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AIDC)를 비롯한 AI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자본이 필요해지면서 통신사들의 투자 방식도 중요해지고 있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외부자본을 활용하면서 사업 통제권을 유지하고, 그룹이 보유한 역량을 AI 인프라 구축에 활용하는 SK텔레콤의 방식을 주목했다.
특히 AI 컴퓨팅과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투자 규모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SK텔레콤이 SK하이퍼와 SK호라이즌으로 역할을 나누고, 일부 사업에는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들인 점을 눈여겨봤다.
8일 GSMA에 따르면 GSMA 인텔리전스는 최근 팟캐스트 ‘인텔리전스 앤 노이즈’에서 SK텔레콤의 AI 인프라 투자 방식을 주요 주제로 다뤘다.
라디카 굽타 GSMA 인텔리전스 데이터 확보 총괄은 SK텔레콤의 사업구조를 소개하면서 데이터센터의 경제적 규모가 막대하고 필요한 역량과 용량을 갖추려면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SK호라이즌에 외부 투자자가 49% 지분으로 참여하는 구조를 주목할 부분으로 꼽았다.
막대한 투자비에 외부자본…SKT는 경영권 유지
SK텔레콤은 지난 7월 신규 데이터센터 개발을 담당하는 SK하이퍼를 설립했다. SK하이퍼는 신규 데이터센터 부지 확보와 사이트 개발 등을 맡는다.
이후 SK브로드밴드의 분할을 통해 신설법인 SK호라이즌으로 분할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SK브로드밴드는 유선통신과 미디어, 엔터프라이즈 사업에 집중하고 SK호라이즌은 AIDC와 해저케이블 사업을 담당한다. 분할 완료 목표는 2027년 1분기다.
SK하이퍼는 SK텔레콤이 지분 100%를 보유하지만 SK호라이즌에는 외부자본이 들어온다. SK텔레콤이 51%를 보유하고 KKR과 IMM인베스트먼트·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이 나머지 49%에 투자하는 구조다.
팀 해트 GSMA 인텔리전스 리서치컨설팅 총괄은 “SK는 5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해 공식적인 통제권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구축을 지원할 재무적 투자를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외부자본을 활용한 인프라 투자는 통신업계에서 낯선 방식이 아니다. 해트 총괄은 통신사들이 그동안 타워를 별도 사업으로 분리해왔고 해저케이블이나 광섬유, 다크파이버 등에서도 외부 투자자금을 활용해 투자 부담을 낮춰왔다고 설명했다.
AI 인프라도 같은 고민에 직면했다. 대규모 AI 컴퓨팅 용량을 확보하려면 이를 수용할 데이터센터까지 함께 확충해야 하는 만큼 통신사가 모든 투자비를 직접 부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트 총괄은 “AI 컴퓨팅과 이를 구동할 데이터센터를 대규모로 구축하려면 통신사들은 이를 가볍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해야 한다”며 “SK텔레콤이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트래픽 흐르는 파이프에 머물지 않겠다”
GSMA 인텔리전스는 통신사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단순히 인프라를 늘리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고 봤다. AI 시장에서 통신사가 차지할 수 있는 사업 영역과도 연결된다는 분석이다.
굽타 총괄은 “통신사들은 AI 시대에 가치사슬에서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싶어 한다”며 “단순히 데이터 트래픽이 흐르는 파이프로 남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는 통신사가 AI 가치사슬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수단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통신사가 데이터센터를 확보하면 인프라 자체를 수익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AI 추론과 데이터 처리가 이뤄지는 영역까지 사업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소버린 AI 측면에서도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을 짚었다.
굽타 총괄은 “AI 가치사슬의 상당 부분이 인프라 계층에 있다”며 추론과 데이터 처리가 이뤄지는 인프라를 직접 통제하고 관리할 경우 소버린 AI에서도 상당한 통제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GSMA 인텔리전스는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에 투자하는 통신사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데이터센터 사업을 SK텔레콤처럼 별도 구조로 운영할 수 있는지는 사업자별 여건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봤다.
해트 총괄은 통신사의 AI 활용에서 고객관리와 네트워크 자동화 최적화가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데이터센터와 엣지를 활용해 새로운 AI 사업모델을 만들고 기존 자산을 수익화하려는 움직임에도 모멘텀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GPU 넘어 산업별 AI까지…AI 팩토리 수익화
막대한 투자비를 들인 데이터센터에서 어떤 수익을 만들 수 있는지도 논의됐다.
GSMA 인텔리전스는 별도로 진행한 AI 팩토리 연구를 토대로 통신사가 관련 사업을 확대할 경우 현재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최대 5%의 추가 매출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트 총괄은 “컴퓨팅 서비스나 GPU 서비스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며 추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며 “통신사가 포트폴리오에서 제공할 수 있는 산업별 솔루션도 많다”고 설명했다.
AIDC를 확보한 통신사가 컴퓨팅이나 GPU 자원을 공급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AI 추론, 특정 산업에 필요한 풀스택 AI 솔루션까지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AI 인프라 투자비를 분담하는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유럽에서는 정부가 AI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동시에 주요 고객인 앵커 테넌트 역할을 맡는 방식이 추진되고 있다. 해트 총괄은 도이치텔레콤 등을 관련 사례로 들었다.
“SKT 모델, 아무나 따라하기 어렵다”
GSMA 인텔리전스는 SK텔레콤의 투자 방식이 다른 통신사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봤다.
굽타 총괄은 SK텔레콤과 같은 방식을 재현하기 위한 조건으로 투자 유치 능력과 국가 차원의 AI 목표 및 지원,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보유한 역량을 꼽았다.
한국의 AI 투자 환경도 SK텔레콤의 AIDC 사업을 뒷받침하는 요소로 평가했다. 한국은 2030년 세계 3대 AI 강국 진입을 목표로 AI G3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해트 총괄은 “한국은 글로벌 AI 경쟁에서 큰 플레이어”라며 미국과 중국이 AI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한국도 국가 차원에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부터 통신사까지 참여하는 국가적인 움직임이라는 설명이다.
굽타 총괄은 SK텔레콤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는 점도 짚었다. 메타버스 사업과 글로벌 통신사들과 추진한 통신 특화 AI 협력 등을 사례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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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이 보유한 전력과 건설, 반도체, 컴퓨팅, 네트워크 역량도 AIDC 사업의 기반으로 거론됐다. 굽타 총괄은 SK하이퍼와 SK호라이즌을 통해 부지와 전력 확보부터 데이터센터 건설까지 필요한 과정을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그는 다른 통신사가 SK텔레콤과 같은 방식의 적용 가능성에 대해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능력, 국가 차원의 AI 목표와 지원, 자체적으로 보유한 역량”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