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위 국감, 유홍준 관장 사과에도 사퇴 요구 빗발쳐

유홍준 "개인 소장품 밝히지 못한 중대한 불찰…사적 이익 의도 없어"

유통/생활/문화입력 :2026/10/19 14:05

친일파 박중양의 글씨를 애국지사의 작품으로 잘못 전시한 논란과 관련해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식 사과했지만 야당 의원들의 사퇴 요구가 잇따랐다. 국민의힘 조은희·김석기 의원은 국립중앙박물관의 공신력을 훼손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압박했다.

유 관장은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업무보고에 앞서 "국민 여러분께서 국립중앙박물관에 보내주신 깊은 신뢰와 박물관 직원들의 노력으로 쌓아 올린 가치가 저의 중대한 불찰로 한순간에 무너졌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철저하지 못한 고증으로 친일파의 글씨가 애국지사의 유묵으로 잘못 전시돼 국민과 역사 앞에 큰 심려를 끼쳤다"며 "고증 오류로 독립운동의 명예를 훼손하고 유족들에게 깊은 상처를 드린 점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머리숙여 사죄하고 있다

그러나 조 의원은 유 관장의 사과 직후 업무보고가 시작되자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이는데 사퇴하셔야 한다"며 "사퇴해야 하는 사람의 업무보고를 받을 수 없다. 중단시켜 달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조 의원이 문제 삼은 것은 단순한 작품 고증 오류를 넘어 전시품 선정 과정에서 관장의 영향력이 행사되고 검증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조 의원이 이날 국립중앙박물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3일 확정된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최초 출품작 목록에는 논란이 된 유묵 '일반시국은'이 포함되지 않았다.

해당 작품은 5월 8일 유 관장이 직접 추천하면서 전시 논의가 시작됐다. 박물관은 추천 11일 만인 5월 19일 출품동의서와 인수인계서를 작성했고, 같은 달 22일 관장 보고를 거쳐 전시 위치까지 최종 확정했다.

조 의원은 "관장 추천 한마디에 최초 기획안에도 없던 개인 소장품이 추가되고, 충분한 진위 검증이나 이해충돌 검토도 없이 전시됐다는 것은 박물관 전체의 공신력을 흔드는 심각한 문제"라며 "셀프 전시 논란의 경위와 책임 소재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도 유 관장의 책임론에 가세했다. 김 의원은 "친일파의 작품을 애국지사의 것으로 전시했다가 외부의 지적으로 철거하는 일이 벌어졌다"며 "국립중앙박물관 80년 역사에 씻기 어려운 오점을 남겼다"고 비판했다.

특히 과거 유 관장이 문화재청장으로 재직하던 2008년 숭례문 화재 당시 사직서를 제출했던 사례를 거론하며 이번에도 책임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당시에는 화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었지만 관리 책임자로서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았느냐"며 "이번에는 본인의 소장품을 직접 추천했고, 그 작품이 잘못 전시돼 외부 제보로 철거되는 일이 벌어진 만큼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유 관장은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서 작품을 추천한 배경과 개인 소장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최 의원이 지난 8월과 9월 박물관의 사과 당시 소장자가 본인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은 이유를 묻자 유 관장은 "미술사가로서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데 주저했다"며 "그것이 저의 큰 잘못이었다"고 인정했다.

다만 전시를 통해 사적 이익을 얻으려 했다는 의혹에는 선을 그었다. 유 관장은 "전시 기획에서 그 작품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기꺼이 출품한 것"이라며 "전시가 끝나면 원래 계획했던 기관에 기증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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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기관장으로서 이것이 맞는지 섬세하게 따지지 못한 것은 큰 불찰이지만 제 속마음에는 순수한 호의가 있었다"고 부연했다. 해당 유묵은 당초 부여문화원에 기증할 예정이었다는 설명이다.

최 의원은 "사실을 인정하고 바로잡을 기회가 두 차례 있었는데 그때 밝히지 않아 사태가 더 커진 것 같다"며 초기 대응의 문제점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