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이십서~"...바다거북 '럭키', 7년 만에 가족 찾아 귀향

아쿠아플라넷 제주, 7년간 치료·재활 마친 멸종위기 붉은바다거북 자연 방류

유통/생활/문화입력 :2026/10/15 15:51    수정: 2026/10/15 16:33

"잘 이십서."(잘 계세요라는 뜻의 제주 방언)

2019년 늦여름, 그물에 온몸이 엉킨 채 제주 해변으로 밀려왔던 바다거북 한 마리가 7년 만에 다시 고향 바다의 품으로 돌아갔다. 생사의 갈림길을 묵묵히 건너온 붉은바다거북 ‘럭키’의 이야기다.

아쿠아플라넷 제주는 15일 오전 11시,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광치기 해변에서 7년간의 치료와 재활을 무사히 마친 럭키를 자연으로 방류했다. 럭키가 다시 물살을 가르게 된 광치기 해변은 7년 전 녀석이 처음 구조됐던 해안가 바로 인근이다.

럭키와 아쿠아플라넷 제주의 인연은 2019년 8월 27일 시작됐다. 당시 해안가 그물에 걸려 발견된 럭키의 상태는 참혹했다. 왼쪽 어깨뼈(상완골)가 밖으로 드러나 있었고, 오른쪽 어깨 근육과 식도마저 심각하게 손상돼 당장 생명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해양경찰의 긴급 구조 요청을 받고 출동한 아쿠아플라넷 제주 구조팀의 손에 넘겨지며 기적 같은 치료의 여정이 시작됐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기적처럼 살아남았다는 뜻으로 ‘럭키’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름에 담긴 희망처럼 럭키는 길고 어두운 터널을 꿋꿋이 지나왔다. 파열된 혈관을 잇는 응급 수술을 시작으로, 찢겨 나간 식도를 봉합하고 썩어 들어간 어깨 괴사 조직과 염증을 긁어내는 대수술만 총 일곱 차례 이어졌다. 수시로 덧나는 염증과 상처 재발로 수많은 고비가 찾아왔지만, 치료진은 정기적인 소독과 음압치료, 엑소좀 냉각치료를 쉼 없이 병행하며 끈질기게 럭키의 곁을 지켰다.

포기하지 않은 7년의 시간 끝에 럭키는 지난 2월, 일곱 번째 마지막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드러났던 뼈 위로 새살이 돋고 부상이 완전히 아물면서, 지난 9월 29일 국립해양생물자원관으로부터 최종 방류 적합 판정을 받았다.

제주 한담해변 인근에서 구조된 붉은 바다거북 한담이가 건강을 되찾고 아쿠아플라넷 제주에서 유영하고 있다

치료가 끝난 뒤에는 바다로 돌아가기 위한 또 다른 인내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 시간 사람의 보살핌을 받았던 럭키가 거친 야생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사람과의 접촉과 먹이 공급 신호를 점차 줄여나갔다. 깊은 물에서의 유영과 잠수 능력, 주변 해양 생물과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하는지 살피며 온전한 야생동물로서의 감각을 되찾아주었다.

이날 방류 현장에서도 치료진은 럭키를 바닷물 속에 직접 들어 옮기지 않았다. 녀석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스스로 바다를 인지할 수 있도록 모래사장에 가만히 내려놓았다. 럭키는 7년간 굳어졌던 지느러미로 단단히 모래를 짚고, 제 힘으로 밀려오는 파도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갔다.

럭키 구조 당시 사진

김기문 아쿠아플라넷 제주 관장은 “럭키의 귀환은 한 생명을 살려낸 결실을 넘어 해양 보호의 가치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해양동물 전문구조·치료기관으로서 구조와 치료는 물론, 건강한 해양 생태계를 지키는 데 책임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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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바다거북은 국내 연안에서 자연 번식이 확인된 유일한 바다거북으로, 학술적·생태적 보전 가치가 매우 높은 토종 해양생물이다. 현재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 부속서 I에 등재된 최고 등급 국제 보호종이자 해양수산부 지정 해양보호생물로 엄격히 보호받고 있다.

럭키가 바다로 돌아가고 있다

아쿠아플라넷은 제주를 비롯해 여수, 일산, 광교 등 4개 지점 모두 해양수산부 지정 ‘해양동물전문구조치료기관’ 및 ‘서식지외보전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2012년부터 바다거북과 돌고래 등 11종 50여 개체의 해양동물을 구조·치료해 왔다. 특히 아쿠아플라넷 여수는 바다거북 인공 번식에 성공하며 지난 10년간 약 300마리의 바다거북을 바다로 돌려보냈으며, 지난 7월에는 강릉 안목 해변 인근에서 선박 충돌로 다친 남방큰돌고래 ‘안목이’의 구조에도 힘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