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생긴 통증이나 불쾌감을 잊으려 딴청을 피우기보다, 오히려 그 감각에 가만히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이 몸속 염증을 빠르게 가라앉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이언스얼럿·기가진 등 외신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염증은 바이러스 감염이나 상처에 대응하는 생체 방어 반응이다. 환부의 혈관이 확장되면서 부어오르고 붉어지며 후끈거리는 작열감이나 통증이 동반된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주의를 딴 데로 돌리면 주관적인 통증이나 불쾌감이 경감된다는 점에 주목해 왔다. 하지만 주의를 돌리는 행위가 실제 인체의 생물학적 면역 반응 자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이스라엘 바르일란 대학교(Bar-Ilan University)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 휴먼 비해비어(Nature Human Behaviour)'를 통해 자발적 주의 집중이 알레르기성 급성 염증 반응을 직접 조절할 수 있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건강한 성인 57명을 대상으로 히스타민액을 이용한 '피부 프릭 테스트(Skin Prick Test)'를 진행했다. 피험자들에게 두 차례 테스트를 실시하면서, 한 번은 염증이 일어난 피부 부위의 감각에 깊이 집중하도록 했고, 다른 한 번은 동영상을 시청하게 하는 등 주의를 딴 곳으로 돌리게 했다.
실험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주의를 딴 데로 돌렸을 때는 예상대로 통증과 불쾌감은 줄어들었지만, 실제 피부에서 일어나는 물리적 염증 반응은 환부에 집중했을 때 훨씬 잘 제어됐다. 피험자의 약 90%는 딴청을 피웠을 때 환부의 붓기와 붉은 기(발적)가 집중했을 때보다 평균 1.5~1.6배 더 크게 부풀어 올랐다.
염증이 가라앉는 속도에서도 뚜렷한 차이가 났다. 테스트 시작 20분 후, 환부에 집중한 조건에서는 피험자의 약 90%가 부기가 안정되거나 줄어든 반면, 주의를 딴 곳으로 돌린 조건에서는 절반 이하인 46%만이 부기가 감소했다.
연구팀은 환부 마비 실험 및 자율신경계 모니터링을 통해 이 같은 현상의 메커니즘을 추적했다. 피험자들의 심박수나 피부 전도도 등은 차이가 없었으나, '심박 변동성(HRV)'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관찰됐다. 심박 변동성은 염증 억제 조절에 관여하는 미주신경계(Vagus Nerve system)의 활성도를 나타내는 간접 지표다.
연구진은 환부의 감각에 집중함으로써 뇌로 전달되는 신호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미주신경계가 활성화돼 면역 반응의 과도한 폭주를 억제하고 회복을 촉진한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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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그동안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으로 일어난다고 여겨졌던 자율 신경 및 면역 반응이 인간의 '자발적인 주의 배분'에 의해 직접 조절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미가 크다고 외신은 전했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실험은 57명이라는 소규모 피험자를 대상으로 급성 알레르기 반응을 관찰한 것"이라며 "만성 염증이나 자가면역질환, 감염병 등에서도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후속 연구를 통해 검증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