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점입가경으로 치달으며 국제유가도 덩달아 급등세다. 국내 정유 업계는 고유가 상황이 재고평가손익 상승으로 당장 이익이 되지만 장기화할 경우 소비 심리가 위축된다는 점에서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형편이다.
러시아가 침공을 시작한 지난달 24일 이후 국제 유가는 심각하게 요동치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키예프에 본격 공습을 시작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서부산 텍사스유와 북해산 브렌트유는 각각 배럴당 103.41달러, 107달러선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14년 7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한 것이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선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국제유가가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예상한 바 있다.
기본적으로 고유가는 정유업계의 비축분 정유 자산 가치가 올라가 재고평가손익이 상승한다는 점에서 이익이다. 반면 고유가 사태가 장기화되면 정유 수요 심리가 위축돼 실질적인 경영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일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초고유가 상황은 단기적으론 재고평가손익을 높여 정유사에 이익일 수 있다"면서도 "급등하는 유가는 결국 소비심리에 영향을 줘 수요가 축소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유사의 경영실적을 견인하는 건 정제마진인데 정제마진은 제품의 수요에 의해 좌우돼 결국 초고유가 상황은 장기적으로 보면 타격을 볼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다만 정유 업계는 수개월 전부터 상당량의 정유 비축분을 보유해 당장 원유 공급망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분위기다. 정유 업계 한 관계자는 "러시아산 수입원유는5~6%에 불과하다"면서 "미국, 중동 등에서 대안 수급처를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고유가 상황을 종식시키기 위한 카드로 이란산 원유 수출 재개, 석유수출기구(OPEC)의 원유 추가 증산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가 복원되면 이란은 하루 평균 130만 배럴의 원유를 시장에 공급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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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입장에서도 러시아산 원유를 대체하기 위해 이란과의 핵협상에서 유화적 제스처를 취할 공산도 높다. 그러나 OPEC 추가 증산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OPEC에서 가장 많은 원유 생산 능력을 갖춘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증산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하고 있어서다.
한편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은 유가 안정을 위해 비상 비축유 6천만 배럴을 방출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초기 분량으로, IEA는 상황에 따라 추가 방출도 검토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