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알뜰폰 사업자 등장할 수 있는 제도 개선 필요"

[인터뷰] 김형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회장

방송/통신입력 :2022/02/03 17:00    수정: 2022/02/03 17:00

“일본이나 유럽 알뜰폰 선진국들처럼 우리나라에도 설비 기반의 알뜰폰 사업자, 즉 풀 알뜰폰 사업자가 등장할 수 있도록 알뜰폰 관련 제도의 개정이 필요합니다.”

김형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회장은 알뜰폰 1천만 가입자 돌파를 계기로 알뜰폰 사업자들이 이동통신사(MNO) 상품을 싸게 도매로 받아 요금만 낮춰 판매하는 단순 재판매 형태의 사업에서 벗어나, 이동통신사와 경쟁이 가능한 풀(Full) 알뜰폰 사업자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알뜰폰 서비스 초기 ‘저가폰‧효도폰’의 인식이 주류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자급제 단말 확산과 함께 젊은 층을 중심으로 알뜰폰이 합리적인 통신서비스로 안착 중이라면서, 사업자 역시 이에 맞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김형진 회장은 알뜰폰 사업자들이 안정적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통사들과 요금인하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도매제공의무사업자의 확대, 전파사용료 납부 문제, 이동통신사의 상생지원, 도매대가 제도 개선 등에서는 정부의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형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회장

특히, 알뜰폰 1천만 가입자 돌파를 즈음에 불거진 통신 3사 자회사들의 알뜰폰 철수 이슈에 대해서는 “알뜰폰이 성장하는데 이동통신 자회사가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알뜰폰 생태계가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대‧중소사업자간 상호 건전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상생 방안을 마련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형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 알뜰폰 1천만 시대를 열었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업계의 노력과 정부 지원 등에 대해 평가한다면.

“정부는 그동안 알뜰폰 확산과 지원을 위해 알뜰폰 활성화 계획을 꾸준히 마련해 왔습니다. 업계 역시, 협회를 통해 도매대가 인하와 전파사용료 면제 등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고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 결과 시장 출범 11년 만에 알뜰폰이 1천만 가입자를 확보함으로써 이동통신 시장의 당당한 경쟁 주체로 자리 잡고 지속적인 가계통신비 요금 인하에 기여할 수 있는 위치가 되었습니다.

과거의 효도폰, 저가폰, 그리고 저품질이란 오명을 벗고, 이제는 MZ세대가 즐겨 찾는 LTE, 5G 시대가 도래하면서 알뜰폰이 이동통신 시장의 ‘메기’로 자리매김했다고 자부합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알뜰폰 시장을 위협하는 다양한 요인들은 곳곳에 산재돼 있습니다. 그 중 가장 큰 요인은 해당 시장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며 불리하게 적용된 법입니다. 전기통신사업법개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현재 SK텔레콤으로만 정해진 알뜰폰 도매제공의무사업자를 이동통신 3사로 확대해야 하며, 도매제공 의무 조항인 일몰제 폐지를 통해 알뜰폰 사업의 불확실성을 조금이나마 거둬드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중요한 것이 도매대가 산정에 대한 유연성 확보입니다. 특히 도매 대가의 경우 알뜰폰 사업자에게 가장 큰 부담이며, 이 같은 법 조항의 개정은 알뜰폰 사업을 영위하는데 경영 환경 개선과 이용자에게 더 저렴한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틀이 될 것입니다.”

정부가 행정을 유연하게 할 수 있어야 사업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융합 기술을 통해 가격보다 소비자 후생을 위한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 그동안 알뜰폰은 통신비 절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1천만 시대를 연 알뜰폰 산업의 역할과 가야할 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알뜰폰의 초점이 가계통신비 절감이란 것은 계속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 알뜰폰사업자들은 지금까지 가계통신비절감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노력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알뜰폰 1천만 시대를 열긴 했으나 이 중 현대‧기아‧테슬라 등 모빌리티에서 사용하는 IoT 회선이 400만회선이 넘어갑니다. 개인 모바일 이용자들의 알뜰폰 가입자 수는 6백만명 대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외국인 다수가 자국으로 건너가 돌아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선불 서비스 가입자 수가 많이 축소되긴 했으나 다행히 후불 서비스 이용 추이는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포스트코로나 시국이 회복되면 자연스럽게 선불 가입자 수도 다시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자본이 있는 사업자와 없는 사업자간 마케팅 규모에서 크게 편차가 있었으나, 상호간 상생 협력의 중요성이 매우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가입자 수가 늘어난 만큼 이용자 보호와 이용자 후생을 높여주는 보다 다양한 상품 개발이 더욱 활발히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기존 이동통신사(MNO) 상품을 싸게 도매제공으로 받아 요금만 조금 낮게 한 뒤 판매하는 단순 재판매 형태의 알뜰폰 사업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일본이나 유럽 알뜰폰 선진국들처럼 우리나라에도 설비 기반의 알뜰폰 사업자, 즉 풀(Full) 알뜰폰 사업자가 등장할 수 있도록 알뜰폰 관련 제도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한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통3사가 유선, 무선, 유료방송까지 다 장악하면서 보다 획기적인 부가가치 창출 상품이 나오지 못하고 현실 안주에 빠져드는 추세가 이동통신 뿐 아니라 전체 통신, 유료방송 시장의 가장 큰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시장 독점 구조에서 3사의 영향력 밖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국내 IT업체가 나타나기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합니다. 이들을 위협하는 사업자의 등장은 제도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우며, 제4이동통신사나 풀 알뜰폰 사업자가 등장하기 어려운 것도 그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알뜰폰 산업의 애로사항이 있다면 무엇이고 어떤 지원 정책이 필요한가요. 최근 영업 현장에서는 사은품, 도매대가 이하의 과도한 할인 등 공정거래 측면에서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는 협의체를 구성해 경품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입니다. 정부에 건의할 내용이 있다면.

“이통 3사와 제대로 경쟁하기 위해서는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군에서 알뜰폰 사업을 해야 가능합니다. 다만 이통 3사와 경쟁하기 위해 진행되는 각종 프로모션과 사은품 행사를 통해 중소알뜰폰 사업자 가입자도 다시 빠져나가게 됩니다. 이제껏 알뜰폰 사업 활성화를 위해 힘쓰며 성장에 기여한 중소사업자들이 다시 어렵게 되는 것이 업계의 애로사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통위에도 이러한 애로사항이 전달된 상태이고, 방통위의 가이드 하에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먼저 가이드라인을 정리해 보기 위한 협의체가 구성돼 1월부터 가동 중입니다. 협회는 중소사업자와 대기업 군의 알뜰폰 사업자가 상생하면서 알뜰폰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룰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하며 적극 참여 중입니다.”

■ 알뜰폰에 대한 이통 3사의 상생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상품 구성의 구조적 한계를 얘기하는 곳도 있습니다.

“SK텔레콤의 경우에는 알뜰폰 사업자를 경쟁적인 관점에서 보는 것이 더 크다고 보입니다. 반면, KT나 LG유플러스의 경우는 동일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사업자들의 요금상품 판매, 번호이동, 명의변경, 맴버십 제공 등 여러 가지의 다양한 서비스를 적극 지원해 주고 있어 경쟁이긴 하나 서로 상생적인 측면도 배려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결과 KT나 LG유플러스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사업자와 알뜰폰 가입자가 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국내 알뜰폰 사업자들은 상품구성과 고객관리 등 서비스의 핵심적인 많은 부분을 이통3사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통 3사에 대한 의존적인 상황을 최소화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상품구성과 출시시기를 알뜰폰 사업자들이 요청하는 대로 이통 3사가 수용해주도록 의무화하는 등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합니다.”

■ 내년부터는 중소사업자 역시 전파사용료를 부담해야 하는데 제도적 측면에서 어떤 지원 방안이 있을까요. 현행 도매대가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대기업 알뜰폰 사업자들은 2023년부터 전파사용료를 100% 납부하는 것이 결정되어 있으나 중소사업자에 대한 전파사용료는 아직 미정인 상태입니다. 정부에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이 당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설명하고 지속적인 지원을 요청할 계획입니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크게 보면 세 종류의 도매대가를 이통 3사에 납부하고 있습니다.

첫째가 종량형 도매대가(음성, 데이타, 문자의 사용량에 따라 부과되는 도매대가)인데 정부에서 도매대가 고시를 정해 매년 인하되도록 조정하고 있습니다. 알뜰폰 사업자들 입장에서는 데이터에 대한 도매대가 요율이 아직 이통 3사의 20~30GB 정액요금보다 높은 상태라 대폭적인 인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둘째는 수익배분형(RS) 도매대가인데 도매대가 고시상 사업자간에 협의해 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알뜰폰 사업자를 대신해 정부가 도매제공의무사업자인 SK텔레콤과 협의해 정하는데 정부에서 노력을 하고 있는데도 인하가 미흡합니다.

수익배분형 도매대가는 이통 3사 뿐 아니라 알뜰폰 사용자들에게도 이미 대세로 굳어져 있는 정액형 요금제(음성/문자 무제한 제공,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서만 월정액 부과)에 적용되는 도매대가인데, 이런 RS도매대가의 추가 인하가 거의 없기 때문에 알뜰폰 사업자들의 경쟁력 있는 상품 출시가 어렵습니다. 그동안 알뜰폰 사업자들의 데이터 신규 상품개발이 미진할 수밖에 없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RS도매대가에 대한 정부의 조정권한 부여와 조정 방법에 대한 정리가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정부에서 정해준 도매제공대가 외에 알뜰폰 사업자들이 이통 3사에 납부하는 최소 사용료, 인프라 사용료(기초 과금정보 사용료)가 있습니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이러한 비용들은 정부에서 조정해 결정하는 종량형 도매대가와 중복으로 부과되는 비용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이의 폐지 또는 인하를 정부에 매년 건의 하고 있습니다.”

■ 최근 이통3사 알뜰폰 자회사 철수를 놓고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또 국회에서도 상반된 시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동통신 자회사 규제에 대한 생각은 어떠하십니까. 또 최근 2년간 휴대폰 가입자는 감소하고 IoT 가입자는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자회사를 규제할 경우 휴대폰 가입자 시장이 상실될 우려도 제기됩니다. 

“자회사 규제와 관련된 문제는 과기정통부에서 신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회사와 중소사업자 모두 수긍하고 인정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대기업과 중소사업자가 상호 건전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정책이나 구조가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근 2년간 휴대폰 가입자가 감소하긴 했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시 성장세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알뜰폰에 대한 ‘품질과 성능이 떨어진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해소됐고, 오히려 젊은 층에서 자급제 단말과 알뜰폰 요금제의 결합이 가장 합리적인 통신 서비스 소비 방법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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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변화가 올 때까지 알뜰폰 사업자들은 기나 긴 어둠의 동굴을 지나왔습니다. 이러한 힘든 상황을 여러 중소사업자들도 함께 버티며 생존했습니다. 이제는 우리 중소사업자들도 고객의 요구를 파악해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경쟁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생각되며 자회사 규제가 있다고 해서 알뜰폰의 생태계가 쉽게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알뜰폰이 이렇게까지 성장하는데 있어서 자회사가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알뜰폰 생태계가 향후에도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사업자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좋은 정책이 나오는 길을 찾아가는 것이 올해 우리 협회가 해야 할 주요 과제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