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인종은 왜 사라졌나…연구진 "질병 확산이 결정적 원인"

유럽 연구진, PNAS에 관련 논문 발표

과학입력 :2026/07/29 15:45    수정: 2026/07/29 16:17

식인 행위는 오늘날 용납할 수 없는 금기로 여겨지지만, 인류 역사 곳곳에는 식인 기록이 남아 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식인 풍습이 사라졌을까. 

이 의문에 답하기 위해 폴란드 브로츠와프대학교와 체코 카렐대학교 연구진은 식인 행위의 위험성과 이점을 수학적으로 정량화하는 연구를 진행했다고 과학매체 사이언스얼랏이 최근 보도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됐다.

식인은 극한 상황에서는 원초적인 생존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인간의 살 역시 다른 동물의 고기처럼 영양소와 에너지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 결과, 식인 행위는 장기적으로 이득보다 위험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남아메리카에서 적을 잡아먹는 원주민들, 1592년 Theodor de Bry 판화. (사진=위키피디아)

카렐대학교 이론·진화생물학자 페트르 투레체크는 "우리의 모델은 정기적인 동족 포식이 장기적으로 인류에게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식인이 일정 부분 정당화될 수 있는 상황도 매우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식량이 극도로 부족하고, 식인 대상이 이미 사망했으며, 위생을 위해 고기를 익혀 먹을 수 있고, 그 대상이 식인을 한 적이 없는 사람인 경우에 한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식인이 지속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감염병 확산 위험이다. 병원체는 동일한 종 사이에서 전파될 가능성이 훨씬 높기 때문에, 사람이 사람을 먹을 경우 질병이 빠르게 퍼질 수 있다. 특히 식인 행위를 한 사람의 고기를 또 다른 사람이 먹는 연쇄 구조가 형성되면 병원체가 축적되고 전파될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연구진은 식인에 의존하는 공동체가 결국 빠르게 붕괴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식인 풍습이 확산될수록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카렐대학교)

투레체크는 "치료가 어려운 질병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발생하는 역학적 비용이 칼로리 섭취를 통해 얻는 이익을 훨씬 뛰어넘는다"며 "결국 공동체가 붕괴하게 되며, 식인 금기는 이런 진화적 함정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하는 효과적인 장치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실제 사례로 파푸아뉴기니 포레(Fore)족을 제시했다. 포레족은 장례 의식에서 사망자의 시신을 먹는 풍습으로 인해 치명적인 뇌 질환인 '쿠루(kuru)'가 확산됐다. 이 질병은 변형된 단백질인 프리온(prion)에 의해 전파되며, 일반적인 병원균과 달리 가열 조리로도 제거되지 않는다. 쿠루는 이들이 식인 풍습을 중단한 이후에야 사라졌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이 같은 제약 조건은 식인이 간헐적으로만 나타난 이유와 식인에 대한 금기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오늘날 식인은 극히 드문 행위로 남아 있다. 연구진은 이번 모델이 식인 공동체가 질병 확산으로 인해 스스로 쇠퇴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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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모든 사회적 요인을 반영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일부 문화권에서는 이웃 공동체에 공포를 심어주거나 자신의 권위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식인이 이루어졌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같은 사회적 보상을 설명하려면 신호 이론이나 집단 간 경쟁을 포함한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며 이는 이번 연구 범위를 벗어난다"며 "개인 수준의 이득과 집단 수준의 비용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향후 연구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