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죽었어요"...우크라 8세 소년의 전쟁일기

총·칼 든 군인과 시체, 탱크 등 그린 그림일기 공개

생활입력 :2022/05/06 15:49

온라인이슈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8세 소년이 쓴 전쟁일기가 공개됐다.

5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전날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 항구도시 마리우폴에 살던 소년 예고르가 쓴 일기를 공유했다.

[서울=뉴시스] 지난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사진작가 예브게니 소스노브스키가 페이스북에 공개한 마리우폴 소년 예고르가 쓴 전쟁일기. (사진=예브게니 소스노브스키 페이스북 갈무리) 2022.05.06.

쿨레바 장관이 올린 번역본에 따르면 예고르는 일기에 "2월24일 이후로 개 두 마리와 할머니 할리아, 사랑하는 마리우폴이 죽었다"고 적었다.

땅에 누워있는 시체와 파괴된 건물, 총을 든 군인들과 탱크 위로 헬리콥터가 날아다니는 모습도 그렸다.

날짜로 추정되는 숫자 3 옆에는 "잘 잤다. 일어났다. 미소 지었다"라고 썼다. 하지만 3월 또는 지난달 25일로 추정되는 숫자 25 옆엔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적었다.

[서울=뉴시스] 지난 4일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사진작가 예브게니 소스노브스키가 페이스북에 공개한 마리우폴 소년 예고르가 쓴 전쟁일기의 모습이다. (사진=예브게니 소스노브스키 페이스북 갈무리) 2022.05.06.

다음 날 예고르는 "등에 상처가 있다", "누나의 살갗이 찢어졌다. 엄마는 머리를 다쳤다. 내 팔은 살점이 뜯어졌고, 내 다리에는 구멍이 났다"고 썼다.

예고르는 또 "난 여자 친구가 있다. 비카는 재미있다. 비카는 이웃이고, 좋은 부모를 가졌다"고 적었다. 다른 장에는 생일 축하 파티를 여는 모습을 그렸다.

예고르는 러시아군의 폭격을 피해 일기를 썼고, 최근 민간인 수백명이 우크라이나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대피하면서 일기가 세상에 공개됐다.

일기는 마리우폴 사진작가 예브게니 소스노브스키가 발견했고, 이후 예고르에게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쿨레바 장관은 예고르 일기를 공유하면서 "우크라이나는 결코 지치거나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이겨야 한다"고 전했다.

마리우폴은 전쟁 초기부터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았다. 아조우스탈 제철소 내부에는 어린이를 30명을 포함해 민간이 200명가량이 남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마리우폴 도시에는 약 10만 명이 갇힌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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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 침공 이후 600명이 넘는 어린이가 살해됐다고 밝힌 상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현재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공장에 남아 있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