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불법·유해정보 확산에 대응하려면 개별 게시물을 삭제하는 사후 조치에서 벗어나 플랫폼에 위험평가와 완화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플랫폼이 추천 알고리즘과 중독 유발 설계 등 서비스 전반의 위험을 점검하도록 하는 동시에 부당한 게시물 삭제나 계정 정지에 이용자가 이의를 제기할 절차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삭제만으론 부족하다…플랫폼 위험평가·이용자 구제 필요
16일 국회에서 열린 ‘온라인 안전법 제정 토론회’에서 신미용 변호사는 현행 온라인 불법정보 규제가 개별 게시물의 내용과 게시자를 사후적으로 규율하는 데 치우쳐 있다고 지적했다.
신 변호사는 “최초 정보 게시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정이 전혀 없다”며 “불법정보와 권리침해정보는 개념상 경계가 혼동스러운데 규율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개정된 정보통신망법은 이용자가 대규모 플랫폼에 불법·허위조작정보를 직접 신고하고 조치 결과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사업자는 신고·처리·이의신청 현황 등을 6개월마다 공개해야 한다. 신 변호사는 이 자료를 온라인 공간의 위험성을 평가하고 사업자의 대응을 감독하는 데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유럽연합(EU)과 영국, 호주처럼 개별 콘텐츠를 사후 삭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플랫폼의 시스템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EU 디지털서비스법(DSA)은 초대형 플랫폼이 불법 콘텐츠뿐 아니라 기본권과 선거, 공공 안전, 미성년자 보호에 미치는 위험을 평가하고 이를 줄이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신 변호사는 “우리도 개별 정보에 일일이 사후 조치하는 방식을 극복하고 당국과 사업자, 이용자가 함께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적 대응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 보호 대책으로는 일률적인 이용 금지보다 연령별 접근 제한과 플랫폼 설계 규제를 병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신 변호사는 “모든 아동·청소년에게 접근 금지 일변도의 정책을 펴는 것은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가능성이 있고 실효성에도 문제가 있다”며 “아주 낮은 연령의 아동은 접근을 제한하되 다른 청소년에게는 중독을 유발하는 설계를 규제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주제 발표를 맡은 김주현 변호사는 온라인 안전법에 플랫폼의 위험관리 의무뿐 아니라 이용자가 플랫폼의 판단에 불복할 수 있는 권리도 구체적으로 담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변호사는 “현재는 플랫폼이 규칙을 만들고 해석하고 집행하는 주체가 모두 같다”며 “디지털 공간에서 실질적 법치주의를 어떻게 보장할지가 온라인 안전법의 중요한 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성착취물 피해자의 신고를 플랫폼이 방치하는 경우와 공익적인 언론 보도를 부당하게 삭제하는 경우를 모두 바로잡을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삭제 실적만으로 사업자를 압박하면 사업자는 당연히 삭제부터 하려고 할 것”이라며 “피해 방치와 부당한 삭제를 함께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플랫폼이 게시물 삭제나 계정 정지의 구체적인 이유를 이용자에게 통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어떤 콘텐츠를 제한했는지, 어떤 사실을 근거로 판단했는지, 자동화된 결정인지, 법률과 약관 가운데 무엇을 위반했는지를 명확히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플랫폼 내부 이의신청과 별도로 독립적인 외부 분쟁 해결 절차도 필요하다고 봤다. 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외부 분쟁해결기구는 메타·틱톡 관련 분쟁 1800여건을 검토했으며, 처리가 끝난 사건의 52%에서 플랫폼의 판단을 뒤집어 콘텐츠나 계정을 복원했다.
김 변호사는 “내부 이의신청이 같은 답변을 한 번 더 받는 절차가 돼서는 안 된다”며 신청 주체와 심사기관, 비용, 처리 기간 등을 법률에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별 사건의 처리 결과는 플랫폼의 반복적인 오류를 개선하는 데 활용하고, 제도의 성과도 삭제 건수가 아닌 피해 중단과 부당한 제한의 복원 속도 등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소년 보호하되 정보 수집 최소화…기존 법과 조율 과제
이어진 토론에서는 온라인 안전법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아동·청소년의 연령 확인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기존 법체계와의 중복을 피하도록 세부 기준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플랫폼의 책임 강화가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이나 중복 규제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신용우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신기술개인정보과장은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한 연령 확인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하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과장은 “서비스의 위험과 보호 목적에 따라 연령 확인 수준을 정하고 서비스 제공자에게 전달되는 정보는 최소화해야 한다”면서 “18세 이상인지 확인할 때는 그 결과값만 보내면 되지 생년월일 전체를 전달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연령 확인을 위해 수집한 얼굴이나 행태정보가 다른 목적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경계했다. 신 과장은 “연령 확인을 위해 수집한 정보는 목적을 제한해 활용해야 한다”며 확인이 끝나면 즉시 폐기하고, 잘못된 연령 판정을 이용자가 바로잡을 수 있는 절차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천우 법무법인 유한 LKB평산 파트너 변호사는 기존 정보통신망법과 새 온라인 안전법의 관계를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개정된 정보통신망법에 이미 DSA의 일부 요소가 도입된 만큼 규제가 중복되거나 이용자와 플랫폼 사업자에게 혼선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궁극적으로는 기존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편하고 통합해 일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단번에 전환하기 어렵다면 두 체계가 중첩되지 않도록 섬세하게 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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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안전 규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플랫폼이 특정 표현을 선택하고 증폭하는 현재의 온라인 환경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박 변호사는 “표현의 자유가 혐오할 자유를 정당화하는 논거로 쓰이는 측면이 있다”며 “누구의 자유와 권리가 침해되고 어떤 플랫폼 구조가 혐오와 적대를 증폭시키는지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