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친일파 유묵 주인, 유홍준 관장"

정연욱 의원 "셀프 추천·셀프 감정·셀프 전시" 경위 공개 촉구

유통/생활/문화입력 :2026/10/15 11:40    수정: 2026/10/15 12:33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에 애국지사의 글씨로 소개됐다가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작품으로 밝혀진 유묵 '일반시국은'이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의 개인 소장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이 국립중앙박물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물관은 일반시국은의 전시 경위에 대해 "관장 추천을 받아 절차에 따라 해당 작품을 차용했다"며 "작품의 소장자는 유홍준 관장"이라고 밝혔다.

문제가 된 작품은 지난 7월 1일 개막한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에 출품됐다. 박물관은 임진왜란 당시 의병을 일으킨 영규대사의 '한 그릇의 밥도 다 나라가 은혜다'라는 문구를 소개하기 위해 해당 유묵을 전시했다. 당시 작품은 독립운동가인 박원근 지사(1912~1950)가 쓴 것으로 소개됐다.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 사진=지디넷코리아

그러나 지난 8월 10일 작품에 서명된 박원근이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1874~1959)의 또 다른 이름일 가능성이 있다는 제보가 접수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박물관은 당일 관람시간 종료 후 작품을 철수하고 전문가 검증에 착수했다.

이후 서예·근현대사·고문헌·보존과학 분야 전문가 7명이 필적과 낙관, 인물 이력 등을 조사한 결과 해당 작품은 애국지사 박원근이 아닌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의 글씨로 결론 났다. 박물관은 지난 9월 7일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유족과 국민에게 사과했다.

이번 국회 제출 자료에서는 작품의 소장자와 전시 추천 경위가 추가로 확인됐다. 박물관은 최초 전시 당시 작품 말미에 적힌 韓人 朴源根(한인 박원근)이라는 서명과 소장자의 전언 등을 종합해 애국지사 박원근의 작품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비교할 수 있는 박원근 지사의 유품이 전무한 상황에서도 소장자의 설명을 진위 판단 근거로 활용한 것이다.

정 의원실에 따르면 박물관 관계자는 유 관장이 해당 작품을 박원근 지사의 작품이라며 추천했고, 관장의 추천이라는 이유로 진품 검증이 간소화된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물관 역시 제출 자료에서 "해당 작품은 내부 검토를 거쳐 결정했으나 필체, 인물의 이력 등 분야별 전문가의 교차 검증이 충분치 못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박물관은 특별전시의 출품작이 학예 실무진과 부서 책임자, 관장 및 내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여러 차례의 회의와 자문을 통해 결정된다며 특정 작품의 최초 제안자를 단일하게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시품의 최종 검토와 확정은 실무자·부장·실장·관장으로 이어지는 내부 보고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돼 있던 '일반시국은' 유묵. 사진=국립중앙박물관

박물관은 이번 특별전 역시 10차례의 전문가 콜로키움과 20명 이상의 내외부 전문가 자문을 거쳤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검토 절차에도 작품의 실제 필자를 가려내지 못하면서 전시품 검증 체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유 관장이 작품의 소장자라는 사실을 뒤늦게 공개한 점도 논란이다. 박물관은 지난 8월 작품을 철수하고 9월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도 소장자의 신원을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박물관은 개인정보보호법과 국제박물관협회(ICOM)의 표준 윤리강령에 따라 소장자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으며, 국회의 관련 질의가 이어지자 소장자 동의를 얻어 유 관장의 소장품이라는 사실을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박물관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개인 소장품의 검증 절차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존에 공개된 적 없는 개인 소장품에 대해서는 사전 검증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도록 별도 절차를 마련하고, 근현대 분야 전문가 인력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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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의원은 "자기 소장품을 직접 추천하고, 자기 말을 감정 근거로 삼게 해 자기 박물관에 걸었다"며 "검증이 무력화된 건 역량 부족이 아니라 관장의 작품이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가 터지자 '박물관의 실수'라며 소장 사실은 끝까지 숨겼다"며 "유 관장은 작품 구입 경위와 차용 과정을 낱낱이 공개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