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 끝나고 거의 2주 만에 올라가는 건데 집에 빨리 가고 싶어요."
제주지역에 폭설과 강풍이 몰아쳐 항공기 수백 편이 결항한 23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3층 국내선 출발장.
학교 로고가 크게 박힌 패딩을 맞춰 입은 중학생 20여 명이 캐리어를 방석 삼아 공항 바닥에 주저앉아 휴대전화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들 모두 지난 11일 제주로 동계 전지훈련을 왔다가 발이 묶인 태권도 선수들이다.
서모양(15)은 "훈련이 끝나고 드디어 오늘 집으로 가는 날인데 비행기가 결항돼 언제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표도 아직 못 구했는데 얼른 집에 가고 싶다"고 울상 지었다.
이날 제주국제공항에 대설특보, 강풍특보와 급변풍 특보가 동시에 발효되며 오전 11시 기준 국내선 273편(출발 128편·도착 145편)과 국제선 18편(출발·도착 각 9편) 등 총 291편이 결항했다.
오전까지 제주에 뜨고 내린 항공기는 고작 6편에 그친다.
공항 출발 대합실에는 항공사별 체크인 카운터를 중심으로 50여m의 긴 대기줄이 늘어서 있었다. 모두 결항으로 기존 항공권 일정을 바꾸거나 환불하려는 승객들이다.
서울에서 친구들과 함께 여행 온 50대 관광객은 "우리가 탈 비행기가 김포에서 제주에 도착하긴 했는데 제주 날씨가 워낙 안 좋다 보니 뜰 수 있을지 말지 모르겠다"며 "결항이 확정된 게 아니고 계속 미정이라고만 하는데 희망고문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 측은 이날 오전 6시부터 2시간 동안 활주로를 폐쇄한 뒤 밤사이 쌓인 눈을 치우고 항공기 운항을 재개했지만, 계속된 폭설과 강풍 탓에 결항편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날 오후 5시30분까지, 에어부산은 오후 6시까지 모든 항공편을 결항 조치한 뒤 기상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눈구름대가 제주도로 계속 유입되면서 이날 오후부터 24일 이른 아침까지 더 강하고 많은 눈이 내릴 것으로 예보돼 운항 차질은 내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이미 내일까지 전편 만석이고, 날씨도 점점 안 좋아질 것으로 보여 정상 운항 여부는 내일 오전 10시는 돼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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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눈이 내리기 시작한 지난 21일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사흘간 제주 지점별 신적설(새로 내려 쌓인 눈의 깊이)은 사제비(산지) 30.4㎝, 어리목(산지) 29.8㎝, 삼각봉(산지) 21.4㎝, 산천단(북부) 9.0㎝, 중문(남부) 5.4㎝, 표선(동부) 4.7㎝, 강정(남부) 3.1㎝, 제주(북부) 2.1㎝ 등이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