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기 보급 세계최고라는데...왜 자리가 없을까

"국내 충전기의 89%가 완속...그 중 77.5%는 공동주택에 설치"

카테크입력 :2026/09/16 15:53    수정: 2026/09/16 17:30

국내 전기차 충전기 보급량은 차량 2대당 1기 꼴로 수치상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지만, 전체의 89%가 아파트 등 거주지 전용 완속충전기에 편중돼 있어 실제 운전자들이 체감하는 충전 불편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워터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기자동차협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6월 기준 국내에 보급된 전기차 충전기는 53만 5592기로 집계됐다. 올해 7월 기준 전기차 등록 대수 113만여 대와 비교하면 충전기 1기당 차량 2대 수준으로 국제에너지기구 세계 평균(1기당 11대)을 크게 웃돈다. 

하지만 전체 충전기의 89%인 47만 7194기가 완속 충전기며, 이 중 77.5%인 36만 9879기가 공동주택에 설치된 입주민 전용 설비인 것으로 나타났다. 거주지 밖에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급속충전기는 5만 8398기로 전체의 10.9%에 불과해, 실제로는 전기차 19대가 1기를 나눠 쓰는 실정이다.

워터 내린천휴게소 양양방향

급속충전기 인프라 확대를 가로막는 주요 원인으로는 막대한 구축 비용과 고정적인 기본요금 부담이 꼽힌다. 초급속충전기는 1기당 1억원 초중반의 비용이 들지만, 보조금은 200kW급 4000만원, 350kW급 이상 7500만원에 그쳐 사업자의 자체 투자 부담이 크다. 

아울러 실제 전력 사용량과 무관하게 한국전력과의 계약전력에 따라 매달 고정 기본요금이 부과돼, 통행량이 적거나 명절에만 혼잡한 구간의 설치를 기피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사업자의 충전요금 결정권 역시 기후에너지환경부 회원카드 결제 시 정부 고지 요금이 적용돼 수익 예측을 어렵게 한다. 

이로 인해 급속충전기 신규 구축 규모는 2023년 1만 3649기, 2024년 1만 2697기, 지난해 8140기로 줄어든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3175기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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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해외에서는 요금제 개편과 장기 금융 지원으로 사업자의 초기 부담을 덜고 있다. 미국 남부캘리포니아에디슨(SCE)은 2029년 말까지 충전사업자에게 설비 용량 기반 요금을 면제하기로 했다. 유럽의 아이오니티와 그리드서브는 요금 자율성과 15~20년 장기 부지 사용 계약을 바탕으로 정책금융기관 주도의 수억 유로·파운드 규모 대출을 확보하며 인프라를 넓히고 있다.

국내 전기차 충전기 현황

유대원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 전기차충전사업부문(워터) 대표는 "급속 충전요금이 지금보다 오르더라도 전기차의 경제성은 휘발유차 대비 여전히 월등하다. 요금이 합리적으로 결정되는 메커니즘은 시장 경쟁에 맡겨 사업자가 스스로 정하도록 해야, 전기차가 늘어나기 전에 충전소가 먼저 들어서는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자가 요금을 정하고 부지를 장기간 쓸 수 있어야 금융이 들어오고, 금융이 들어와야 통행량이 적은 구간과 명절 혼잡까지 감당하는 충전기가 늘어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