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뇌세포, 쥐 뇌에 이식 성공...윤리 문제는?

"손상된 기억력 회복시키고 발걸음 조절...지능 높아지거나 자의식 관찰 안 돼"

과학입력 :2026/09/20 09:56    수정: 2026/09/20 10:03

배양접시 위에서만 자라던 '인간 미니 뇌'가 살아있는 쥐의 뇌와 역대 가장 깊숙이 연결됐다. 쥐 대뇌피질의 90% 이상을 인간 줄기세포로 만든 뇌 조직으로 대체한 결과, 이 조직이 실제 쥐의 척수까지 신경 섬유를 뻗어 손상된 기억력을 회복시키고 발걸음까지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 단, 사람처럼 지능이 높아지거나 자의식이 생기지는 않았다.

스탠퍼드 대학교 신경과학자 세르지우 파슈카 교수 연구팀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대뇌피질 대부분이 발달하지 않은 쥐에게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iPS)로 만든 '대뇌피질 오르가노이드'를 이식한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줄기세포를 3차원으로 배양한 '뇌 오르가노이드(미니 뇌)'를 활용해 인간의 뇌 발달과 난치성 뇌 질환을 연구해 왔다. 뇌 오르가노이드란 줄기세포를 3차원(3D)으로 배양해 실제 인간 뇌의 구조와 기능 일부를 재현한 미니어처 뇌 모델이다. 

그러나 배양접시 속 미니 뇌는 혈관이 없고 신체를 주고받는 감각 자극이 없어 신경세포가 완전히 성숙하거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를 극복하고자 쥐의 뇌에 오르가노이드를 이식하는 시도가 이어졌지만, 빠르게 자라는 쥐 기존 뇌 조직에 밀려 인간 세포가 자랄 공간과 신경망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세르지우 파슈카 교수는 루마니아 출신의 신경과학자로,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인간 뇌 조직을 배양하고 이를 활용해 신경정신 질환의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있다. (사진=vilcek.org)

연구팀은 이 '공간 및 신경망 경쟁'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발상을 적용했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뇌 바깥쪽 껍질인 신피질과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형성을 초기 단계부터 억제한 '특수 쥐'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 쥐들은 일반 쥐보다 뇌 용량이 50%나 작았지만, 성체까지 무사히 자라났다.

연구진은 생후 얼마 되지 않은 특수 쥐의 뇌에 인간 뇌 오르가노이드를 마리당 4개씩 이식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86.2%라는 높은 이식 성공률을 보였으며, 인간 뇌 조직은 이식 2~3개월 만에 부피가 4.7배나 급성장했다. 이식 3개월 차에 이르자 쥐의 대뇌피질 영역 전체 부피 중 무려 91.9%를 인간 유래 뇌 조직이 차지하게 되었다.

단순히 덩치만 커진 것이 아니었다. 인간 뇌 세포들은 쥐의 뇌 깊은 곳을 지나 몸통을 지배하는 척수까지 길게 신경 섬유를 뻗어나갔다. 역대 이식 연구 중 가장 광범위하고 깊은 수준의 신경망 결합이다. 반대로 쥐의 감각 정보 전달 부위(시상)에서 인간 뇌 조직으로 향하는 신경 회로 역시 촘촘히 연결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배양접시에서는 좀처럼 만들어지지 않던 '폰 이코노모 뉴런(Von Economo Neuron)'이 다수 발견됐다. 이 세균 모양의 길쭉한 신경세포는 인간의 사회적 지능 및 전두측두형 치매와 밀접하게 연관된 희귀 세포로, 향후 난치성 치매의 원인 규명과 약물 투여 테스트에 중요한 단서가 될 전망이다.

기능적 회복도 확인됐다. 공간 기억력을 측정하는 'Y자형 미로 실험'에서, 대뇌피질이 결여된 채 이식을 받지 못한 쥐들은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했다. 반면 인간 뇌 조직을 이식받은 쥐들은 정상 쥐와 유사한 수준으로 방금 탐색한 장소를 기억해 냈다.

또한 출생 직후 산소 부족으로 발생하는 뇌성마비 모델 연구를 위해 이식받은 쥐를 저산소 환경에 노출하자, 인간 뇌 세포가 산소 결핍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키며 쥐의 걸음걸이가 변했다. 몸을 지탱하기 위해 지면에 3~4개 다리를 동시에 붙이고 걷는 등 물리적 협조 운동에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이는 인간 뇌 세포의 손상과 반응을 동물의 '실제 행동'으로 직접 연결해 관찰할 수 있음을 입증한 세계 최초의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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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인간의 뇌를 가진 생쥐'에 대한 윤리적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연구팀과 네이처 측은 "이번 연구가 독립적인 생명윤리위원회의 엄격한 감독하에 진행됐으며, 이식을 받은 쥐가 사람처럼 지능이 높아지거나 인간 특유의 자의식을 갖게 된 정황은 전혀 관찰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세르지우 파슈카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체 내부와 유사한 환경에서 인간 뇌 조직이 어떻게 성숙하고 회로를 형성하는지 보여주는 결정적 모델"이라면서 "향후 자폐증, 조현병, 뇌성마비 등 기존 동물실험으로는 한계가 명확했던 인간 고유의 뇌 질환을 치료할 새로운 길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