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뛰자 석화 제품값도 오른다…한화·LG·롯데 나란히 20만원 인상

원료값 급등 못 버틴 석화업계, 9월 공급가 조정…업계 "국제가 반영한 결과"

디지털경제입력 :2026/09/03 17:14    수정: 2026/09/03 17:21

류은주, 김윤희 기자

중동 지역 지정학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며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대로 치솟자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섰다. 한화솔루션과 LG화학, 롯데케미칼이 9월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 등 주요 합성수지 공급가격을 올리면서 원료비 상승 부담이 제품 가격에 반영되는 모습이다. 

3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지난 1일 출하분부터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EVA)와 저밀도폴리에틸렌(LDPE), 선형저밀도폴리에틸렌(LLDPE), 고밀도폴리에틸렌(HDPE)의 공급가격을 전월보다 톤(t)당 20만원 인상했다. 회사는 유가와 수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급가격을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LG화학 대산공장 메탄건식개질(DRM) 공장 전경 (사진=LG화학)

LG화학 역시 LDPE와 EVA, HDPE, LLDPE, PP, 폴리올레핀엘라스토머(POE)의 9월 공급가격을 일괄적으로 t당 20만원 올렸다. 인상 가격은 지난 1일부터 적용됐다.

롯데케미칼도 HDPE와 PP 호모, PP 블록·랜덤·터폴리머의 9월 공급 예정가격을 8월보다 t당 20만원 높였다. 회사는 유가와 나프타 가격 및 시장 상황을 반영해 공급 예정가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제유가 90달러대 재진입…나프타 원가 부담 확대

석화업체들이 잇달아 제품 가격을 올린 배경에는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원재료 부담 확대가 자리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이 다시 격화하면서 국제유가는 이달 들어 5주 만의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국제유가는 최근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배럴당 90달러대를 이어가고 있다. 3일(현지시간)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브렌트유는 배럴당 95.04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90.63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이란 간 충돌 재격화에 따른 중동 원유 공급 차질 우려와 호르무즈해협의 선박 통항 감소가 유가를 떠받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의 주요 원료인 나프타도 원유 가격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특히 국내 나프타분해시설(NCC)은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생산한 뒤 이를 PE와 PP 등 합성수지로 가공한다. 국제유가와 나프타 가격 상승분을 제품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올해 중동 분쟁이 장기화하면서 나프타 조달 환경도 불안정한 상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달 발표한 월간 석유시장보고서에서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 차질과 중동 지역 생산 회복 지연 등을 반영해 올해 3분기 세계 석유시장이 하루 180만 배럴 규모 공급 부족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화·LG·롯데 모두 '20만원'…9월 가격 일제 인상

눈에 띄는 점은 주요 업체들의 가격 인상 시점과 폭이 사실상 같다는 것이다. 한화솔루션과 LG화학, 롯데케미칼 모두 9월부터 주요 제품 가격을 t당 20만원 올렸다.

업체마다 인상 대상 제품에는 차이가 있다. 한화솔루션은 PE 계열과 EVA가 중심이고, LG화학은 여기에 PP와 POE까지 포함했다. 롯데케미칼은 HDPE와 PP 계열 제품 가격을 올렸다. 공통적으로 PE 계열 제품이 포함됐고 가격 인상폭은 모두 t당 20만원이다.

석유화학3사 9월 공급 가격 통지 문서 (사진=지디넷코리아)

이번 가격 조정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석유화학업계 화학제품 가격 및 입찰 담합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끈다. 다만 업체들은 이번 가격 조정이 국제 원재료 가격 상승을 각각 반영한 결과라며 현재 진행 중인 담합 조사와는 선을 그었다.

LG화학 관계자는 "최근 원재료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이를 반영해 가격을 인상한 것"이라며 "회사마다 원재료를 조달하는 곳은 다를 수 있지만 원재료 자체에 국제가격이 형성돼 있어 가격 움직임이 비슷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도 "유가와 연동되는 에틸렌 가격이 7~8월 들어 많이 오르면서 상승한 원가를 반영해 가격 조정 공문을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은 7월 한시적 가격 인하가 종료된 점도 이번 가격 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7월 초 중소기업 고객사의 원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나프타 수급 안정화 지원금을 활용해 주요 제품 공급가격을 한시적으로 인하했다"며 "국제가격에 제품 가격을 연동하고 있어 별도로 가격을 임의 인상한 것은 아니며, 업체들의 가격 조정 시점이 비슷한 것은 원가 상승과 한시적 지원 종료 등이 함께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는 원유와 나프타 등 공통 원재료를 사용하는 데다 국제 제품가격과 환율 등의 영향을 비슷하게 받는 만큼 업체별 가격 조정 방향과 시점도 유사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화학산업협회 역시 PE·PP 등 범용제품은 국제가격이 형성돼 있고 수요업체들이 수입 제품을 선택할 수 있어 국내 업체가 독자적으로 가격을 크게 올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담합 논란 등을 고려해 개별 업체의 제품 가격을 별도로 수집하거나 공유하지 않고 있다.

이번 공급가격 인상이 실제 거래가격에 어느 정도 반영될지도 관건이다.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범용 석유화학 제품 가격 경쟁이 심해진 상황에서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제품가격에 모두 전가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공급과잉에 원가 부담까지…석화업계 수익성 압박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중국의 대규모 증설에 따른 공급과잉으로 이미 수년째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 특히 PE와 PP 등 범용제품은 중국 기업들이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대하면서 국내 업체들이 가격 경쟁에서 압박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제품군이다.

국제유가와 나프타 가격 상승은 이 같은 부담을 한층 키우는 요인이다. 석유화학사의 수익성은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과 에틸렌·PE·PP 등 제품가격 간 차이인 '스프레드'에 크게 좌우된다. 원재료 가격 상승 속도만큼 제품가격을 높이지 못하면 스프레드가 축소돼 수익성이 악화된다.

석유화학 공장이 집중된 여수 산업단지 전경 (사진=뉴시스)

아시아 석유화학 업체들은 미국 업체보다 원료가격 상승에도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미국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에탄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것과 달리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업체들은 나프타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최근 중동 공급 차질과 유가 상승은 이 같은 원가 경쟁력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와 업계가 추진 중인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도 결국 공급과잉을 완화하고 스프레드를 정상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내 업체들은 NCC 생산능력 감축과 범용제품 설비 효율화, 고부가 제품 중심의 사업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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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당분간 국제유가와 나프타 가격 움직임이 제품가격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 지역 공급 불안이 장기화해 원료가격이 추가로 상승할 경우 석유화학업체들의 추가 가격 인상 압박도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중국발 공급과잉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제품가격 상승이 제한될 경우 국내 업체들의 수익성 부담은 오히려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화학산업협회 관계자는 "올 들어 중동 정세 영향으로 나프타를 비롯한 국제 원료가격 변동성이 상당히 큰 상황"이라며 "원재료 가격이 제품가격에 바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고 기업별 재고 상황 등을 함께 고려하기 때문에 단기 가격만으로 판단하기보다는 변동성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