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SM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의 창업주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의 계약종료 이후에도 70년 이상 음원수익 중 6%를 '로열티' 명목으로 가져가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으로 3년동안에만 300억원, 10년동안엔 500억원 이상이 지급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카카오가 신주 유상증자 및 전환사채 발행 등의 방식으로 2대주주로 올라서자 이수만 총괄 측이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가운데, 이같은 '이익 몰아주기' 내용이 담긴 계약 원문이 공개되면서 소액주주들이 다시금 결집하는 계기가 될 지 주목된다.
9일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이수만 총괄이 사후계약을 통해 오는 2092년까지 에스엠 음원수익의 6%를 로열티 명목으로 수취하는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당초 얼라인 측이 이수만 총괄의 라이크기획 계약 종료를 요구했던 이유는 라이크기획이 에스엠의 이익을 지나치게 착복하고 주주환원을 저해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회사의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도 지나치게 저평가돼 주주의 손실이 큰 만큼 주주제안 등 주주 행동주의를 통해 라이크기획과의 계약을 조기종료시키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라이크기획과의 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이수만 총괄 개인의 계약은 그대로 남아있어 음원수익 등 에스엠의 순이익이 이수만 총괄 개인에게 그대로 흘러가는 구조인 것이다.
지난 2015년에 체결되고 연장되어 온 <라이크기획 프로듀싱 라이선스 계약 별지 2>의 '계약 종료 후 정산에 관한 약정'(이하 사후정산 약정)의 내용에 따르면, 이수만 총괄은 사실상 아무런 용역에 대한 의무 없이 기존 발매된 음반음원 수익에 대해 2092년까지 로열티 6%를 수취한다. 매니지먼트 수익에 대해서는 로열티 3%를 2025년까지 수취하도록 되어 있다.
얼라인 측은 사후정산 약정이 그대로 이행될 경우 첫 3년간 400억 이상, 그리고 향후 10년간 500억 이상 지급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에 얼라인 측이 계약 원문을 공개한 것은 '소액주주 결집'을 통해 혹시 모를 경영권 분쟁의 '표대결'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최근 카카오가 에스엠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2대주주로 올라서자 이수만 총괄은 크게 반발하며 법적대응에 나서는 등 경영권 분쟁이 가시화되는 상황이다.
현재로선 카카오와 이수만 양 측이 모두 확실한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을 만큼의 지분 우위를 점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주주총회에서 '표대결' 양산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증권가 일각에서는 방시혁 하이브 대표가 에스엠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 일부 증권사와 매입주관사 계약을 타진한다는 내용도 알려졌다. 이렇게 될 경우 방 대표가 이수만 총괄의 우호지분인 '백기사' 역할을 담당할 수도 있다.
지난해 얼라인 측이 에스엠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소액주주 표를 결집시켰을때도 컴투스가 지분 매입에 나서며 '백기사 등판'에 대한 의혹이 있었다.
카카오가 지분을 장내 매입하는 방식으로 지분 경쟁에 나서더라도 현재 16%(희석기준)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 이수만 총괄과의 경쟁이 힘에 부칠 수 있다. 따라서 얼라인 측은 이수만 총괄이 에스엠과 맺고 있는 계약의 부당함을 부각시켜 소액주주의 결집을 유도하려는 것으로 파악된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에스엠 이사회가 (이수만 총괄의 개인계약 등) 사후정산 약정을 이행하는 것은 이사로서의 선관주의 의무와 충실의무 위반의 임무해태,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지원행위, 업무상 배임의 법령위반 행위 등에 해당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회사에 심각한 손해가 생길 것으로 보고 '위법행위유지청구'를 통해 1월30일까지 에스엠 이사회에 해당 정산 약정의 이행 중지를 공식 요구한 바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얼라인은 에스엠의 모든 주주들이 이번 소수주주권 행사의 내용을 알 수 있도록 위법행위유지청구 원문을 공개했으며 필요할 경우 추가적인 소수주주권 행사 관련 원문 공개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증권가는 경영권 분쟁이 현 경영진과 카카오측의 승리로 마감되어야 회사의 밸류에이션과 주가에 우호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이수만 총괄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이익 수취가 회사엔 악재였다는 것이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 주주가치 개선을 위해서는 경영진 측의 승리가 유리하다"면서 "장기적 주주가치 상승을 위해서는 거버넌스 개선과 안정적인 음악 제작 체제를 통한 이익 및 주주환원 강화 방안을 발표한 경영진 측의 승리가 필요하다"고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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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도 "그동안 회사의 성과를 주주 및 임직원들과 나누지 않았고 충분히 고칠 기회가 있었음에도 수많은 골든 타임을 놓쳐 왔던 것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