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지 않는 로마 건축물의 비밀, 2000년 전 화장실서 찾았다

하드리아누스 황제 화장실서 포졸란 반응과 더불어 탄산화 과정 포착

과학입력 :2026/07/30 10:44

건축물은 아무리 튼튼한 재료로 지어도 시간이 흐르면 균열이 생기고 구조가 약해져 결국 무너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콜로세움과 판테온 신전 등 고대 로마 건축물에 사용된 로마 콘크리트는 약 200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놀라운 내구성을 유지하고 있다.

과학매체 사이언스얼랏, 기가진은 최근 약 2000년 전 고대 로마 제국 시대에 지어진 화장실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해당 연구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로마 판테온의 돔은 고대 로마 공학의 가장 유명한 사례 중 하나다. (사진=Livioandronico2013/위키미디어, CC BY-SA 4.0)

그 동안은 로마 콘크리트의 뛰어난 내구성이 화산재와 석회, 물이 반응하는 '포졸란 반응' 덕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공기 중 이산화탄소와의 느리지만 지속적인 반응인 '탄산화' 역시 콘크리트의 장기적인 내구성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연구를 이끈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 캠퍼스의 엔지니어 파울로 몬테이로는 "포졸란 반응은 근본적으로 매우 중요하지만, 연구 결과 장기간에 걸친 탄산화 과정도 콘크리트의 내구성을 높이고 노화로 발생한 균열을 메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티볼리에 있는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별장 (사진=Anna Eden 86/위키미디어, CC BY-SA 4.0 )

고대 로마 건축물의 가장 놀라운 점은 같은 시대의 수많은 건축물이 사라진 반면, 여전히 우수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인 로마의 판테온은 약 2000년 전에 건설됐음에도 거대한 무보강 콘크리트 돔을 유지하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세계 최대 규모의 무보강 콘크리트 구조물로 꼽힌다.

로마 콘크리트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몬테이로 연구팀과 중국 베이징공업대학의 샤오홍 주 연구팀은 이탈리아 티볼리에 있는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별장 공용 화장실에서 콘크리트 시료를 채취해 분석했다.

연구진은 고해상도 이미징 기술을 활용해 시료를 나노미터 수준까지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화산재와 석회가 반응해 내구성이 뛰어난 광물을 형성하는 포졸란 반응의 흔적을 확인했다. 동시에 수세기에 걸쳐 공기 중 이산화탄소가 콘크리트에 남아 있는 석회와 반응해 석회암의 주성분인 방해석(calcite)을 생성한 사실도 발견했다.

연구자들이 연구한 콘크리트 시료(왼쪽)와 단면도(오른쪽). (Zhu et al., 사이언스어드밴시스)

연구에 따르면 생성된 방해석은 콘크리트 내부의 미세한 기공과 균열 속에서 결정화되며 구조를 더욱 치밀하게 만들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균열과 약한 부분을 자연스럽게 메워 콘크리트의 장기적인 내구성을 높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전 연구에서도 로마 콘크리트에서 방해석이 발견된 바 있지만, 이를 3차원 구조와 함께 분석해 내구성과의 연관성을 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방해석이 포졸란 반응과 함께 작용하며 로마 콘크리트의 뛰어난 내구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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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이로는 "탄산칼슘 결정이 콘크리트를 결합하고 장기적인 내구성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이해하면 석회 기반 결합재의 장기적인 광물학적 변화와 자연 탄산화 과정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앞으로 더 오래 사용할 수 있고 친환경적인 콘크리트를 개발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했다. 몬테이로는 "고대 공학 기술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현대 사회에 필요한 중요한 발견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라며 "로마인들의 콘크리트 내구성 향상 비법을 밝혀냄으로써 지속 가능한 현대 사회기반시설 개발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