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코로나19 발생을 인정하면서 봉쇄 정책을 더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백신과 치료제 없는 봉쇄는 코로나19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결국 북한이 한국과 미국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된다.
북한은 13일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봉쇄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지난 12일 국가비상방역사령부를 방문해 강력한 봉쇄를 예고했다.
김 위원장은 "악성 비루스의 전파를 억제하는 데서 전국의 모든 도, 시, 군들에서 자기 지역을 봉쇄하고 주민들의 편의를 최대로 보장하면서 사업 단위, 생산 단위, 거주 단위별로 격폐 조치를 취하는 사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현 위기를 타개하는 데서 전파 상황을 따라가면서 관리 대책하면 언제 가도 방역 사업에서 피동을 면할 수 없다"며 "주동적으로 지역들을 봉쇄하고 유열자들을 격리 조처하며 치료를 책임적으로 해 전파 공간을 차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김 위원장이 봉쇄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국제 사회는 일제히 비판했다. 주민 대상 백신 접종을 막았던 북한 당국이 코로나19 유입 후에도 봉쇄를 할 경우 주민 고통만 가중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제 백신 공급 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코백스)'는 올해 북한에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28만8800회분 등을 배정했지만 북한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백신 배정은 모두 취소됐고 현재 북한에 할당된 백신 분량은 없다.
국제 앰네스티 소속 장보람 동아시아 연구원은 12일 성명에서 "북한이 (백신 수용 거부) 노선을 지속하는 것은 많은 생명을 앗아갈 수 있고 (주민들의) 건강권 유지에 대한 비양심적 유기 행위"라며 "봉쇄와 같은 코로나 방역 관련 모든 비상조치는 합리적이고 비례적이어야 하며 이를 남용해서는 안 된다. 이런 조치가 공공 보건 보호를 위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는 즉시 해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며 북한이 결국 국제 사회에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부총장은 "대외에서만 인지할 수 있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했다는 것은 차후 미국과 국제기구 등을 통해 백신 지원을 요청할 수도 있다는 간접적인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양 부총장은 "북한은 조만간 백신 지원을 위해 국제기구와 접촉할 전망"이라며 "북한은 당분간 핵 무력 강화와 코로나 탈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집중하겠지만 코로나 탈출의 한계로 백신 협력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만약 오미크론으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하면 먼저 중국의 지원을 요청하고 그것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서방세계의 지원까지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센터장은 "북한이 당장 외부 세계의 지원을 수용하지는 않겠지만, 한국 정부는 북한 내 상황의 악화를 고려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검진 키트 등을 미국과 일본, 중국, 유럽연합 등과 공동으로 북한에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및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이 국내 정치적인 이유로 한국의 지원을 꺼린다면 중국이나 국제 사회를 통해 방역물품을 제공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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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기구는 북한에 대한 백신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세계백신면역연합(GAVI·가비) 대변인은 12일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국가(북한)가 코로나19 백신 접종 프로그램을 시작하기로 결정하면 코백스 목표에 따른 기준과 기술적 고려 사항에 따라 백신을 제공해 북한이 국제 백신 접종 목표를 따라잡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