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꿀벌 침은 ‘자율 작동 마이크로 펌프’…100년 만에 풀어낸 비밀

호주 연구진, 정교한 꿀벌의 이중 피스톤 원리 밝혀

과학입력 :2026/10/16 16:59

꿀벌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침이 자연계에서 가장 정교하게 설계된 독 전달 시스템 중 하나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학매체 사이언스얼랏 등 외신은 호주 맥쿼리대학교와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연구진이 꿀벌의 독침 작동 메커니즘을 규명한 연구 결과를 최근 보도했다. 해당 논문은 국제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됐다.

벌 침이 피부와 같은 젤 속으로 박혀 있는 모습 (사진=호주 맥쿼리대 피오렐라 라미레스-에스키벨CC BY-NC-ND 4.0)

꿀벌이 밸브 형태 펌프 방식을 이용해 독을 주입한다는 사실은 100년 넘게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실제 작동 모습이 영상에 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를 이끈 맥쿼리대의 곤충학자 피오렐라 라미레스-에스키벨은 "꿀벌 침의 독주머니 내용물이 밸브라 불리는 작은 펌프 장치가 있는 방으로 배출된다는 사실은 1910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정확히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는 지금까지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벌의 침 구조 모습 (사진=호주 맥쿼리대 피오렐라 라미레스-에스키벨, PINAS, 2026)

연구진은 꿀벌 침이 인체 조직을 모방한 투명 젤을 뚫고 들어가는 순간을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했다. 여기에 고해상도 마이크로 컴퓨터 단층촬영(CT) 이미지를 결합해 벌침의 복잡한 내부 구조를 3차원으로 재구성하는 데 성공했다.

분석 결과, 꿀벌의 침은 벌의 몸에서 분리된 후에도 자체적으로 계속해서 독을 주입할 수 있는 '독특한 이중 피스톤 마이크로 펌프' 구조를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영상=사이언스얼랏 유튜브

꿀벌이 대상을 쏘고 떠나면 침은 피부에 고정되는데, 이후 침에 달린 두 개의 날카로운 가시(lancet)가 번갈아 작동한다. 이 가시들이 상하로 교차 운동을 하며 피부 더 깊숙이 침을 박아 넣는 동시에 독을 펌핑한다.

침 밑부분의 두꺼운 방에 위치한 유연한 밸브 두 개는 이 가시들과 각각 연결돼 있다. 밸브가 팽창하면서 연결된 가시를 아래로 밀어내고, 수축하면서 뒤로 끌어당기는 과정이 교대로 반복된다. 특히 두 밸브가 중간에서 만날 때 접이식 피스톤처럼 모양을 바꾸며 서로를 지나치는데, 이 밀봉 상태를 유지하는 기하학적 구조 덕분에 역류 없이 독액을 연속적으로 밀어 넣을 수 있다.

연구진은 "압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면 밀봉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인데, 꿀벌의 밸브 구조는 반대 방향으로 번갈아 펌핑함으로써 독을 지속적으로 주입할 수 있게 만드는 매우 탁월한 전략"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이중 피스톤 펌프 구조는 일벌 꿀벌에게서만 발견되는 독특한 특징이다. 다른 벌목 곤충들은 소화기관이 음식물을 이동시키듯 독의 통로 주변을 파도 치듯 수축시켜 독을 밀어내는 방식을 사용한다.

관련기사

반면 꿀벌의 침은 인간이 만든 의료용 주사기와 같은 인공 장치와 더 유사하다. 하지만 하나의 피스톤만 사용하는 일반 주사기와 달리, 꿀벌의 침은 이중 피스톤 방식을 적용해 소형화된 형태에서도 끊임없이 액체를 주입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번에 밝혀낸 꿀벌 침의 이중 피스톤 원리가 향후 약물 전달용 신형 마이크로 펌프 등 정밀 의료 기기를 개발하는 데 중요한 영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