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너무 '이해심' 많은 방심위…'권고소위'인가

생방송 중 욕설-취식까지..."객관적인 심의와 제재 필요해"

기자수첩입력 :2023/03/15 16:40    수정: 2023/03/16 10:13

최근 현대홈쇼핑 생방송 중 판매자가 욕설해 논란이다. 이 판매자는 롯데홈쇼핑 화장품 판매 생방송에선 김밥을 먹고 남편과 통화를 해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다.

다수 시청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민원을 제기했다. 판매자가 방송을 조기 종료할 수 없다며 짜증을 내고, 심지어 "XX"이라는 욕설까지 해 불쾌감을 느꼈다는 것. 민원인들은 판매자가 제대로 된 사과 대신, 비아냥거린 것을 더 큰 문제로 봤다.

방심위 광고심의소위원회가 이 문제를 다뤘다. 심의위원들은 홈쇼핑사 소명을 듣고 제재 수위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반면 롯데홈쇼핑 생방송 중 김밥을 먹거나 통화를 해서 문제된 방송에 대해서는 '문제없음'이라고 결정했다. 

김밥 등을 취식한 롯데홈쇼핑 방송 장면.

앞뒤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방송 중에 음식을 먹는게 어때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먹방도 있는데"라고 반문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화장품 판매 생방송 진행자가 음식물을 입에 넣고 방송하는 모습이 유쾌한 장면은 아니다. 진행자가 당당하게 음식을 먹는 장면을 실제로 본 시청자라면 '무시당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민원을 제기한 것은 이런 점 때문이었다. 

그러나 방심위원들은 시청자들의 민원에 공감하지 못했다. 음식을 먹고, 통화하는 모습에 대해선 "개인 방송처럼 연출할 수 있다. 일종의 연출이라고 생각한다"며 너그러이 이해했다.

상품 판매자의 유명세에 집중하기도 했다. 김우석 위원은 "주변에 물어보니 유명한 사람이라고 한다. 일반적인 연예 프로그램에서도 음식을 먹으면서 하기도 한다. 이걸 심의에서 규제하는게 맞나 싶다"고 말했다.

김 위원 말대로 '음식을 먹으면서 하는 연예 프로그램'도 있다. 게다가 일부 '먹방'은 꽤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상품 판매 생방송에서 음식을 먹는 행위에 대한 면죄부 근거로 '먹방'을 예로 드는 것은 적절해 보이지는 않는다. 지나치게 넓게 이해하려고 애쓴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방심위는 방송사들이 문제를 일으켰을 때, 전문적으로 살펴보고 제재하는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그런데 최근 방심위는 홈쇼핑사 잘못에도 행정지도에 그친다는 이유에서 '권고위원회'라는 오명을 쓸 만큼,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 소비자를 기만하며 원산지를 속여 팔아도 '권고' 결정을 할 정도다.

그렇다고 '강력한 제재'가 능사라는 얘기는 아니다. 방송에서도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방송의 영향력에 걸맞은 질서 유지를 위해서도 힘을 쏟아야 한다. 그 역할을 맡은 곳이 방심위다. 방심위에게 이런 '최소한의 감시자' 역할을 주문하는 것이 지나친 요구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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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의 솜방망이 처분은 홈쇼핑사에도 도움이 될 리 없다. 방송 품위에 어긋나는 행동을 해도 '문제없다'고 하니 쇼호스트나 판매자들이 어떤 행동을 해도 홈쇼핑사가 내부적으로 제재할 명분이 약해지게 된다. 이는 시청자들이 홈쇼핑을 외면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당장은 자극적인 멘트와 행동이 매출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누적되면 홈쇼핑에 대한 시청자의 피로도와 거부감만 키울 뿐이다.

“너무 많은 이해심은 무관심일 수도 있다”는 옛 유행가 가사처럼, 방심위의 잦은 봐주기식 심의는 일하지 않겠다는, 본업에 대한 무관심일 수 있다. 방심위의 객관적인 심의와 제재가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