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앱결제 강제금지' 비웃은 애플의 '27% 수수료'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네덜란드서 외부 결제 때도 비슷한 수수료 적용

데스크 칼럼입력 :2022/02/07 14:44    수정: 2022/02/07 19:25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애플의 앱스토어 독점이 전 세계적인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앱 배포 및 결제 방식 독점이 핵심 이슈다. 특히 인앱결제 시스템을 독점 제공하면서 ’30% 수수료’를 떼 가는 관행에 대해 많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관행을 금지하기 위한 법률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해 ‘인앱 결제 강제 금지’를 규정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애플, 구글 등 모바일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자사 인앱결제 외에 다른 결제 방식 선택권도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그런데 애플이 최근 보여준 모습을 보면 ‘제3의 결제방식 허용’만으로는 독점 횡포를 막기 역부족일 수도 있을 것이란 우려가 힘을 얻고 있다.

사진=씨넷

네덜란드에서 ‘서드파티 결제 허용’ 명령을 받은 애플이 도입한 ‘꼼수’ 때문이다. 애플은 네덜란드 데이팅 앱에 대해 다른 결제 시스템 선택권을 부여하면서도 수수료는 인앱결제와 큰 차이 없는 27%를 적용하겠다고 공언해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 사실상 '인앱결제 강제 금지' 조치 무력화한 셈   

네덜란드 소비자시장국(ACM)은 2019년부터 애플의 인앱결제 정책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 처음 조사 대상은 전체 시장이었다. 하지만 이후 조사 범위를 데이팅 앱 시장으로 좁혔다. 세계 최대 데이팅 앱 틴더 운영사인 매치그룹 등이 이번 조사의 이해 당사자들이다.

3년 여 조사 끝에 작년말 시정조치가 부과됐다. ACM은 애플 측에 모든 데이팅 앱에서 인앱결제 외에 다른 결제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라고 명령했다. 명령에 따르지 않을 경우 최대 5천만 유로(약 673억원)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ACM은 1월 15일까지 시정 조치를 적용하라고 명령했다.

애플은 ACM의 조치가 부당하다면서 네덜란드 법원에 제소했다. 그러면서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외부결제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애플은 데이팅 앱 개발자들에게 세 가지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첫째. 애플 인앱결제 시스템 이용

둘째. 외부 결제 시스템 이용

셋째. 앱 내에 개발자 사이트로 직접 연결되는 링크 삽입

이런 선택권을 부여하면서 애플은 “외부 결제 시스템을 이용할 경우에도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애플과 인앱결제 공방을 벌이고 있는 네덜란드 데이팅 앱 틴더.

이 때까지만 해도 외신들은 한국 사례를 들어 애플이 외부 결제에 대해선 4% 내외 수수료를 적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4%는 구글이 한국에서 서드파티 결제 시스템 사용자들에게 적용한 수수료 요율이다.

그런데 애플은 이런 예상을 보기 좋게 뒤집어 버렸다. 애플이 제시한 방식 중 둘째와 셋째를 택할 경우엔 27% 수수료를 적용하겠다는 공언한 것이다. 30%인 인앱결제 수수료와 사실상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애플의 이번 정책은 네덜란드 데이팅 앱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하지만 애플이 다른 나라에서 인앱결제 우회 시스템을 허용할 경우에도 27% 수수료를 고수할 가능성이 많다. 그럴 경우 인앱결제 강제 금지라는 취지 자체가 무력화될 전망이다.

미국 IT 전문매체 아스테크니카는 “이런 수수료 정책을 명백하게 명확하게 금지하지 않을 경우 다른 나라에서도 외부 결제 사용 때 같은 요율을 적용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 한국에선 어떤 인앱결제 강제금지 이행 계획 내놓을까 

애플은 한국에서도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제3자 결제서비스를 허용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할 예정이다. 애플은 구체적인 허용 방법과 적용 시기, 적용 수수료율은 추가 검토를 거친 뒤 방송통신위원회와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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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애플이 네덜란드에서 보여준 행태를 보면 '외부결제 허용'으로 앱스토어 독점 문제가 해소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앱결제와 별 차이없는 수수료를 적용할 경우 개발자들에겐 하나마나한 정책일 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플이 한국에서 어떤 이행계획을 내놓을 지 더 관심이 쏠린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