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들, 죽은 자에게 와인 바쳤다…’제물용 수로’ 눈길

프랑스 리비에라서 로마시대 화장 묘지 발굴

과학입력 :2025/11/04 11:14    수정: 2025/11/04 12:47

프랑스에서 거대한 로마 시대 화장 묘지가 발견됐다고 과학매체 라이브사이언스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리비에라에서 발굴 작업을 진행하던 고고학자들은 로마 시대 대규모 화장 묘지를 발견했다. 이번 발굴을 통해 고대 로마인들이 어떻게 화장을 진행했으며, 또 사후 세계에서 죽은 이들을 어떻게 기억했는지를 보여주는 단서들이 드러났다.

올비아 유적지의 화장터가 지붕이 있는 무덤으로 변모한 모습 (사진=Sylvie Duchesne / INRAP)

고대 올비아 유적지서 160기 이상 화장 무덤 발견

이번 유적은 프랑스 남부의 고대 그리스 식민지였던 올비아에서 발견됐다. 이곳은 기원전 350년경 마실리아인(현대의 마르세유 주민)들이 세운 정착지로 유명한 곳이다. 기원전 49년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마르세유를 점령한 이후에는 무역과 온천 중심의 로마 도시로 변모했다.

프랑스 국립고고학연구소(INRAP)는 지난 달 말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에 발견된 160기 이상의 화장 무덤은 모두 기원후 1~3세기, 로마 제국 시기의 올비아에 속한다”고 밝혔다.

화장 방식과 의례의 흔적

연구진에 따르면, 많은 시신은 사각형 구덩이 위에 세운 나무 받침대에 안치된 후 화장됐다. 장작의 열기로 나무 받침대가 무너지고 뼈는 하얗게 변하고 뒤틀렸으며 유리 제품들은 녹아내리고  청동 유물은 휘어졌으며 도자기는 그을음으로 얼룩졌다.

INRAP는 "올비아 유적지의 독특한 점은 대부분의 무덤이 고인을 기리거나 보호를 기원하기 위해 와인이나 맥주 등 액체 제물을 바치는 제물용 수로(libation channel)로 둘러싸여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올비아에서 발견된 두 개의 제물용 수로 (출처=Tassadit Abdelli/Inrap)

이 제물용 수로는 무덤이 기와로 덮이고 흙으로 메워진 후에도 무덤 밖으로 돌출된 항아리 모양의 도자기 용기 ‘암포라’를 통해 유지됐다. 이 관으로 가족들은 고인에게 음식과 마실 것을 제공할 수 있었다.

올비아에서는 일부 화장터가 바로 매장지로 바뀌었지만, 다른 곳은 부분 또는 완전히 비워졌다. 전형적인 로마 관습은 유골을 유리, 도자기, 돌 항아리에 담아 매장하는 것이었으나 올비아에서는 많은 유골이 작은 더미 형태로 쌓이거나 부패하기 쉬운 용기에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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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이런 차이가 당시 주민들의 사회적 또는 문화적 차이를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INRAP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번 발견은 고대 장례 의식이 매우 풍부하고 다양했으며 그 속에는 여러 의미를 담고 있었음을 일깨워준다. 그 중 일부는 오늘날까지도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