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진·이사회, 스스로 디지털 이해도 높다고 착각”

딜로이트 그룹, 첨단기술 디지털전환 경영진 이사회 인식 수준 결과 발표

인터넷입력 :2022/10/20 14:42

기업 경쟁력 강화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첨단기술 도입과 디지털전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영진과 이사회가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한 ‘인식의 전환’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딜로이트 그룹(총괄대표 홍종성)은 딜로이트 글로벌 보드룸 프로그램에서 55개국, 500명 이상의 이사회 구성원들과 경영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분석한 '첨단기술과 디지털 전환에 대한 경영진과 이사회의 인식 차이' 리포트를 발표했다.

딜로이트는 글로벌 기업의 이사회의 경영진들에게 심도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글로벌 보드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보드룸 프로그램은 리더십 자료 발행, 전문가 패널이 참석한 웨비나 개최 등을 통해 기업 이사회와 경영진의 공통 관심사와 중대한 사안을 다루고 있다. 또 딜로이트 전문가, 기업 이사회와 경영진, 투자자, 회계 전문가, 학계, 정부 간 소통을 지원한다.

첨단기술과 디지털 전환에 대한 경영진과 이사회의 인식 차이 리포트 요약 인포그래픽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영진과 이사진들 사이에 기술투자와 디지털 전환에 대해 극명한 인식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특정 영역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 있어 이사진들보다 경영진들의 인식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차이는 작게는 2% 내외지만 크게는 약 20%까지 나타났다.

딜로이트는 대부분의 기업 이사진들이 자기 조직의 기술 수용과 투자 상황을 과대평가하고 있으며, 실제로는 기술과 디지털에 관한 이사회의 투자와 인식 수준이 수년간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또 경영진과 이사회의 인식 전환 없이는 기업이 첨단 기술과 디지털 전환 중심의 기술집단으로 거듭나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 이사회 80% 디지털 전환 낙관? 실상은 '부족’

딜로이트 글로벌 보드룸 프로그램 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대표(CEO)의 85%는 팬데믹 기간 기업의 디지털 전환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올해 전 세계에서 발생한 IT 투자 규모가 시장조사업체 가트너 집계 기준 전년 대비 4% 증가한 4.4조 달러(약 6천300조원)에 이르는 배경이다.

그렇다면 경영진과 함께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어야 하는 이사회는 과연 디지털 전환 트렌드를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을까.

본 리포트에 따르면 기업의 이사진 80%는 "조직의 기술전략 이해도에 자신이 있다"고 답하며 기술 관련 문제에 있어 본인들의 참여 정도를 스스로 만족해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사회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인식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80%의 응답자 중 약 절반이 기술 안건에 대해 "경영진에 도움을 청하거나 외부의 도움을 받는다"고 말했으며, 경영진과 외부 전문가들은 "이사진 4명 중 1명 정도만 기술 안건을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 외에도 인력의 기술 역량 개선에 대한 투자 필요성에 대해 경영진의 61%가 동의했으나, 그 비중이 이사회는 49%에 불과했다. 친환경 기술 영역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경영진의 디지털 인식은 이사회를 압도했다.

첨단기술과 디지털 전환에 대한 경영진과 이사회의 인식 차이 리포트 요약 인포그래픽

심지어 경영진도 이사회의 디지털 전환 인식에 대해서 회의감을 보였다. "이사회가 기술관련 문제에 충분히 참여하고 있지 않다"고 답한 이사진은 27%에 불과했으나, 경영진의 비율은 41%로 높았다. 또 경영진의 42%는 "이사회가 의사결정 단계에서 지나치게 외부에 의존한다", "이사회 구성원들은 기술 지식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이사회는 스스로 디지털 이해도가 높다고 생각하지만 냉정한 잣대로 보면 디지털 전환 인식이 낮고, 경영진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문제는 여기서 생기는 '기업의 착각'이다. 경영진과 이사회 모두 회사 내 기술 관련 경영정보를 두고 불분명하다고 생각하지만 조직 내 거버넌스 부재를 인지하는 경영진은 33%, 이사회는 36%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결국 몇몇 기업들이 기술 현안에 대한 문제는 인지하고 있지만 회사에는 타격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는 비논리적 상황에 빠져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 기술 리더십 신뢰한다는 응답 36%…전략 연계성 부족하고 기술 투자 가치 평가도 어려워

이사회의 디지털 전환 인식이 낮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기술 리더십 신뢰도가 낮은 상태에서 기술과 기업의 전략 연계성을 체감하지 못하는 등의 복합적인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다.

먼저 리포트는 이사회가 '기술 관리자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기업의 기술 리더십에 대한 신뢰가 낮기 때문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사진의 36%, C레벨 경영진 중 39%만이 기술문제 이해와 해결에 자신감을 보였으며, 이사진과 경영진들 10명 중 1명은 본인이 기술 리더가 될 자격이 없다고 응답했다.

기술과 기업 전략의 연계성이 낮은 것도 문제다. 조사에 참여한 경영진과 이사진들 10명 중 3명은 기술이 조직의 전략과 연계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이 역시 이사회가 기술 현안에 관심을 가지지 못하도록 하는 장벽이다.

또 기술투자와 기업의 성장을 설명할 수 있는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것도 어렵고 경영진의 35%, 이사회의 26%가 기술 투자에 대한 논의가 단기 성과 중심에만 치우쳐 있다고 본 점도 중요하다. 기술 투자효과를 측정하는 지표가 불명확해 기술 투자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여기에 기술투자 자체가 미흡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시간이 갈수록 그 중요도가 커져가는 데이터 자산 보호에 있어서도 경영진과 이사회 모두 자신감이 약했다. 경영진의 25%, 이사회는 무려 31%가 "데이터 자산을 파악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보호가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딜로이트 분석에 따르면 이사회가 디지털 전환에 대한 문제를 경영진에 필요 이상 전가하는 패턴도 잦아지고 있다.

그 결과 최근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기술과 관련된 투명성 요구가 많아지는 가운데 이사회의 존재감은 더욱 약해지고 있다. 이사회의 51%가 기술과 관련된 외부의 투명성 요구에 대해 "내부자원에 투자하고 필요시 외부의 도움을 받는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될수록 이사회의 디지털 인식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 해법은 이사회와 기술의 교집합...거버넌스 개혁 필요

딜로이트는 이사회가 기술 관리자 역할을 수행하려면 기술과의 교집합을 넓히는 것이 필수라고 분석했다. 이사회가 기술에 대한 스스로의 이해도를 냉정하게 파악하고, 기술을 기반으로 회사 전체의 거버넌스를 개선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이사회의 66%는 "이사회 구성원에 대한 기술 트렌드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영진의 61%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이사회가 기술 현안 등에 더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실제로 이사회의 60%, 경영진의 61%는 "이사회가 다양한 기술 안건에 대해 논의할 수 있도록 총체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사회와 기술 사안의 간격을 극적으로 좁혀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경영진의 54%는 "기술 사안을 이사회의 상시 의제로 정하고 CISO 및 CIO, CTO 등이 이사회 회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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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로 이사회에 대한 기술 교육이 필요함은 물론, 이사회 자체가 기술과 가까워질 수 있도록 상시적인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장기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주장과도 맥을 함께 한다. 워크숍 등 단기간에 디지털 전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방안을 두고 경영진과 이사회 각각 30%, 29%의 낮은 찬성률을 보인 것의 연장선이다.

김우성 한국 딜로이트 컨설팅 그룹 IT 전략 및 미래기술혁신 부문 리더는 "기술 투자의 중요성이 커지고 이사진들의 기술에 대한 이해와 참여 요구도 증가하는 상황 속에서, 이사회는 기술 이해도와 참여도를 높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술을 통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목해야 한다"며 "본 조사 결과가 이사회로 하여금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게 하고 필요한 시점에 행동을 할 수 있게 하는 단초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