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 원유 수출 금지 카드 만지작…현실화는 '글쎄'

유가 급등·미국 물가인상 등 고민…유럽 대러 원유 의존도 쟁점

디지털경제입력 :2022/03/03 17:56

러시아에 대한 추가 경제제재로 러시아산 원유 수출 금지안이 거론되고 있다. 문화 정치 경제 등 전방위적으로 대러 압박수위가 높아지면서 캐나다 등은 러시아 원유를 자체적으로 수입을 금지했다. 다만 미국은 연일 폭등하는 국제 유가와 지정학적인 이유로 수출 제재안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지난 2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와 관련해 "어떤 것도 테이블 바깥에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날 백악관은 러시아 석유·가스 추출 설비에 관한 수출통제를 추가 제재한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진=AP/뉴시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원유에도 제재를 가할 수 있다며 공세적 입장을 밝혔지만 실행되기까지는 고려할 사안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현재 국제 유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과 맞물려 연일 폭등 중이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7% 급등한 110.60달러에 거래됐다.  

만일 원유 수출 통제안이 현실화 될 경우 국제 유가는 공급 우려로 걷잡을 수 없이 치솟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미국의 투자은행 JP모건은 배럴당 유가가 150달러대를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푸틴 대통령 트위터)

러시아와 양가적 관계에 놓인 유럽 국가들 역시 미국 입장에서는 제재 카드를 머뭇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여가고 있지만 정작 러시아에 대한 원유 의존도는 높다. 러시아는 유럽에 각각 가스 41%, 원유 27%를 공급하고 있다. 러시아 원유를 옥죄는 게 곧 유럽의 원유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니코스 차포스 에너지·지정학 석좌와의 인터뷰를 인용해 러시아 에너지 수입 금지는 위험한 전략, 특히 천연가스 수입 금지는 유럽에 재앙적일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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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스공사)

이같은 회의적인 상황 속에서 일부 미 인사들도 원유 제재안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세드릭 리치먼드 대통령 수석보좌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석유를 말한다는 것은 미국인들 생활에 연쇄적인 물가 인상이 수반되는 것을 말한다"면서 "우리가 지금 당장 (러시아 원유 수출 제재를) 할 준비가 돼 있지는 않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밝혔다. 러시아산 원유 수출 제재로 인한 미국 내 물가 인상 역시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러시아의 원유 및 가스 수출 비중은 전체 수출의 49.7% 이상 정도다. 원유를 제재한다면 러시아 경제 절반에 가까운 수준의 타격을 가할 수 있지만 자국과 우방국의 실익이 미국 앞에 거대한 장벽으로 작용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