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틱 인공지능(AI)이 기업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단계로 확산되면서 국내 기업의 AI 전환(AX) 과정에서 인재 확보 부담이 커지고 있다. AI 모델을 개발하는 전문인력뿐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 AI 에이전트에 업무를 맡기고 여러 에이전트를 조율·통제할 수 있는 'AX 인재'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12일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가 발간한 '에이전틱 AI 시대의 핵심 자원, AX 인재 : 현황 진단 및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AI가 콘텐츠를 생성하는 도구에서 목표를 해석하고 계획·실행·점검하는 '디지털 노동'으로 진화하면서 기업의 AX도 기술 도입을 넘어 업무 방식과 조직 구조를 재설계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또 에이전틱 AI 확산으로 사람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AI가 실행을 더 많이 담당할수록 사람은 문제를 정의하고 목표를 설정하며 에이전트에 권한과 정책을 부여한 뒤 결과를 검토·판단하는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여기에 어떤 데이터와 시스템에 접근시킬지, 어느 단계에서 사람의 승인을 거치게 할지 설계하는 능력도 중요해지고 있다.
기업에선 이미 AI 활용 방식이 대화형에서 실행형으로 옮겨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오픈AI가 글로벌 기업용 계정의 사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6월 기준 에이전틱 AI인 코덱스의 출력 토큰 비중은 전체 코덱스와 챗GPT 출력 토큰의 64%를 차지했다. 지난해 10월 3%에서 지난해 12월 7%, 올해 2월 24%, 4월 54%로 빠르게 높아졌다.
보고서는 "기업의 AI 활용 방식이 질문·답변 중심에서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형태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업들의 높은 AI 도입 의지와 달리 실제 현장 적용은 아직 제한적인 수준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조사에서 기업의 76.9%가 업무에 AI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실제 활용 비율은 45.6%에 그쳤다. 국내 중견기업 역시 AI 도입 필요성을 인정한 비율은 59.1%였지만 실제 도입률은 18.1%에 머물렀다. 원티드랩 조사에서도 AX를 핵심 과제로 인식한다는 응답은 67.3%였지만 전사적으로 내재화했다는 기업은 5.3%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이 간극을 메울 핵심 인력으로 'AX 인재'를 제시했다. AX 인재는 도메인 전문성을 토대로 AI, 특히 AI 에이전트를 업무와 조직에 이식·조율하고 산출물을 검토·판단·통제해 조직 성과로 연결하는 인재를 뜻한다. AI 기술과 모델 자체를 개발하는 'AI 전문인재'와 달리 현장의 업무와 조직을 AI에 맞게 바꾸는 역할에 초점을 둔다.
AI 활용이 곧바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점도 이런 인재의 필요성을 키우고 있다. 한국은행 연구에 따르면 생성형 AI 사용으로 업무시간은 평균 3.8%, 주당 약 1.5시간 줄었지만 시간 절감률과 업무처리량 증가율 사이의 관계는 0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AI로 절감한 시간을 고부가가치 업무로 재배치하고 업무 흐름을 다시 설계할 조직 역량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반대로 AI를 사업 목표에 연결하고 조직 차원에서 확산할 역량을 갖춘 기업은 성과 차이가 컸다. PwC가 1217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AI 실행 역량' 상위 20% 기업은 나머지 기업보다 AI에서 얻는 재무성과가 7.2배 높았다. 에너지 절감과 신제품·서비스 출시 속도, 조직 민첩성, 고객 경험 등 비재무 성과도 1.9~2.8배 높게 나타났다.
노동시장에서도 AI 역량을 갖춘 인재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PwC 조사에서 지난해 AI 스킬 보유자의 평균 임금 프리미엄은 62%로 전년 57%보다 높아졌다. 산업별로는 소비재 118%, 기술·미디어·통신 84%, 에너지 75%, 제조업 73% 순이었다. 원티드랩 조사에서도 기업의 77.2%가 AI 역량을 보유한 인재에게 추가 연봉을 지급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글로벌 노동시장에서는 도메인 전문성과 AI 구축·운영 역량을 결합한 '현장배치엔지니어(FDE)'가 별도 직무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인디드 기준 FDE 채용공고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약 5230% 증가했다. 오픈AI와 앤트로픽도 지난 5월 FDE를 고객사 현장에 투입해 AI 시스템 구축과 업무·조직 재설계를 지원하는 조직을 각각 마련했다. 국내에서도 LG CNS와 카카오페이, 크래프톤, 마키나락스 등이 관련 인력 채용에 나섰으며 KT는 향후 2년간 AX 사업부문 인력 500명 이상을 FDE로 육성할 계획이다.
그러나 'AX 인재'에 대한 수요 증가 속도에 비해 인력 공급은 더딘 상태다. 국내 AI 인력은 2010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5.3% 증가했지만 AI 관련 채용공고는 최근 5년간 112% 늘었다. 올해 상반기 채용공고도 전년 동기 대비 70% 증가했다.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절반 이상이 앞으로 AI 관련 인력 채용을 확대하겠다고 답했지만 숙련 인재 부족과 높은 급여 기대가 주요 채용 애로사항으로 꼽혔다.
AX 추진 과정에서도 인력 문제가 가장 큰 부담으로 나타났다. 원티드랩 조사에서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으로 '전문 인력 확보 어려움'이 53.1%로 가장 높았으며 AI 인재 채용 과정에서는 '정확한 역량 검증의 어려움'이 57.9%를 차지했다.
특히 중소기업과 비수도권에서 인재 부족이 두드러졌다. AI 분야 채용공고의 75.0%가 중소기업에서 발생했지만 보상 여력과 인지도 측면에서 대기업보다 불리해 미충원이 반복되고 있다. AI 활용기업도 57.7%가 수도권에 몰려 있으며 비수도권 디지털 산업의 인재 충원율은 51.0%에 그쳤다.
SPRi는 "신규 인재 양성과 함께 기존 산업 인력을 AX 인재로 전환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AI 전공자에게 도메인 지식을, 비AI 전공자에게 AI 활용·전환 역량을 가르치는 쌍방향 융합교육과 기업 현장의 데이터·문제를 활용한 프로젝트형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PRi는 보고서를 통해 정규 교육만으로 단기간에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점도 짚었다. 최근 3개 학년도의 대학 AI 분야 정원 순증 규모는 학부 589명, 대학원 156명에 그쳤다. 국내 AI 인력의 58%가 석·박사 학위 소지자인 데다 학사 입학부터 박사 배출까지 통상 8년 이상 걸리는 만큼 이미 산업 전문성을 갖춘 재직자에게 AI 전환 역량을 결합하는 방식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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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이와 함께 AX 역량 표준·검증 체계 구축, 중소·지역기업 공동 인재풀 운영, FDE 방식을 참고한 'AX 현장지원단' 도입, 지역 주력산업 재직자의 AX 전환, AX 인재 수급을 상시 파악할 통계·데이터 기반 마련 등을 정책 과제로 제시했다.
봉강호 SPRi 선임연구원은 "AX 인재의 요체가 도메인 전문성과 AI 전환 역량의 결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도메인 전문성을 갖춘 산업 현장의 재직 인력에게 AI 전환 역량을 결합하는 경로가 가장 빠르고 비용효과적인 공급 확충 수단"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