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D-택트] 사설인증서 만드는 은행, 성공 방정식은?

플랫폼 영향력 및 영업 파트너 필요

금융입력 :2022/03/26 09:06    수정: 2022/03/26 17:44

우리에게 익숙한 '공인인증서'가 사라지면서(2020년 12월 10일) '사설인증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사실 공인의 개념이 폐지되면서 사설이라는 단어도 정확히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금융·통신사 등에서 만든 인증서를 '사설인증서'로 통칭하고 있죠. 

KB국민은행의 'KB모바일인증서'를 시작으로 신한은행 '신한 사인', 하나은행 '하나 원 사인' 등 은행들도 사설인증서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이밖에도 빅테크인 네이버·카카오·토스도 자체 인증서를 갖고 있습니다.

사설인증서는 즉 전자서명서비스로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거래가 차츰 이동하는 시점에 꼭 필요한 관문입니다. 내가 받아 놓은 인증서의 키 값과 내가 갖고 있는 키 값이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죠. 로그인의 절차이다 보니 은행들은 다른 민간 기업의 인증서를 사용하기 보다는 자체적으로 사설인증서를 개발했습니다. 신한은행서 대출 조회를 위해 자체 인증서를 활용한다면, 굳이 신한은행은 카카오 등 다른 인증서 기업에 고객이 대출을 받으려고 한다는 데이터를 알려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또 은행 관계자들은 "자체 인증 기반을 통해 모든 고객에게 편리한 금융 생활을 제공하기 위해서"라며 "사설인증서는 금융뿐만 아니라 공공과 생활영역까지 연계할 수 있는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그렇지만 아직까지 은행들의 사설인증서는 KB국민은행의 KB모바일인증서를 제외하곤 의미있는 숫자를 내진 못하고 있습니다. KB모바일인증서는 올해 2월 이용자 수가 1천만명을 넘어섰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인증서에 비해 은행의 인증서는 미약한 바람만 불러일으키는데 그쳤을까요.

일단 은행권 관계자들이 꼽은 것 만큼 금융플랫폼이 실생활과 연계된 플랫폼으로 '강력하게' 확대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만 보더라도 다양한 사이트에서 로그인 대신으로 활용이 가능하지만 은행 인증서는 일부 공공기관이나 같은 계열사의 로그인 정도로만 쓰임이 한정적이지요.

전자서명보다 더 엄격한 실지 명의 확인인 '본인 확인'의 수단으로 통신사 3사의 '패스'가 98%의 점유율을 차지한다는 점도 은행이 해결해야할 큰 과제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영업력이 생존력"이라며 "어떤 파트너와 손을 잡느냐에 따라 파급력에서 차이가 난다"고 귀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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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 우리은행이 후발주자로 사설인증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우리은행은 기존 금융결제원의 금융인증서(원 금융인증서)와 별개인 사설인증서를 연내 출시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선 시스템 개발 외에도 전자서명사업자 라이선스를 취득해야하지요. 

우리은행 측은 사설인증서의 제휴처 확대에 대해서도 "앱 투 앱만이 안인 앱 투 웹 방식으로 인증서를 이용하게 만들고 모바일이 아닌 PC에서도 쓸 수 있도록 사설인증서의 편리성을 다른 은행과 차별화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디지털 컨택트(Digital Contact)가 일상으로 자리잡은 지금, 한 주간 금융업권의 디지털 이슈를 물고, 뜯고, 맛보는 지디의 '금융 D-택트'를 격주 토요일 연재합니다. 디지털 전환의 뒷 이야기는 물론이고 기사에 녹여내지 못했던 디테일을 지디넷코리아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