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두 다리 잃은 우크라 여성의 '특별한 결혼식'

지뢰 폭발로 두 다리를 잃은 우크라이나 간호사가 우크라이나 서부 리비우의 한 병원에서 결혼식을 올린 소식이 알려지며 감동을 주고 있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옥사나 발란디나와 빅토르 바실리브가 지난 2일 리비우 병원의 외과 병동에서 부부의 연을 맺었다.

옥사나 발란디나와 빅토르 바실리브가 지난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리비우의 한 병원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 로이터=뉴스1

우크라이나 의회가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당시 영상에는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옥사나가 빅토르의 품에 안겨 웨딩 댄스를 추는 모습이 담겼다. 다리가 없는 신부를 위해 신랑은 신부의 상반신을 떠받치며 다리가 돼줬다.

옥사나는 지난 3월27일 우크라이나 루한스크주 리시찬스크에서 빅토르와 함께 걷던 중 지뢰를 밟았다. 그는 "지뢰가 터졌을 때 빅토르는 나를 쳐다봤다. 나는 땅에 얼굴을 대고 쓰러졌다"며 "머리에서 엄청난 소리가 났고, 공기가 부족해서 숨을 쉴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운이 좋게도 옥사나의 뒤를 걷고 있던 빅토르는 다치지 않았지만, 옥사나는 지난 한 달 동안 우크라이나 전역의 여러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끝에 두 다리와 왼손의 네 손가락을 절단해야만 했다.

중남부 도시 드니프로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옥사나는 지난달 28일 의족 장착을 위해 리비우에 도착했고, 옥사나와 빅토르는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결심했다. 결혼반지를 사고, 흰색 웨딩드레스도 준비했다. 병원 자원봉사자들은 웨딩 케이크를 구워 도왔다.

이들은 지난 6년간 함께하며 슬하에 7세 아들과 5세 딸을 뒀지만, 여유가 없어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다.

옥사나는 "나는 가족 중 누구에게도 짐을 지우고 싶지 않았다"며 "신이 저를 산 채로 놔둔다면 그것이 내 운명"이라고 강조했다. 빅토르도 새 아내와 함께하는 하루하루에 감사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