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인들이 인분을 약으로 사용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직접적인 증거가 처음 발견됐다고 과학 전문 매체 라이브사이언스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약 1,900년 전 로마 시대의 유리 약병에서 발견된 유기 잔류물이 인분에서 유래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악취를 가리기 위해 향신료인 백리향을 섞었으며, 해당 약물은 염증이나 감염 치료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튀르키예 시바스 쥐므리예트대학교 소속 고고학자 센케르 아틸라는 라이브사이언스에 보낸 이메일에서 “베르가마 박물관 수장고에서 작업하던 중 일부 유리 용기 안에 잔여물이 남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향수나 기름, 약을 담는 데 사용되던 소형 유리병의 내용물을 분석한 결과를 논문을 통해 공개했다. 해당 유리병은 고대에 점토로 밀봉된 상태였으며, 튀르키예 서부에 위치한 고대 도시 페르가몬의 무덤에서 출토됐다.
연구진은 향수나 기름, 약을 담는 데 사용되었던 작은 유리병의 내용물을 분석한 내용을 논문을 통해 자세히 설명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19일 국제학술지 '고고학저널: 보고서(Journal of Archaeological Science: Reports)'에 발표됐다. 이 유리병은 고대에 점토로 밀봉됐고, 터키 서부의 고대 도시 페르가몬의 무덤에서 발견됐다.
GC-MS 분석으로 드러난 ‘인분 약’의 실체
아틸라는 “연고통을 처음 열었을 때는 특별한 악취가 나지 않았다”면서도 “장기간 보관되는 동안 내부에 남아 있던 잔여물을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를 발견한 뒤 즉시 분석 절차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기체 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법(GC-MS)’을 활용해 유리 연고통 내부에서 긁어낸 짙은 갈색 잔여물에 포함된 유기 화합물을 분석했다. 그 결과 사람의 장내 미생물이 음식물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물질인 ‘코프로스타놀’과 ‘24-에틸코프로스타놀’이 검출됐다.
연구진은 “인분의 생체지표로 검증된 이들 화합물이 일관되게 확인된 점은 해당 용기에 원래 대변이 들어 있었음을 강하게 시사한다”고 밝혔다. 비록 배설물의 정확한 출처를 특정할 수는 없었지만, 두 화합물의 비율로 볼 때 인간의 대변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악취는 백리향으로 가려
또한 잔여물에서는 방향성 유기 화합물인 ‘카바크롤(carvacrol)’도 검출됐다. 이는 허브의 일종인 백리향에 함유된 성분이다. 아틸라는 "샘플에서 백리향이 섞인 인분을 발견했다"며, “이는 로마의 저명한 의사 갈레노스가 사용했던 약용 조제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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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에 따르면 고대 로마 의학에서는 염증과 감염은 물론 생식 관련 질환 치료에 배설물을 활용한 민간요법이 널리 사용됐다. 실제로 갈레노스는 콩류와 빵, 와인을 섭취한 어린이의 배설물이 치료 효과를 지닌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고대 의사들 역시 환자들이 악취 나는 약을 거부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향기로운 허브나 와인, 식초 등을 사용해 냄새를 가리는 방법을 권장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에 대변이 약용으로 사용됐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최초의 직접적인 화학적 증거”라며 “배설물의 악취를 강한 향을 지닌 허브로 가렸다는 점에 대해서도 명확한 증거를 제시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발견은 갈레노스를 비롯한 고대 문헌에 기록된 처방과 매우 유사하며, 이러한 치료법이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실제로 실행됐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