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한 만큼 주파수 값 낮춰야...재할당 제도 개편 필요

과거 경매가 의존한 산정방식 손질, 재할당 이후 경제적 가치 반영해야

방송/통신입력 :2026/09/12 06:00

통신사가 네트워크 구축에 투자한 만큼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낮춰 망 투자를 유도할 필요성이 있다는 학계의 의견이 제기됐다. 과거 경매가격에 의존해 재할당 대가를 정하는 현행 방식도 손질해 재할당 이후 주파수의 경제적 가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산정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도 주목할 지적이다.

변희섭 한림대 교수는 11일 서울대 공익산업법센터 세미나에서 “주파수 확보와 네트워크 투자, 세대 간 전환을 통해 서비스 품질을 높일 수 있도록 경제적 유인을 부여해야 한다”며 “사업자 간 경쟁을 촉진해 기술 혁신과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적극적인 네트워크 투자와 차세대 이동통신으로의 전환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변 교수는 특히 “투자지출의 규모만큼 할당대가를 감면할 필요가 있다”며 “투자에 적극적인 사업자에는 경제적 이익을 주고, 투자에 소극적인 사업자에는 페널티가 돌아가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파수 재할당 제도를 둘러싸고 대가 산정 방식과 투자 유인 등을 중심으로 제도 개편 필요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사진_클립아트코리아

망 투자 늘리면 주파수 대가 낮춰야

변 교수는 한정된 주파수만으로 통신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기지국 등 네트워크 투자를 끌어낼 경제적 유인이 필요하다고 봤다. 같은 통신 용량을 확보할 때 주파수와 기지국 투자는 서로 대체될 수 있기 때문에 설비투자를 늘린 사업자에게 재할당 대가를 낮춰주는 데 경제적 근거가 있다는 뜻이다.

국내서 망 투자 실적을 재할당 대가와 연계하는 방식은 이미 적용되고 있다. 2021년에는 통신사별 5G 3.5GHz 무선국 구축 수량에 따라 대가를 조정해 12만국 이상을 구축하면 재할당 대가를 3조 1700억원으로 낮췄다. 올해는 5G SA 도입 효과를 반영해 약 3조 1000억원으로 산정한 뒤 5G 실내 무선국을 2만국 이상 새로 구축하면 약 2조 9000억원으로 낮추는 투자 옵션을 뒀다.

다만 이 같은 투자 연계 방식은 재할당 때마다 조건이 달라졌다. 지난 두 차례 재할당에서 무선국 수가 대가 산정에 고려됐으나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투자에 따른 감면을 제도화해 적극적으로 망을 구축하는 사업자와 그렇지 않은 사업자의 경제적 유인을 분명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변 교수는 “투자 유인을 추가 주파수 확보와 차세대 이동통신 전환까지 연결해야 한다”고 했다. 사업자가 확보한 주파수 양에 따라 재할당 대가를 차등화하면 추가 주파수 확보를 유도하고, 이를 신규 기술 채택과 품질 경쟁으로 이어지게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파수 독과점 우려를 막기 위해 주파수 총량제와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주파수 대가를 산업에 환원하는 방식도 재검토를 제시했. 현재는 사업자가 납부한 할당대가가 ICT 기금으로 들어간 뒤 정부가 사업을 기획해 산업에 지원하는 구조다. 이와 달리 대가를 감면해 민간의 투자와 기술혁신을 직접 유도하는 방식이 정보 활용과 행정비용 측면에서 더 효율적이라는 설명이다.

대가 감면으로 확보한 재원을 5G SA와 6G 네트워크, AI 인프라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에 직접 투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기금 사업을 거치지 않아 행정 시차를 줄일 수 있고, 시장에서 수요가 높은 기술과 지역에 빠르게 자원을 배분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과거 경매가 아닌 재할당 이후 가치 따져야

김지훈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재할당 대가를 둘러싼 논란이 반복되는 근본적인 이유로 재할당에 고유한 산정 기준이 없다는 점을 꼽았다.

김 수석전문위원은 “경쟁적 수요가 없는 재할당의 성격에 맞게 경매 당시의 특수한 상황에 따른 영향을 배제하고, 재할당 시점 이후의 경제적 가치를 기준으로 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규 할당과 재할당은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부터 다르다는 설명이다. 신규 할당에서는 사업자가 경매 참여 여부와 입찰가격을 스스로 결정한다. 반면 재할당은 기존 가입자에게 서비스를 계속 제공하기 위해 사업자가 사실상 재할당을 신청해야 하고 정부가 산정한 대가를 받아들이는 구조다. 법률도 가격경쟁에 관한 규정을 재할당에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재할당에 별도의 대가 산정 원칙이 없어 경쟁적 수요를 전제로 형성된 과거 경매가격이 계속 활용되고 있다는 게 김 수석전문위원의 지적이다. 특히 LTE 경매 이후 10년 안팎이 지나 주파수의 경제적 가치가 크게 달라진 상황에서 당시 가격을 현재까지 끌어오는 방식은 재할당 시점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고 봤다.

법령과 실제 운용 사이의 괴리도 문제로 꼽았다. 전파법은 예상매출액과 대역폭 등 주파수의 경제적 가치를 고려해 대가를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 시행령은 동일하거나 유사한 용도의 주파수가 경매된 사례가 있으면 해당 대가를 고려할 수 있도록 했지만, 최근 재할당에서는 과거 경매가나 직전 재할당 대가가 사실상 핵심 기준으로 활용됐다.

김 수석전문위원은 “주파수 할당대가는 경매 낙찰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며 “동일하거나 유사한 용도로 최근 재할당된 주파수의 대가를 활용하는 것이 시장가치를 더 적절하게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가격을 계속 기준으로 삼으면 과거 싸게 확보한 주파수는 가치가 상승해도 낮은 대가가 이어지고, 비싸게 확보한 주파수는 가치가 하락해도 높은 대가를 부담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서비스 제공에 동일한 가치를 갖는 주파수라도 과거 경매 결과에 따라 서로 다른 대가가 고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가를 산정하는 구체적인 기준을 법령에 명시해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제언도 내놨다. 현재는 과거 경매가를 반영할지, 어떤 경매가격을 어느 비율로 반영할지 정해진 기준이 없어 재할당 때마다 정부 판단에 따라 산정 방식이 달라지는 구조다. 실제 네 차례 재할당에서도 모두 다른 산정 방식이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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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수석전문위원은 과거 경매가의 반영 여부와 비율, 참조 기간 등을 법령에 규정하고 재할당 대가 산정 방법도 사전에 공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용기간 만료 1년 전 산정 방법을 공개하고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마련해 사업자가 중장기 투자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동일 유사 용도에 해당하는 주파수 전체와 최근 할당·재할당 대가를 참조하도록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5G NSA, DSS 등 세대 간 기술 융합으로 기술 세대 단위의 용도 구분 의미도 약화되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기술 방식 중심의 용도 개념 자체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