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정부는 '빅데이터 마스터플랜'을 세워 6개 분야 시범사업을 선정했다. 이듬해인 2013년 5월 공공부문 정보공개를 담은 '정부 3.0'이 발표된다. 여기에는 의료기관 평가‧인증정보와 의약품 정보 등의 정보공개 확대 추진 내용이 포함됐다.
공공 보건의료데이터를 보유한 양대 축인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이러한 정부 기조에 맞춰 빅데이터 활용 준비에 착수했다. 당시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 목표는 보건의료 정책 연구‧개발, 생애주기별 맞춤형 건강서비스, 질병예방과 건강증진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현 정부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사업(건보공단·심사평가원·질병관리청·국립암센터 참여)을 진행 중이다. 목적은 공공 보건의료 데이터의 ‘안전한’ 활용이었다. 이를 위한 추진 원칙은 ▲공공 목적의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사업 추진 ▲시민참여 전문성 기반 논의구조 구축 ▲법령에 근거한 정보주체의 권리 철저 보호 등이었다. 관련해 올해부터 국립중앙의료원·국립재활원·장기조직혈액관리원·건강보험 일산병원 등도 데이터 제공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목표 하에서 보건의료데이터의 제공과 활용은 앞으로도 확대될 것이다.
기업들도 고급 보건의료 데이터를 활용하고 싶어한다. 장기간 코로나19 팬데믹이 이어지며 비대면 의료가 활성화 되면서 기업들은 소비자의 편익을 위한 시스템 개발에 나서고 있다. 그러려면 보건의료 빅데이터 확보가 중요하다.
보건의료데이터 활용의 쟁점은 익명성, 즉 개인정보 식별 가능 여부다. 데이터 제공자는 모든 자료를 식별하지 못하도록 조치해놓는다는 입장이지만, 일부는 여러 분야의 데이터가 모일 경우 개인을 특정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이러한 우려는 ‘비식별 데이터를 어디까지 제공해야 개인 식별이 불가능한가’라는 고민으로 이어진다. 지디넷코리아는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개인 의료정보 제공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을 들어보기로 했다.
■ 의료데이터 제공 반대 66.9%·찬성 24.5%…‘내용 모른다’ 응답도 8.6%
지디넷코리아가 마켓링크에 의뢰해 전국 20대~50대 성인 6천23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8일부터 24일까지 일주일 동안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식별 가능한 정보를 제외한 개인의료정보를 기업에 제공하는 문제에 대한 인식을 묻는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6.9%(4천167명)가 “반대한다”고 밝혔다.
개인의료정보를 기업에 제공하는 것에 “찬성한다”고 밝힌 응답자 비율은 전체의 24.5%(1천527명)였으며, 해당 사안에 대해 “내용을 알지 못한다”는 응답비율도 8.6%(536명)로 나타났다.
“반대한다”고 응답한 4천167명 가운데, 여성 응답자 수는 2천171명으로 남성(1천995명) 보다 다소 많았다. 응답비율로 보면, 여성은 전체 응답 여성의 71.6%인 3천34명이 반대를, 남성은 62.4%인 3천196명이 반대 응답율을 보였다. 남녀 응답 참여자 수 차이를 비교할 때 공통적으로 남녀 모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찬성한다”는 응답자 1천527명 중에서 남성은 952명이었으며 여성은 575명으로, 남성 비중이 좀 더 높았다.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응답한 536명 가운데 여성 응답자는 288명으로 남성(249명) 보다 많아 여성이 해당 사안에 대한 이해도가 다소 낮은 것으로 조사됐지만, 유의미한 수치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연령별 설문조사 참여자 수는 20대(1천369명), 30대(1천387명), 40대(1천689명), 50대(1천785명) 등이다. 연령에 상관없이 응답자들은 공통적으로 건강정보의 기업 제공에 대해 61% 이상 반대 응답률을 나타냈다.
특히 40대 응답 참여자 수가 타 연령 대비 비교적 높음에도 반대응답률은 70.0%로 높게 조사됐다. 참여 응답자 수의 유의미한 차이가 나지 않음을 고려할 때, 연령별 반대응답률은 ▲50대 68.3% ▲30대 66.1% ▲20대 61.9% 순으로 나타나 연령이 높을수록 부정적인 인식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별 의료정보 제공 찬성 응답률은 ▲30대 25.8% ▲50대 24.3% ▲40대 24.1% ▲20대 24.0% 등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또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응답한 536명 가운데 20대는 193명으로 타연령대보다 응답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해당 사안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타 연령별 응답자 수는 ▲50대 132명 ▲30대 112명 ▲40대 100명 순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지역별 분포는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이 3천284명, 비수도권이 2천946명이었다. 수도권 거주 응답자의 68.0%(2천232명)가 의료데이터의 기업 제공에 ‘반대’했고, ‘찬성’은 24.2%(808명), ‘내용을 알지 못한다’는 비율은 7.4%(244명) 등이었다.
비수도권의 경우, ‘반대’ 응답률은 65.7%(1천935명), ‘찬성’은 24.5%(720명), ‘모른다’는 9.9%(291명) 등으로 나타나 수도권과 유사하게 조사됐다.
세부적으로 지역별 의료정보 제공 찬성 응답비율은 ▲대전·충청 26.9% ▲광주·전라 26.4% ▲서울·경기·인천 24.6% ▲부산·울산·경남 23.4% ▲대구·경북 22.4% ▲강원·제주 22.0% 등으로, 충청권 응답자의 찬성 비율이 비교적 높았지만, 지역별로 큰 차이는 도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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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 많은 국민은 본인의 건강정보가 민간에 개방돼 활용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그렇지만 사안에 대한 이해가 없는 국민들이 9% 가량인 점, 특히 20대 응답자는 10% 중반대의 응답률로 “내용을 모른다”고 밝힌 점은 향후 관련 논의에서 정보 주체인 국민 참여가 더 확대돼야 함을 시사한다.
아울러 찬성 응답비율이 20% 중반인 점을 함께 고려하면, 앞으로 국민이 참여한 사회적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찬성률은 현재보다 달라질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