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특허 연구하는 사람은 많은데, 싸워본 사람은 없다

"출범 15년 국가지재위, 전문성 포트폴리오 보완해야"

전문가 칼럼입력 :2026/10/02 13:17    수정: 2026/10/02 13:18

박병욱 동국대 겸임교수

국가지식재산위원회가 출범한지 15년이 흘렀다. 그 사이 우리나라 지식재산(IP) 환경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특허는 더 이상 연구개발(R&D) 성과를 지키는 방패에 머물지 않는다.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인공지능(AI), 방산 등 전략 산업에서 특허와 영업비밀은 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자산이다. 핵심기술 유출방지는 국가안보 영역이 됐다. 글로벌 기업 사이 특허소송과 라이선스가 기업 생존과 수익성을 좌우하고, 표준특허는 통상과 산업정책 수단으로 쓰인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상도 달라졌다. 특허청이 국무총리 소속 지식재산처로 승격한 것에 맞춰, 위원회도 올해 국무총리 소속으로 전환되며 총괄·조정 기능 강화가 과제로 떠올랐다. 위원회는 지식재산기본법에 따라 국가지식재산기본계획과 시행계획을 심의하고, 추진 상황을 점검·평가하며, 관련 재원 배분 방향까지 다룬다. 법이 부여한 기능만 봐도 전문가 자문단이라기보다 범정부 정책조정기구, 말 그대로 국가 IP 컨트롤타워에 가깝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 구성 (자료=국가지식재산위원회)

"국가지재위 민간위원 19명 중 교수가 37%"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지금 국가지식재산위원회는 위상에 걸맞은 인적 구성을 갖추고 있는지 물을 때가 됐다. 

컨트롤타워에 있는 이들에게는 학술 깊이만으로는 부족한 전문성이 요구된다. R&D와 산업정책, 기술보호와 특허제도, 기술 사업화와 통상, 투자와 기업경영, 국가안보를 IP라는 하나의 가치사슬로 꿰어야 한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 홈페이지에 게시된 민간위원 19명을 소속과 직함으로 분류하면 교수가 7명으로 37%다. 전공은 컴퓨터공학, 신소재공학, 융합전자공학, 정보시스템, 전기정보공학, 경영학, 법학 등 다양하다. 이밖에 변호사 4명, 산업계 인사 4명, 연구기관 인사 3명 등이 참여하고 있다. 

산업계 몫에는 LG에너지솔루션 특허그룹을 이끄는 임원도 포함됐다. 대기업 IP 조직을 책임지는 인사가 본 위원회에 포함됐다는 점은 분명 의미 있다. 

박병욱 겸임교수

교수 비중이 높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AI와 반도체, 소재, 바이오 같은 첨단 분야 전문성을 정책에 담으려면 해당 분야를 깊이 연구한 학자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법학과 경제학, 경영학 연구 역시 제도 발전 토대가 된다. 

문제는 균형이다. 컨트롤타워라는 조직 성격에 비춰 볼 때 산업 현장 경험이 충분히 대표되는지 의문이다. 본 위원회에 대기업 IP 책임자가 1명 있다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보긴 어렵다. 이재명 정부가 실용을 앞세우며 과기부 장관, 중기부 장관 등 내각 주요 인사에 기업 출신을 과감히 앉혔다. 정부 기조와도 정합적이지 않다.

IP는 연구실에서 만드는 순간 완성되지 않는다. 기술이 사업이 되고 시장에서 힘을 가지려면 수많은 결정이 뒤따른다. 무엇을 특허로 보호하고 어느 나라에 출원할지, 경쟁사 특허를 어떻게 분석하고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할지 정해야 한다.

무엇을 라이선스하고 경쟁사 공격에는 어떻게 맞설지도 결정해야 한다. 막대한 비용과 소송 위험을 감수하면서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판단은 대부분 기업 현장에서 이뤄진다. 국가 IP 정책을 제대로 설계하려면 IP를 연구해 온 사람뿐 아니라, IP를 실제 경쟁 무기로 써본 사람들의 경험이 충분한 비중을 차지해야 한다. 

"국가지재위 내 특허분쟁 경험자 비중 키워야"

이 문제는 전문위원회에서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위원회에는 전략기획, 진흥성장, 보호·집행, 활용·사업화 등 전문위원회가 4개 있다. 이들이 분야별 현안을 검토해 본 위원회 결정에 필요한 의견을 낸다. 

전략기획전문위원회를 보면 위원 15명 가운데 교수 직함을 가진 사람이 7명이다. 초빙교수와 연구교수를 제외한 전임교수만 세어도 5명이다. 반면 일반기업 인사는 명시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변리사와 변호사, 공공기관과 금융기관 인사가 참여하고 있으니 현장 실무와 완전히 동떨어진 구성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가지식재산의 장기 전략을 논의하는 가장 중요한 자리에 기업 IP 전략을 직접 책임져 본 사람이 1명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히 짚어야 한다.

반면 보호·집행전문위원회는 상대적으로 균형이 잡혀 있다. 교수와 변호사, 변리사가 참여하고, 제조사 대표와 글로벌 게임사 사내법무책임자, 스타트업 대표 등 산업계 인사도 여럿 있다. 권리의 법적 보호와 현장 이해를 함께 담을 수 있는 구조에 가깝다. 

활용·사업화전문위원회에도 교수와 법률 전문가 외에 기업 대표와 벤처투자사 대표, IP 전문기업 인사가 참여하고 있다. LG화학 IP그룹에서 실무를 맡은 위원이 포함된 것도 눈에 띈다. 기업 IP 조직 실무자는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관리하고, R&D와 IP를 어떻게 연결하며, 특허비용과 경쟁사 특허에 어떻게 대응할지 일상에서 다룬다. 대학이나 연구기관, 로펌과 분명히 다른 시각이며, 국가 IP 정책과 전략에 필요한 관점이 아닐 수 없다. 

"'IP 전문가'와 '기업 IP 전문가' 구분해야"

'IP 전문가'와 '기업 IP 전문가'는 구분해야 한다. 제도를 연구하는 학자도, 출원과 분쟁을 수행하는 변리사와 변호사도 모두 필요하다. 

하지만 기업 IP 책임자는 또다른 일을 한다. 매년 수많은 특허 가운데 무엇을 유지하고 포기할지 결정하고, R&D 조직과 함께 포트폴리오를 설계한다. 때로 수백억, 수천억원이 걸린 소송 위험을 평가하고 라이선스 전략을 세운다. 특허전쟁도 수행한다.

이런 경험은 학술 지식으로 쉽게 대체되지 않는다. 지금 구성에서 이런 인물은 본 위원회에 1명, 전문위원회까지 넓혀도 손에 꼽을 정도다.

IP 정책 패러다임 자체도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좋은 특허를 많이 출원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였다. 그러나 특허가 많다고 해서 경쟁력이 저절로 높아지지는 않는다. 관건은 그 특허가 시장에서 어떤 가치를 갖는지, 경쟁사 진입을 얼마나 막는지, 라이선스와 사업화로 어떤 경제 가치를 만들어내는지에 달려 있다.

국가 IP 정책 무게중심도 '특허 창출'에서 'IP 경쟁력'으로 옮겨가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이고, 위원회 인적 구성에도 반영돼야 한다.

이달 초 지명된 계승균 민간위원장이 교수 출신이라는 사실을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지식재산법제에 정통하고 한국지식재산학회장을 맡고 있는 법학자로서 그가 갖춘 학문·법제적 전문성은 분명 강점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위원장 한 사람 이력이 아니라 그 곁에 어떤 사람들이 있느냐다. 학계 출신 위원장이라도 기업 IP 책임자, 특허소송과 라이선스 전문가, 기술사업화와 IP 투자전문가가 충분히 곁에 있다면 학문 깊이와 산업 실행력은 균형을 이룰 수 있다.

산업계 출신 위원장이라도 학계와 법조계 전문성이 빠져 있다면 다른 문제가 생긴다. 결국 이것은 출신 배경 문제가 아니라 위원회의 전문성 포트폴리오 문제다. 

(사진=지식재산처)

"문제는 위원회의 전문성 포트폴리오"

위원회 역할이 제도를 연구하고 정부에 의견을 내는 것에 그친다면 지금 구성도 나름 의미가 있다. 그러나 명실상부한 IP 컨트롤타워가 되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컨트롤타워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국가 전략 우선 순위를 정하는 곳이다. 그 자리에는 정부와 학계 시각뿐 아니라 기업이 시장에서 부딪히는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정부 위원들이 이미 재정, 산업통상, 과학기술, 중소벤처, 문화, 법무, 공정거래, 국가정보, IP 등 정책 각 영역을 대표하고 있다. 그렇다면 민간위원에게는 정부가 갖기 어려운 현장 경험을 더 많이 기대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마침 국회에는 위원회 기능을 '심의·조정'에서 '심의·의결'로 강화하고 위원 정원을 40명에서 50명으로 늘리는 개정안이 발의됐다. 권한이 커지고 자리가 늘면, 그 자리를 어떤 전문성으로 채울지가 곧 위원회 실력을 결정할 것이다.

위촉 기준도 'IP 전문가인가'를 묻는 데 그쳐선 안 된다. 어떤 종류 전문성을 지녔는지 따져야 한다. 학술과 법제, 특허실무, 기업 IP 경영, 글로벌 분쟁, 기술사업화, IP 금융, AI·디지털 IP 경험을 두루 살펴 하나의 포트폴리오로 짜야 한다. 그래야 위원회가 특정 직업군 모임을 넘어 국가 IP 전략을 실제 결정하는 컨트롤타워로 기능할 수 있다.

우리나라 IP 역량은 이미 세계적 수준에 올라 있다. 경쟁 초점은 특허의 양이 아니다. 누가 더 전략적으로 특허를 확보하고, 효과적으로 지키며, 높은 가치로 바꾸느냐에 있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와 AI, 방산과 로봇 분야에서 IP는 기업경쟁력을 넘어 국가 협상력이 됐다.

IP는 더 이상 연구실이나 지식재산처 안에만 있지 않다. 연구개발 현장에, 법정에, 해외 협상 테이블에, 투자자 판단 속에 있다. 그리고 국가안보와 산업정책 한가운데에 있다. 국가지식재산의 최상위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 역시 모든 현실을 담아야 한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가 다음 15년을 준비하는 지금, 필요한 것은 특정 직업군을 배제하거나 특정 출신을 문제 삼는 일이 아니다. 학계 지식과 산업계 경험, 법률 전문성과 기업 실행력, 국가정책 시야와 시장 현실을 한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국가지식재산위원회가 이름에 걸맞은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넘어야 할 첫째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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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박병욱

테스 IP법무팀장과 한국표준협회 산업표준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아이피코드 대표, 동국대 겸임교수, 지식재산처 정책연구 심의위원, 한국발명진흥회 중앙위원, INTA Commercialization of IP 멤버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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