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인사 ‘전문성’ 잇따라 도마…검증 시스템에 물음표

정동극장·문화관광연구원·오페라단에 어린이청소년극단까지 논란 반복

유통/생활/문화입력 :2026/09/16 10:53    수정: 2026/09/16 10:55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문화예술기관장 인사를 둘러싼 전문성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논란의 초점도 개별 인사의 적격성 여부를 넘어 문체부가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어떤 기준과 절차로 검증하고 있는지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16일 문화예술계에 따르면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를 비롯한 공연예술계 8개 협회와 개인·단체 332곳은 어연선 국립어린이청소년극단 초대 단장 겸 예술감독의 임명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지난 11일 어 전 광명문화재단 대표를 국립어린이청소년극단 초대 단장 겸 예술감독으로 임명했다. 어 신임 단장은 대학 시절 마당극을 시작해 극단을 운영했고 세종문화회관과 광명문화재단 등에서 근무했다고 알려졌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신임 어연선 국립어린이청소년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그러나 임명 반대 측은 어 단장이 어린이·청소년 연극 분야를 대표할 만한 전문성과 경력을 갖췄는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해당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전문가들이 다수 존재하는 상황에서 예상 밖의 인물이 선임되면서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문제는 문체부 산하 기관장 인사 논란이 반복적이라는 것이다. 지난 4월에는 국립정동극장 대표이사에 개그맨 출신 서승만 씨가 임명되면서 야권은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을 공개 지지한 이력을 들어 보은 인사라고 비판했다. 황교익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 인사도 비슷한 논란을 낳았다. 황 원장은 과거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로 재직할 당시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내정됐다가 보은 인사 논란 끝에 사퇴한 전력이 다시 거론됐다.

국립오페라단장에 임명된 박혜진 단장은 서울시오페라단장 재임 당시 공연 리허설 중 다친 뒤 사망한 합창단원 안영재 씨 사고를 둘러싸고 예술계의 반발을 샀다. 이에 박 단장은 취임 이후 첫 간담회에서부터 자신을 둘러싼 일부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국립발레단에서는 단장 선임이 이뤄지기도 전에 단원들이 이례적으로 집단 입장문을 발표했다. 최 장관이 허황된 루머라고 일축했으나 단원들이 인사 발표 전부터 공개 행동에 나선 것은 문체부의 인사 절차에 대한 현장의 신뢰가 약해졌음을 보여준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평가다.

문화예술기관은 장르별 창작 구조와 제작 환경, 예술가의 고용·계약 방식이 서로 달라 수장에게 요구되는 전문성도 기관마다 다르다. 그럼에도 인사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정부와 여권이 내놓은 설명은 후보자의 포괄적인 문화예술 경력이나 임명 이후 성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데 머물렀다. 선정 기준과 후보 검증 과정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결과로 평가해야 한다는 설명은 현장에서 의구심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있는 이유다.

최 장관은 지난 4월 문화예술정책자문위원회 회의에서 연이은 기관장 인사 논란을 두고 “염려를 끼친 점은 인사권자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최 장관은 “인사에는 나름의 이유가 다 있었다”며 임명된 기관장이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기대와 다른 방향이라면 그에 맞는 조치를 하겠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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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에서는 기관장 인사가 한 기관의 사업 방향과 예산 배분, 창작 환경에 장기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임명 이후의 성과만으로 적격성을 판단해서는 늦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립어린이청소년극단 인사를 둘러싼 반발이 임명 철회 요구를 넘어 문체부 인사 시스템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로 확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체부가 개별 후보자의 경력을 해명하는 수준을 넘어 산하 기관장에게 필요한 전문성을 어떻게 정의하고 검증할 것인지 구체적인 원칙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문체부 측은 국립어린이청소년극단 초대 단장 인사와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