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노조, 한화와 기업결합 반대…"공정위 승인 시 대정부 투쟁"

"공급사이자 경쟁사"…핵심정보 접근 가능성 등 경쟁질서 훼손 우려

디지털경제입력 :2026/08/12 10:06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노동조합이 한화그룹의 KAI 경영참여에 반대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심사를 불허할 것을 요구했다.

AI 노조는 12일 입장문을 내고 "항공에서는 공급업체, 우주에서는 경쟁업체인 한화의 KAI 경영참여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지난해 11월부터 KAI 주식을 다시 매입하기 시작해 지난 10일 기준 지분 15.89%를 확보했다. 지분 보유 목적도 '경영참여'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상장회사 지분 15% 이상 취득에 따른 공정위의 기업결합 신고·심사 대상이 됐다.

노조는 우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이 KAI의 주요 항공기 사업에 부품과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제기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T-50 계열 엔진을 공급하고 있으며 2024년 KAI와 KF-21 최초양산 부품 17종에 대해 4731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한화시스템 역시 LAH 항공전자장비와 KF-21 임무컴퓨터, 다기능시현기, 적외선 탐색·추적장비(IRST) 등을 공급하고 있다.

노조는 한화가 KAI 주요 주주로서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KAI가 향후 가격과 성능, 기술력을 기준으로 공급업체를 독립적으로 선정할 수 있는지를 공정위가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화 계열사 제품의 우선 채택 가능성과 경쟁 부품업체 사업기회 축소, KAI의 구매·공급망 의사결정 독립성 훼손 가능성도 심사 대상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주사업에서는 KAI와 한화가 실제 경쟁 관계라는 점도 강조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2023년 5월 KAI와 670억원 규모 초소형위성체계 SAR 검증위성 K모델 개발계약을, 한화시스템과는 678억7000만원 규모 H모델 개발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노조는 한화시스템이 올해 2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K모델과 H모델이 경쟁 중이라고 설명한 점을 들어 양사가 초소형위성체계 후속 양산사업을 놓고 실제 경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한화가 KAI 경영에 참여할 경우 우주사업 관련 핵심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노조는 KAI의 입찰가격과 목표가격, 사업원가, 기술개발 전략, 협력업체 및 컨소시엄 구성, 연구개발 투자계획, 신규사업 참여 여부와 중장기 우주사업 전략 등이 경쟁사에 공개돼서는 안 되는 핵심정보라고 주장했다. 한화의 경영참여로 이러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질 경우 독립적인 경쟁이 훼손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KAI가 특정 부품기업 계열사가 아닌 항공기 체계종합기업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노조는 한화가 KAI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할 경우 한화 계열사 제품과 기술이 우선 채택되거나 경쟁 부품·장비업체의 사업기회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KAI뿐 아니라 국내 항공우주·방산 협력업체의 경쟁기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2023년 한화와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사례도 거론했다. 당시 공정위는 한화가 함정부품을 공급하고 대우조선해양이 함정을 건조하는 공급관계에서 경쟁제한 우려가 있다고 보고 함정부품 견적가격 차별과 경쟁사 영업비밀 전달 가능성 등을 막기 위한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노조에 따르면 공정위는 올해에도 관련 시정조치 이행기간을 추가로 3년 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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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KAI와 한화의 경우 공급업체가 고객사 경영에 참여하는 문제와 경쟁업체가 경쟁 상대방 경영에 참여하는 문제가 동시에 존재한다며 한화-대우조선해양 사례보다 엄격한 심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KAI 노조는 "항공·우주산업은 국가가 장기간 연구개발과 예산 투입을 통해 형성한 전략산업으로 경쟁 가능한 사업자 수도 제한적"이라며 "공정위는 기업결합의 구조적 위험성을 판단해 KAI와 한화의 기업결합을 불허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승인 또는 조건부 승인될 경우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