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이란 뭔가. 기업의 소유 지분을 표시해주는 증권이다. 그것은 가치로 평가된다. 기업의 의도와 행위와 그 결과는 일상적으로 평가받는데 그 결과가 곧 주가다. 주식의 가치는 평가에 따라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한다. 그 소유주는 오를 때는 기분이 좋고 내릴 때는 우울하게 마련이다. 요즘 같은 장세에는 밥맛까지 떨어질 지경이다. 그러다보면 소유권을 포기하고 항복하는 이가 늘어난다.
주식시장에선 항복하는 횟수가 많을수록 돈을 잃게 돼 있다. 돈을 따고 파는 경우(익절)도 많겠지만 그 또한 더 큰 이익을 포기했다는 점에서 항복이다. 주식시장에서 진정한 승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오랫동안 항복하지 않고 기업의 장구한 성장의 과실을 최대한 확보하는 사람이다. 그게 누군가. 바로 오너다. 수백에서 수천 배의 차익을 거두는 사람들. 그들은 절대 항복하지 않는 사람이다.
항복하지 않는 방법은 그러므로 간단하다. 오너의 심장을 가지면 된다. 그런데 사실 주식투자자는 지분의 크기만 다를 뿐 모두가 오너다. 다만 작은 오너들은 지배주주와 달리 오너의 심장을 갖고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작은 오너들은 경영을 직접 책임지지 않기 때문에 부담이 적은데도 오너로서의 지위를 스스로 쉽사리 포기한다. 편하게 묻어갈 수 있는데도 촉새만큼이나 자발없다.
주식 투자자가 자발없는 까닭은 사실 온전히 그들 책임이기만한 것은 아니다. 기업이나 시장이 신뢰를 주지 못하는 까닭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건 세상이 늘 혼탁한 것과 마찬가지다. 100% 순결하고 완벽한 기업이나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차피 우리 모두 다소 혼탁한 3급수 환경에서 살아야 한다. 기왕에 주식투자를 하려면 그런 환경을 전제로 진정한 승자가 되는 길을 찾아보면 어떨까.
그 길로 가려면 최소한 3가지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 첫째, 정보에 투자하지 말고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은 거꾸로 한다. 기업을 알려하지 않고 정보를 얻기 위해 안테나를 세운다. 시장에 나돈 정보는 가끔 노다지가 될 수 있지만 대개의 경우엔 상한 반찬과 같다. 잘해야 기분 상하고 잘못하면 탈이 난다. 정보를 제공하는 자를 믿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업은 가능하면 자신이 잘 아는 우량주를 선택하는 게 좋다. 우량주는 현재 시장에서 일정한 지위를 갖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계속 성장할 것으로 판단되는 기업이다. 그런 기업이 아닌 곳에 투자한다는 의미는 기업이 아니라 정보에 투자하는 것이며 그것은 자칫하면 쉰밥을 먹는 것과 마찬가지다. 소액 투자자들이 창업 지배주주보다 좋은 건 무수히 많은 좋은 기업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 기업도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의 이치를 벗어나지 못하는 유기체라는 걸 잊지말아야한다. 아무리 좋은 기업도 결국엔 생로병사의 길을 간다. 그런데 개별 기업이 생로병사의 길을 간다 해서 시장 전체가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누군가 죽으면 다른 누군가가 태어나 그 자리를 채우는 곳이 시장이다. 한 기업에 ‘몰빵’하기보다 많은 기업에 분산 투자해야 하는 이유다.
세 번째, 날씨가 늘 평온한 것만은 아니듯 시장도 늘 온화한 것만은 아니다. 때때로 지금처럼 쓰나미가 몰려온다. 문제는 주식 쓰나미에 대한 예보는 일기예보와 달리 형편없이 적중률이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더 중요한 것은 주식 쓰나미는 위기이기도 하지만 좋은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는 사실이다. 지금 많은 사람이 곡소리를 내고 있지만 누군가는 조용하게 매집하고 있다.
이 판국에 조용히 매집하는 사람은 앞의 두 가지를 충분히 고려하면서 쓰나미를 오히려 기회로 삼는 긴 안목의 소유자다. 그는 많은 좋은 기업을 알아볼 시각을 키웠으며 순간적인 정보나 재료에 움직이지 않고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차곡차곡 주식 수량을 쌓아가는 사람이다. 떨어지는 주가에 항복하는 게 아니라 되레 수량을 더 많이 늘리는 기회로 보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결국 이긴다.
주식에 대한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 짧은 시간에 시세차익을 노리려고 투자하는 행위는 승률이 높을 수가 없다. 단판 승부의 승률은 기껏해야 50%다. 횟수를 늘려봐야 승률은 더 낮아진다. 0.5를 계속 곱하면 0으로 수렴한다. 이 싸움은 누구에게도 유리할 게 없다. 이를 뒤집을 수 있는 유일한 건 시간뿐이다. 좋은 기업은 시간이 흐를수록 성장하고 가치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에 투자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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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의 핵심은 결국 매매가 아니라 보유다. ‘오너의 심장’이란 게 바로 그것이다. 보유는 결국 시간에 투자한다는 의미다. 당연히, 투자하지 않고는 참을 수 없을 만큼 좋은 기업을 알아보는 안목을 전제로 한다. 그런 기업이 생겼다면 그것과 결혼한다는 자세로 시간을 내어줄 수 있어야 한다. 장기간 투자할 수 있는 여윳돈으로 다수 우량기업에 분산해서 적립식으로 분할 투자하는 것이다.
모든 주식 대가들은 다 그렇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