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하지 않은 채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을 맞닥뜨린 북한이 유열자(발열 증상이 있는 환자)에 대한 치료 방안을 마련하며 의료 대응에 전념하는 모양새다.
경환자 치료에선 고려 치료 방법(한방)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게 중요하다며 우황청심환을 권했고 민간요법으로 금은화 또는 버드나무 잎을 우려먹으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국내 전문가들은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방법들"이라며 "팍스로비드 등 직접적인 코로나19 치료제 없이 고육지책으로 버티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소금물 함수(가글) 하며 예방…일부 항바이러스 치료제 소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4일 "전국에서 열병이 동시다발적으로 전파, 확산하고 있는 지금 유열자들에 대한 치료대책이 절실하다"며 이들에 대한 치료법을 거론했다.
신문은 "무엇보다도 섭생을 잘 지키는 게 중요하다"면서 충분한 안정, 물 많이 마시기, 영양가 높은 식사 등을 당부했다.
아울러 소금물로 입안 헹구기, 요구르트 등 비타민이 많이 들어있는 음식 섭취 등도 조언했다.
경증 환자의 경우 증상과 의사 처방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우선 항바이러스 치료제인 '재조합 사람(인간) 인터페론 α-2b주사약'을 근육주사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 점액성 가래가 나타나고 감염 소견이 있다면 항생제 '페니실린 200만 단위'를 나눠 근육주사 하거나 '아목시실린' 또는 '에리트로미찐'을 0.5g씩 1일 3회 먹으라고 했다.
대증 치료법으로는 열이 날 경우 파라세타몰 등 해열진통제, 근육통 등이 심하면 항염증제인 볼테랜을 사용하라고 밝혔다.
신문은 "서로 다른 해열제를 짧은 시간 내에 반복해 많이 쓰지 않아야 한다"면서 경환자 치료에 "고려치료(북한식 한의학) 방법을 도입하는 게 중요하다"고도 소개했다.
구체적으로 패독산, 안궁우황환, 상향우황청심환 등을 권했고 민간요법이라며 금은화를 우려먹거나 버드나무 잎을 더운 물에 우려먹는 방안도 안내했다.
끝으로 신문은 "중환자들은 의료 일군(간부) 들의 지시 아래 산소요법, 순환부전에 대한 대책, 스테로이드제 치료 등 전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北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명피해"…열악한 상황 간접적으로 드러나
노동신문이 공개한 치료법과 북한의 상황 발표를 접한 국내 전문가들은 "한 눈에 봐도 북한의 보건·의료 체계가 열악해 보인다. 치료법 역시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것들"이라고 조언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다국적 제약사의 팍스로비드, 라게브리오 같은 코로나19 치료제가 없으니 검증되지 않은 방법을 꺼내놓은 모양"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인터페론 주사제 투여에 대해 "간염 바이러스 치료에 쓰이는 약이다. 코로나19 치료제로 주목받아 임상시험도 진행됐지만,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신영전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증상에 따라 적절한 대증 치료가 필요하다. 다만 팍스로비드는 우리나라도 줄 수 없을 정도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이 집에 격리돼있는데 약을 제때 받아 복용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의료 인프라가 열악하고 만성·필수 의약품 부족을 겪는 북한 상황을 지적했다.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이날 코로나 사망자가 발생한 원인에 대해 "대부분의 경우 과학적인 치료 방법을 잘 알지 못해 약물 과다 복용을 비롯한 과실"이라고 보고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치료제가 없어 혼란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에 반박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 또는 주민들이 실제 약물을 오남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신영전 교수는 "북한도 외국 인터넷 열심히 본다. 약이 모자란다는 점에 대해 공격을 받을 테니 약물 과다 복용이라고 '우리는 약이 부족한 게 아니다'라는 의도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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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안타깝지만 북한이 유행의 정점을 지나가려면 주민의 70~80%는 감염돼야 한다. 대입해보면 1750만명 정도"라며 "이 경우, 사망자는 10만명에 달한다"고 진단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