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만만히 보지 말라"…시민단체, 美대사관서 인앱결제 정책 규탄

게임업계·시민단체, 주한 미국대사관 앞서 ‘국가별 차별’ 시정 촉구

게임입력 :2026/09/17 12:58    수정: 2026/09/17 13:13

“미국에서는 되고 왜 대한민국에서는 안 됩니까.”

구글·애플의 인앱결제 정책에 반발한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와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17일 오전 서울 광화문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 모였다. 이들은 손에 피켓을 들고 “미국 정부는 한국의 디지털 주권을 존중하라”, “구글·애플은 한국 앱 개발사 차별을 시정하고 정당한 피해를 배상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에서는 꾸준히 차별을 좌시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반복됐다. 미국에서 외부결제와 관련한 경쟁 회복 조치가 시행되고 있는 만큼 한국 개발사와 소비자에게도 이에 상응하는 선택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글로벌 빅테크가 한국을 미국보다 불리한 정책을 적용해도 되는 시장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17일 오전 주한미국대사관 앞에 모인 국내 앱 개발사와 24개 시민단체 회원들이 한미 앱마켓 정책 격차를 규탄하고 있다

이날 모인 국내 앱 개발사 및 24개 시민단체 등은 기자회견에서 구글과 애플뿐 아니라 미국 정부와 한국 정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를 향해서도 시정을 요구했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수수료 인하가 아니다. 외부결제의 실질적인 자유 보장과 수수료 구조 시정, 외부결제 안내·가격 비교·외부 링크를 제한하는 이른바 ‘안티스티어링’ 금지, 문제를 제기한 개발사에 대한 보복 금지, 독립적인 이행 감시, 과거 피해에 대한 실질적인 회복이다.

첫 취지 발언에 나선 방효창 디지털주권회복시민위원회 위원장은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와 과도한 수수료, 한국 개발사에 대한 불공정한 대우가 대화와 상생을 통해 해결되기를 바랐다”며 “오래 기다렸지만, 미국에서는 구글과 애플의 경쟁 제한 행위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고 시장을 바로잡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여전히 높은 수수료와 외부결제 제한으로 우리 개발자와 소비자의 선택권을 가로막고 있다”고 강조했다.

발언은 앱마켓 정책을 넘어 디지털 주권 문제로 이어졌다. 그는 미국 정부를 향해서도 한국의 국내법 집행을 통상 문제로 압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방 위원장은 “대한민국이 우리의 법에 따라 시장 질서를 바로잡고 우리 기업과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은 통상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법과 시장 질서를 대한민국이 결정하는 것은 우리의 주권이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김용기 게임산업정상화캠페인위원회 위원장은 현재 방미통위가 추진하고 있는 구글·애플 제재가 과징금 부과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방미통위 전신인 방송통신위원회는 2023년 구글과 애플이 특정 결제방식을 사실상 강제하는 등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각각 475억원과 205억원의 과징금 부과안을 사전 통지했다.

이후 관련 매출액 재산정을 거쳐 지난해 구글 420억원, 애플 210억원 등 총 630억원 규모의 심의변경안이 마련됐다. 방미통위는 지난달 양사 본사 관계자의 의견까지 청취했지만 아직 최종 처분은 확정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이날 강조한 것은 과징금이라는 금전적 제재와 경쟁 환경 자체를 바꾸는 시정조치는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과징금만을 부과하고 끝내서는 절대 안 된다. 과징금은 처벌일 수는 있어도 시장의 정상화 그 자체는 될 수가 없다”며 “잘못된 시장 구조를 바로잡고 개발사와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선택권을 돌려주며 과거 피해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피해회복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피해 게임사들을 대표해 현장에 나온 지헌민 팡스카이 대표는 자신을 “정치인도 시민단체 활동가도 아닌 직원들과 함께 게임을 만들고 서비스를 통해 회사를 운영해온 대한민국 게임업계 종사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높은 인앱결제 수수료 부담이 단순히 기업의 비용 문제가 아니라고 호소했다. 다른 결제수단이 존재하더라도 수수료와 각종 제약으로 인해 현장에서는 실질적인 선택권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지 대표는 “특히 중소 게임사에게는 생존의 문제”라며 구글 미국 본사를 향해 “우리는 구글과 싸우려는 것이 아니다. 구글과 공정하게 사업하고 싶은 것이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용기 게임산업정상화캠페인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오전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한미 앱마켓 정책 격차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참석자들의 요구는 구글에만 향하지 않았다. 방미통위와 한국 정부에도 미국에서 시행되는 조치와 국내 정책을 비교해 보다 실질적인 시정조치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날 공동행동 측은 ▲구글플레이 빌링의 의무적 또는 사실상 강제 금지 ▲제3자·외부결제를 무력화하는 수수료 구조 시정 ▲외부결제 안내·가격 비교·외부 링크 제한 등 안티스티어링 행위 금지 ▲외부결제 이용이나 규제기관 신고, 피해배상 요구 등을 이유로 한 개발사 보복·불이익 금지 ▲독립적 이행감시와 정기보고 체계 구축 ▲한국 개발사들의 과거 피해에 대한 실질적인 피해 회복 등을 요구했다.

공동행동 측은 특히 과징금 자체가 최종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제재 이후에도 시장 구조와 개발사의 결제 선택 환경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실질적인 문제 해결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30여분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의 목소리는 좀처럼 낮아지지 않았다. 발언자가 바뀔 때마다 “미국 정부는 한국의 디지털 주권을 존중하라”는 구호가 이어졌고, 참가자들은 현수막과 피켓을 든 채 “한국 앱 개발사 차별을 시정하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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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성명 낭독에서도 “미국에서 가능한 것이 대한민국에서도 가능해야 한다. 한국의 개발자와 소비자는 미국의 개발자와 소비자보다 못한 존재가 아니다”와 같은 메시지가 반복됐다.

이날 광화문에 모인 게임업계와 시민사회의 요구는 결국 하나로 모였다. 미국과 한국 사이에 앱마켓 정책의 차이가 존재한다면 그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고, 국내 개발사와 소비자가 실질적으로 불리한 조건에 놓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