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출연자 욕설 논란..."이 또한 지나가리"

[백봉삼의 공감] '좋은 게 좋은 거'가 아니다

데스크 칼럼입력 :2023/03/21 16:07    수정: 2023/03/22 08:57

얼마 전 현대홈쇼핑 방송에서 진행자인 정윤정 씨가 생방송 도중 욕설한 사실이 지디넷코리아를 시작으로 여러 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큰 논란이 됐다. 롯데홈쇼핑에서 김밥과 토스트를 먹으면서 방송한 것까지 알려져 더 큰 공분을 샀다.

유튜브 등 개인 방송에서나 가능한 발언과 행동을 홈쇼핑 생방송에서 했다는 비판과 지적이 잇따랐다. 논란이 확대되고 여론이 악화되자 프리랜서로 정 씨를 출연시켰던 홈쇼핑사들은 '일시 출연 정지' 조치를 내렸다. 일단 규제 심의 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또 성난 여론이 잠잠해질 때까지 정 씨에 대한 최종 조치를 미루려는 것으로 읽힌다.

짐작컨대 홈쇼핑사들은 '연봉 40억 쇼호스트'·'완판녀'란 화려한 수식어를 가진 정윤정(정쇼)의 영향력과 판매력을 쉽사리 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누가 뭐라 해도 정쇼가 흥행보증 수표로 건재한 이상 "이 또한 지나가리라"에 기대고 싶은 심리를 이해 못할 것도 아니지만.

(제공=이미지투데이)

방심위 역시 정 씨가 특정 홈쇼핑사에 전속된 쇼호스트가 아닌, 프리랜서란 이유를 들어 홈쇼핑에 고강도 제재를 내릴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악화된 여론을 전혀 의식하지 않을 순 없겠지만, 최근 일련의 심의 추이를 놓고 봤을 때 법정 제재까지 갈지 의문스럽다.

이번 정윤정씨의 욕설 논란을 지켜보면서 특정 기억이 겹쳐 떠올랐다. 기자는 2010년대 초반 아프리카TV에서 인기 많던 한 게임 BJ를 취재했다. 이 BJ는 인터넷 방송에서 해결사 역할을 하며 이용자 아이템 거래 사기범의 신상털기 방송을 진행했다. 심지어 예비신부 연락처와 결혼식 정보까지 방송에서 공유하며 공개적인 망신을 줬다. 결혼식에 같이 쳐들어가자고도 선동 했다. 이를 기사화 하자 회사 측은 영구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지만, 돌연 제재 수위를 낮췄다. 잘못에 비해 과한 조치란 게 그 이유였는데, 당시 그가 모객과 매출에 큰 기여를 하는 인기 톱 BJ였기 때문이란 의심을 여전히 지울 수 없다.

이어 이 BJ는 노출 방송 사고로 결국 영구정지 됐는데, 또 한 번 회사의 정책 변경으로 극적인 복귀를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몇 년 후 그 BJ는 도박 사이트 홍보와 온라인 불법 도박장을 열어 끝내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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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윤정씨의 욕설 방송 및 방송 중 취식 논란과 기자의 이전 기억을 직접 연결 짓는 것이 무리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번쯤 찬찬히 살펴볼 교훈은 있다고 본다. 어떤 이유에서건 잘못을 잘못이라 하지 못한다면, 분명한 실책인데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넘어간다면, 더 감당할 수 없는 사고가 찾아올 수 있다는 것. 또 이것이 하나의 선례이자 기준이 돼 비슷한 방송 사고에서도 엄격한 잣대를 댈 수 없는 부작용을 일으킨다.

누구나 실수와 잘못을 할 수 있다. 그래서 때로는 넓은 이해와 관용이 넘어진 그 사람을 일으킨다. 단, 잘못의 고의성이 없고, 반복된 잘못이 아니라는 전제에서다. 또 진정성 있는 사과를 했느냐도 감안할 수 있겠다. 그런데 아무리 들여다봐도 이번 홈쇼핑 욕설 논란은 너그러이 이해해줄 이유를 찾아보기 힘들다. 시청자들을 향해 "보기 싫으면 보지 말라" 했다가 돌연 "죄송하다"는 정윤정씨의 사과에 마음을 열어줄 이가 그의 가족 말고 누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