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밀어올린 스마트폰 가격, 신흥국 인터넷 보급 급제동

메모리값 급등에 100달러 이하 저가폰 시장 직격탄

방송/통신입력 :2026/09/19 08:41

AI 인프라 투자 열풍이 스마트폰 가격까지 밀어 올리면서 전 세계 디지털 격차를 확대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자 부품 가격이 치솟고, 가격에 민감한 저가 스마트폰 시장이 직격탄으로 돌아왔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발간한 '2026 모바일 인터넷 연결 현황 보고'에 따르면 메모리 가격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1분기 사이 2배 이상으로 상승했다. 올해 2분기에는 여기서 다시 80~90% 올랐다.

GSMA는 AI 인프라 수요 확대에 따른 메모리 가격 상승이 보급형 스마트폰 제조원가에 반영되면서 저소득·중간소득 국가(LMIC)의 모바일 인터넷 확산을 늦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자신의 기기로 모바일 인터넷을 이용하는 인구는 전 세계 48억명에 달한다. 하지만 신규 이용자 증가 속도는 둔화하고 있다. 2024년 약 1억 9000만명이 새롭게 모바일 인터넷을 사용하기 시작했지만 지난해에는 약 1억 6000만명으로 줄었다.

메모리값 폭등으로 저가 스마트폰 시장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글로벌 디지털 격차가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사진_GSMA

통신망 있는데 못 쓴다…31억명 중 70% 단말 없어

문제는 통신망 구축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이용 격차다.

전 세계 인구의 38%에 해당하는 약 31억명은 모바일 광대역망 서비스 지역에 살면서도 모바일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른바 이용 격차에 놓인 인구 가운데 70%는 자신의 인터넷 접속 기기를 보유하지 않았다. 또 약 6억 5000만명은 다른 사람에게 빌리거나 함께 사용하는 기기로만 모바일 인터넷에 접속한다.

GSMA는 저소득·중간소득 국가에서 모바일 인터넷 보급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으로 단말 가격을 꼽았다. 문해력과 디지털 활용 능력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 저소득·중간소득 국가에서 소득 하위 20%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단말을 구입하려면 월평균 소득의 44%를 써야 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이 비율이 76%까지 치솟았다.

그런 가운데 메모리 가격 급등이 겹치면서 보급형 스마트폰 가격을 낮추기도 더욱 어려워졌다.

GSMA 분석에 따르면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보급형 스마트폰 가격을 30달러까지 낮추면 모바일 광대역망 안에 살면서도 스마트폰을 구입하기 어려웠던 약 16억명이 단말을 구매할 수 있는 가격대에 들어올 것으로 추산됐다. 가격이 20달러까지 떨어지면 대상은 약 22억명으로 늘어난다.

다만, 최근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이 같은 초저가 스마트폰을 공급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다는 게 GSMA의 설명이다.

100달러 이하 스마트폰 시장 붕괴, 출하량 역대 최대 감소 전망

저가 스마트폰 시장의 위축은 이미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전망에도 반영되고 있다.

GSMA는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연간 기준 역대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100달러 미만 스마트폰 시장의 급격한 위축이 전체 출하량 감소를 이끌 것으로 예상했다. 가격에 민감한 신흥국 시장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AI 산업의 성장이 역설적으로 AI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격차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AI 데이터센터가 메모리를 비롯한 부품 수요를 빨아들이면서 스마트폰 가격을 높이고, 인터넷에 처음 접속하려는 저소득층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구조다.

GSMA는 반도체와 메모리 제조업체에 저렴한 부품 공급을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각국 정부와 이동통신사, 스마트폰 제조사에는 중고 단말 재사용을 비롯해 소비자의 기기 구매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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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벡 바드리나트 GSMA 사무총장은 “AI는 전례 없는 규모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사람들이 애초에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보급형 스마트폰의 가격 접근성을 지키지 못한다면 수십억명이 차세대 디지털 서비스에서 배제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