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중국 전기차의 글로벌 자동차 시장 재편을 돕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이 같은 제목의 기사를 통해 고유가가 중국 전기차 수출에 힘을 싣어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동 지역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다시 뛰면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해외 시장에서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배터리 가격 하락과 대규모 생산으로 전기차 가격이 낮아진 가운데 기름값까지 오르면서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전기차의 상대적인 경제성이 부각되는 모습이다.
11일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의 자동차 수출은 509만 6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65.3% 증가했다. 이 가운데 신에너지차 수출은 235만 5000대로 120% 늘었다. 전체 자동차 수출 증가율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제유가도 다시 상승하고 있다. 지난 10일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보다 5% 오른 배럴당 87.72 달러(12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4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유와 석유제품은 세계 석유류 소비량의 약 20%에 달한다.
고유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기차 가격은 반대로 낮아지고 있다. 중국 자동차 전문매체 가스구가 S&P 글로벌 모빌리티 통계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전기차 평균 판매가격은 약 3만 7000달러(5232만원)로 2020년보다 9%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차 평균 가격은 16% 오른 약 3만 9000달러(5515만원)로 집계됐다. 해당 통계는 보조금을 제외한 차량 표시가격을 판매량에 따라 가중평균한 수치다.
전기차 가격 하락에는 배터리 가격 하락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리튬이온 배터리팩 평균 가격은 ㎾h당 108달러(15만원)로 전년 대비 8% 떨어지며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에서는 평균 가격이 ㎾h당 84달러(11만9000원)까지 내려가 세계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배터리 가격 하락에는 공급 과잉과 업체 간 가격 경쟁,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사용 확대 등이 영향을 미쳤다. 중국 업체들은 배터리부터 완성차까지 공급망을 구축하고 대규모 생산으로 원가 경쟁력을 높여왔다.
S&P 글로벌 모빌리티도 중국에서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수준까지 낮아진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 내 치열한 경쟁과 저렴한 생산비가 전기차 가격을 끌어내리면서 중국이 서구 시장보다 저렴한 전기차를 빠르게 보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차량과 배터리 가격이 낮아진 상황에서 국제유가까지 상승하면서 전기차의 총소유비용 경쟁력도 커지고 있다. 일부 시장에서는 구매가격에서도 하이브리드차와 격차가 줄거나 역전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중동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가격 불안은 자동차 소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에너지 위기가 본격화된 올해 3~6월 호주와 브라질, 인도, 한국, 베트남의 전기차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배 증가했다. IEA는 올해 전기차가 세계 신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9%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특히 공을 들이는 곳은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등 신흥시장이다. 석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는 국제유가 상승이 소비자의 연료비 부담뿐 아니라 국가 에너지 안보와 무역수지에도 영향을 미친다. 전기차 보급을 확대할 유인이 그만큼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IEA에 따르면 중국과 유럽, 미국을 제외한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에서 지난해 판매된 전기차 가운데 중국산 수입차가 약 60%를 차지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기존 강자인 일본 자동차 업체의 점유율도 흔들리고 있다. PwC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베트남, 싱가포르 등 아세안 주요 6개국에서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신차 판매 점유율은 약 11%까지 상승했다. 일본 브랜드 점유율은 약 57%로 낮아졌다.
중국 업체들은 자국 내 치열한 가격 경쟁과 생산능력 확대에 따라 이전부터 해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왔다. 배터리 가격 하락과 공급망 수직계열화, 대규모 생산에 따른 낮은 제조원가가 수출 확대를 이끄는 가운데 중동발 고유가까지 더해지면서 중국 전기차에 유리한 시장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신흥시장을 빠르게 파고드는 가운데 고유가가 장기화할 경우 일본과 유럽 등 기존 완성차 업체들의 시장 방어 부담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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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항구 평택대학교 특임교수(전 자동차융합기술원장)는 "중국 내수가 부진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해외 시장으로 밀고 나가고 있는데 그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중국 업체의 영향은 특히 일본과 유럽 업체들이 받고 있다"며 "국내 업체도 영향이 나타나는 시점은 조금 늦겠지만 내년쯤에는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