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라이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진 가운데, 한밤중에 일어난 아파트 단지 화재 사고를 초기에 진압한 라이더의 미담이 화제다.
분당 수내동 양지마을 한양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한밤중에 발생한 화재를 신속하게 진압하고 떠난 '의인(義人) 라이더'를 여러 수소문 끝에 찾았다고 1일 밝혔다.
지난달 28일 밤 11시 30분경 아파트 화단에서 시작한 불은 유동인구가 적은 시간대에 건조한 날씨까지 겹쳐 자칫하면 큰 불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마침 음식 배달을 위해 지나던 라이더가 화재를 발견하자 즉시 오토바이를 세우고, 인근 아파트 동 1층에 구비된 소화기를 가져와 진압을 시작했다. 이때 불을 보고 달려온 아파트 주민도 진화 작업에 합세했다.
배달 라이더는 화재를 모두 진압하고 잔불까지 확인 후, 오토바이에 다시 올라 홀연히 현장을 떠났다. 당시 배달기사와 함께 불을 껐던 주민이 아파트 커뮤니티에 화재 현장 사진과 '히어로 배달 라이더'의 활약상을 공유하면서 주민들에게 알려졌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은 “아침 출근길에 간밤에 올라온 커뮤니티 글을 읽고 집 앞에서 불이 났었다는 걸 알았다”며 “주민들이 모두 자고 있던 시간에 앞장서서 화재 진압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 우리 동네에 영웅들이 많이 계셔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양지한양 1단지 입주자대표회의는 의로운 모습을 보여준 배달기사와 주민에게 전달할 감사장과 선물을 준비했다. 주민에게는 전달했지만, 배달기사는 연락할 방법을 찾을 수 없어 전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에 입대의는 화재 현장에 ‘고마운 배달기사님을 찾습니다’라는 현수막을 걸고 의인 라이더와 관련된 제보를 기다렸고, 관련 소식을 접한 라이더 김상현 씨가 아파트를 찾아 감사장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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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 라이더는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다 연기 나는 걸 우연히 봤다. 처음에는 설마 아파트 단지 한 가운데에 불이 나겠어라는 생각으로 지나쳤지만, 큰 불로 번질 것 같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며 “그래서 오토바이를 유턴해 불이 난 곳으로 갔고, 가까운 곳이 비치된 소화기를 갖고 와 뿌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무슨 대단히 큰일을 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칭찬해 주셔서 감사드린다”면서 “가장 먼저 화재를 발견한 사람이 저일 뿐, 누가 발견했더라도 달려와서 소화기로 불을 껐을 것이다. 앞으로도 분당 곳곳을 배달하면서 저의 작은 힘이 필요한 순간이 오면 언제든지 보태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아직 가족들은 모르고 있는데, 집에 가서 감사장과 기사들을 보여줄 생각을 하니 설렌다”며 웃음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