대를 바탕으로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화웨이의 AI 반도체 개발과 CXMT의 메모리 공급 확대가 대표적이다. 삼정KPMG는 국내 기업들이 고성능 메모리와 첨단 공정의 기술 우위를 유지하면서 중국의 양산 경쟁력과 미국의 수출통제 영향을 점검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 딥엑스, 강릉 ITS 세계총회서 교통 CCTV AI 전환 기술 전시2026.10.22
- '구글 이탈' 맞선 역발상…브로드컴이 '종합 플랫폼' 택한 이유2026.06.09
- [기고] 韓 반도체 슈퍼사이클, AI 생태계로 이어야 산다2026.06.05
- "AI 학습도 자체 칩으로” 메타, 반도체 기술 자립 속도 낸다2026.03.05
투자 전략에서도 외형 확대보다 수익성과 핵심 기술 확보에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AI 컴퓨팅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투자는 지속되고 있지만, 투자 회수 지연과 자금조달 부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실제 고객 수요와 설비 가동률, 현금흐름을 고려해 투자 계획을 수립하고 공동개발과 지분투자, M&A를 통해 필요한 기술과 공급망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인혜 삼정KPMG 테크산업리더 부대표는 "AI 시대에는 고성능·저전력 반도체를 구현하기 위해 메모리·프로세서·첨단 패키징을 연계한 통합 솔루션 개발과 기업 간 공동개발 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며 "국내 기업은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고객 수요와 투자 회수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해 생산능력을 확충하고, 전략적 투자와 M&A를 통해 차세대 기술과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