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앞부분 ‘굵게’ 하면 더 빨리 읽을까

UCL 연구진, 성인 90명 시선 추적 실험…시선 위치는 바뀌었지만 읽기 속도·이해도 개선 안 돼

과학입력 :2026/09/28 09:50

단어의 앞부분을 굵게 표시하면 글을 더 빠르게 읽을 수 있다는 이른바 ‘바이오닉 리딩’의 효과를 검증한 결과, 실제 읽기 속도나 이해도를 높이는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굵은 글씨가 독자의 시선을 끄는 효과는 있었지만 더 빠르고 정확한 독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27일(현지시간) 과학 전문매체 피즈닷오알지(Phys.org)에 따르면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진은 단어 일부를 굵게 표시하는 방식이 사람의 눈 움직임과 읽기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했다.

바이오닉 리딩은 단어 앞부분의 일부 글자를 굵게 표시하는 독서 방식이다. 예를 들어 하나의 단어 전체를 같은 굵기로 보여주는 대신 앞부분을 굵게 표시해 독자의 시선을 유도한다.

단어 앞부분을 굵게 표시하는 ‘바이오닉 리딩’이 일반 성인의 읽기 속도나 독해력을 높이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이 방식을 개발한 측은 굵은 글자가 눈을 특정 지점으로 이끌고 뇌가 단어의 나머지 부분을 자동으로 완성하기 때문에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글을 읽을 수 있다고 설명해왔다. 최근에는 온라인 게시물이나 애플리케이션 등에서도 이와 비슷한 형태의 글씨를 쉽게 볼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런 주장이 실제 독서 과정에서도 나타나는지 확인하기 위해 숙련된 성인 독자 9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이 글을 읽는 동안 시선 추적 장치를 이용해 눈이 어느 위치에 머무르는지와 이동 경로 등을 측정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일반적인 글씨로 작성된 문장과 단어 앞부분을 굵게 표시한 문장 등을 읽도록 했다. 또 단어 가운데 부분을 굵게 표시하는 방식도 함께 비교했다.

실험 결과 글자를 굵게 표시하면 사람의 시선이 향하는 위치에는 변화가 나타났다. 특히 긴 단어에서는 굵게 표시된 부분이 독자의 시선을 끌면서 눈이 처음 머무르는 위치가 달라졌다.

하지만 이것이 더 효율적인 독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단어의 앞부분을 굵게 표시하더라도 전체적인 읽기 속도가 빨라지지 않았고, 개별 단어를 처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 역시 줄어들지 않았다. 문장을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했는지를 측정한 결과에서도 뚜렷한 개선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시각적으로 특정 부분을 강조하는 것이 독자의 눈을 움직이는 데는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뇌가 단어를 더 빠르게 처리하도록 만들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과는 사람들이 글을 읽을 때 단순히 글자의 앞부분만 확인하고 나머지를 뇌가 자동으로 채우는 방식으로 단어를 처리한다는 설명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실제 독서 과정에서는 단어 전체의 철자와 문맥 등 여러 정보가 복합적으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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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는 모든 독자에게 적용하기는 어렵다. 이번 실험에는 일반적인 읽기 능력을 갖춘 성인 90명이 참여했다. 따라서 난독증이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가 있는 사람, 어린이 등에게도 바이오닉 리딩이 같은 효과를 보이는지는 이번 연구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연구진은 글자의 일부를 굵게 만드는 방식이 독자의 시선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은 확인됐지만, 일반적인 성인 독자에게 읽기 속도나 독해 능력을 높여준다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