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기술에 힘입어 보건의료 영역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전 세계는 디지털 헬스케어(Digital Healthcare)를 통한 신종 감염병, 초고령화 시대, 지역 간 건강격차 해소 등 우리 앞에 놓인 적대적 환경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디넷코리아는 국내·외 디지털헬스산업의 가장 정확한 전망을 제시할 것이다. [편집자 주]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빅데이터의 가치가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고품질의 보건의료 빅데이터의 표준화와 확산, 활용 여부에 골몰하고 있다.
일단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데이터 환경은 ‘우수’하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이를 보여주는 것은 전자의무기록(EMR)시스템 도입 현황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EMR시스템 도입 현황 조사에 참여한 총 1천985개 의료기관 도입률은 92.1%에 달한다. 치과를 제외할 시 95%의 의료기관에서 EMR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었다. EMR은 환자가 내원하였을 때 발생하는 환자의 진료기록을 전자적인 형태로 내원진료기록 단위로 기록한 것을 말한다.

EMR을 통해 확보된 막대한 진료 및 검진 결과 등 자체를 고품질의 빅데이터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는 갱도에 돌멩이와 다이아몬드 원석이 뒤섞인 상태와 다름없다. 무작위로 쌓인 건강정보를 가치 있는 데이터로 바뀌기 위한 첫 단계가 바로 ‘데이터 표준화’ 과정이다.
염민섭 한국보건의료정보원(KHIS) 원장은 “EMR 도입으로 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엄청난 보건의료 데이터가 있지만 품질이 보증된 표준화된 정보가 없어 활용도가 낮은 실정이었다”라고 언급했다.
권애경 KHIS 보건의료표준화사업단장도 “의료기관 간 임상 및 진료 데이터 교류도 원활하지 않아 이를 극복하기 위한 표준화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미국이나 유럽연합 등은 국가 차원에서 의료데이터 표준화 거버넌스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으며, 의료데이터 관리 정책 및 이를 관리하는 별개의 조직이 존재한다”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한국보건의료정보원이 의료데이터 관리를 전담하고 있다. 염민섭 원장도 “KHIS는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전체 의료기관을 건강정보 고속도로로 연결하고 있다”라며 “인공지능(AI)의 시대에 데이터의 가치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라고 강조했다.
관련해 ‘EMR 인증제’나 ‘진료정보교류사업’, ‘마이헬스웨이 시스템’ 등은 국내에서 시행 중인 표준화 관련 정책 및 유관 사업들이다. 하지만 의료데이터와 관련해 유사 사업별 개별 표준화 적용으로 국가 단위 표준화는 부재해 표준화를 통한 활용 기반 마련이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는 한국인이 취약한 질병을 사전에 예측하고 진단하기 위한 데이터를 만드는 정부 주도의 국민 참여 사업으로, 국민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한국인의 건강정보와 유전정보를 모으고, 안전한 플랫폼 안에서 관리하며, 자격 있는 연구자들이 정보를 분석하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로 추진 중이다.
총 9년의 사업 과정에서 현재는 1단계다. 내년부터 유전체 데이터가 순차적으로 외부에 공개될 예정이다.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플랫폼’은 앞선 사업으로 의미 있는 건강 데이터를 확보, 연구 플랫폼 구축 사업이다.
염민섭 원장은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플랫폼은 현재 구축 단계로써, 내년 하반기부터 활용이 예상된다”라며 “유전체‧검진‧임상 등 모든 정보가 모여 훗날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플랫폼은 희귀난치성, 중증, 일반 등으로 타깃해서 추진되며 이는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 매우 선진적인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뛰어난 의료 연구자를 보유하고 있어, 후발주자이지만 기반이 구축되면 빠른 속도로 해외를 따라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AI 시대 개인 건강정보 활용 긍정 인식 늘어”
국내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법적 여건은 완화되는 추세다. 지난 2020년 정보통신법 개정에 이어 같은 해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등 일명 데이터 3법이 통과했다. 이후 2022년 디지털헬스케어법이, 지난해에는 디지털헬스케어진흥법을 발의됐다.
물론 이견도 존재한다. 의료데이터 활용에 반대하는 쪽은 과거 아이슬란드의 데이터 활용 실패 사례를 든다. 아이슬란드는 1998년부터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추진해 왔고, 관련 법안도 일사천리로 마련했다. 아이슬란드 정부는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분석을 ‘디코드’라는 민간 기업에 맡겼는데, 디코드는 데이터 활용 성과를 내지 못하고 결국 파산해 버렸다. 간과한 것은 디코드가 관리하던 보건의료데이터였다. 디코드는 다국적 제약기업에 14만 명분의 빅데이터를 팔아넘겼다.
염 원장은 “과거 개인정보 유출 사건 등으로 개인정보의 활용보다는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내 정보가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 등 사회적 기여에 필요하다면 제공하겠다는 인식이 늘고 있다”라며 “국가통합빅데이터통합플랫폼에도 자발적인 국민 동의로 진행되는 등 사회적 인식이 많이 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 기업 보유 의료데이터는 얼마?…첫 가치평가 산정 눈길2025.08.13
- 헬스케어 산업계·與, 한목소리로 "의료데이터 활용 문 활짝 열자”2025.03.26
- 의료데이터, 가명처리 범위 확대…데이터 제공기관 책임도 구체화돼2024.01.19
- 의료데이터 중심병원, 임상데이터 활용시 병원 간 주요항목 서식 표준화2024.02.16
그러면서 “의료 빅데이터는 클라우드로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다”라며 “(민간 활용과 관련) 유럽에서도 보험가입 제한 등 악용될 소지가 있을 시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어 우리도 이런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보안을 신뢰할 수 있는 연구 환경에서 민간 연구자들이 분석하는 만큼 재식별 등의 위험 요소는 극히 낮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