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로봇이 산업현장서 사고친다면?

박지훈 화우 전문위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가능...선제적 대응 필요"

디지털경제입력 :2026/02/18 08:57    수정: 2026/02/18 08:58

휴머노이드 로봇 확산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국내 산업안전보건법 체계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가능성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지훈 법무법인 화우 전문위원은 최근 '제1회 휴머노이드 테크콘'에서 "기술 발전과 별개로 법과 제도는 보수적으로 움직인다"며 "현재 국내 법 체계상 휴머노이드에 적용할 명확한 안전 기준이 부재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 전문위원은 포스코ICT와 안전보건공단 근무 경력을 거쳐 현재 산업재해 대응 및 사고 예방 컨설팅을 담당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양산형 모델 (사진=보스턴다이내믹스)

"산업용 로봇은 '격리'가 원칙…휴머노이드는 법적 공백"

박 전문위원은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체계에서 산업용 로봇은 근로자와 격리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223조는 로봇 운전 중 위험 방지를 위해 울타리 설치를 원칙으로 한다"며 "다만 KS 또는 국제 안전 기준을 충족할 경우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협동로봇은 KS B ISO 10218 등 국제 표준을 충족할 경우 펜스 설치 면제가 가능하다. 휴머노이드는 이에 해당하는 국내외 안전 기준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박 전문위원은 "이족보행 휴머노이드는 기존 '고정식 산업용 로봇' 정의에도, 로봇 셀 개념에도 명확히 들어맞지 않는다"며 "규제 공백 상태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박지훈 법무법인 화우 전문위원이 6일 서울 웨스틴조선 파르나스에서 열린 '제1회 휴머노이드 테크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신영빈 기자)

"사고 발생 시 경영책임자 형사책임 가능"

특히 박 전문위원은 중대재해처벌법 리스크를 강조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 사고 발생 시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는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 위험이 추가된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며 "적절한 방호 조치 없이 사고가 발생하면 경영진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AI 자율 판단에 따른 사고 발생 시 책임 구조다.

박 전문위원은 "AI가 스스로 판단해 발생한 사고라도 수사기관은 결과 중심으로 접근한다"며 "예견 가능한 위험을 사전에 제거하지 않았다는 논리로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묻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특히 시행령 제4조의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의무, 위험성 평가 의무가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그는 "위험성 평가는 모든 직책에 적용된다"며 "사고 발생 후에는 해당 평가가 법적 기준에 부합했는지 역으로 검증받게 된다"고 말했다.

박지훈 법무법인 화우 전문위원이 6일 서울 웨스틴조선 파르나스에서 열린 '제1회 휴머노이드 테크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신영빈 기자)

"산업용 로봇 사고 연 3명씩 사망"

박 전문위원은 산업 현장의 통계도 언급했다.

그는 "최근 10년간 산업용 로봇 사고로 연평균 약 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최근 3년은 증가 추세"라며 "휴머노이드가 도입될 경우 새로운 위험 요인이 추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자파, 오작동, 예기치 못한 동작 등 기술적 리스크도 변수로 지목했다.

박 전문위원은 "가정용과 산업용은 전자파 환경 자체가 다르다"며 "휴머노이드 적용 환경에 따라 위험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피규어AI 3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03' (사진=피규어AI)

"개인정보·노동 문제도 변수…표준 제정 시급"

법적 이슈는 산업안전 영역에 그치지 않는다.

박 전문위원은 "휴머노이드는 영상·음성·행동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근로자 감시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시장 충격도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휴머노이드가 일자리를 대체하는 구조가 형성될 경우 노사 간 사전 합의와 직무 전환 체계가 필요하다"며 "독일식 노사협의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박 전문위원은 국제표준(ISO TC 299) 논의가 빠르게 마무리돼야 국내 법 체계 반영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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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국제 표준이 제정돼야 국내 안전 기준 도입이 가능하다"며 "합리적으로 수용 가능한 안전 기준 제시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휴머노이드 확산은 기술·법·노동이라는 세 축의 사회적 합의 위에서 가능하다"며 "기술적 완성도만이 우선 과제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