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가입자가 도입 11년 만인 지난해 1천만명을 넘어섰다. 시장 규모 역시 2015년 6천731억 원에서 지난해 9천352억원으로 두 배 가량 성장했다. 무엇보다 합리적 소비성향이 강한 MZ세대가 유입되며 과거 ‘효도폰’으로 불리던 알뜰폰의 이용 연령층이 대폭 확대되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전망도 고무적이다.
이처럼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알뜰폰 시장에서 최근 업체 간 점유율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전체 알뜰폰 시장에서 통신 3사 자회사들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7월 기준 46.6%다. 중소업체 위주로 시작했던 알뜰폰 사업에 통신 3사 자회사들이 가세하며 강력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사회적 변화와 발전에 따라 이러한 사업자 간 상생의 문제는 끊임없이 발생해왔다. 과거 택시업계와 극심한 갈등을 빚은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가 그러했고, 최근에는 쿠팡, 마켓컬리, B마트 등 온라인플랫폼이 골목상권과 중소상공인에 피해를 입힌다는 명목으로 규제하는 법안을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문제는 이러한 논의에서 정작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고려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례로 한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플랫폼 배송서비스 규제에 ‘반대한다’고 응답한 소비자가 61.4%에 이른 반면, 찬성은 26.2%에 그쳐 2.3배 가량 규제반대 입장이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알뜰폰의 경우 애초에 도입된 목적 자체가 소비자 선택권 강화에서 출발한다. 2010년 무렵 스마트폰 보급이 활성화되며 가계 통신비가 빠르게 상승하자, 정부는 통신비 부담을 줄이고 소비자의 요금선택권은 넓히기 위한 목적으로 알뜰폰을 탄생시켰다. 마치 저가항공사를 도입해 항공요금 부담을 낮춘 것과 유사하다.
중소 알뜰폰사업자의 콜센터, A/S 등 고객서비스가 미흡한 점이 여전히 개선과제로 논의되는 점을 고려하면, 소비자 선택권의 관점에서 지금의 알뜰폰 시장이 있기까지 통신 3사 자회사가 기여한 성과는 분명히 존재한다.
초기 알뜰폰이 젊은 세대들에게 외면 받으며 긴 정체기에 빠지자 정부는 통신사의 시장 진입을 요청했다. 이들은 풍부한 사업경험을 토대로 젊고 합리적인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쳤고, 지속적인 양적, 질적 성장을 거듭하며 지금의 1천만 시대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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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통신 자회사 없이 알뜰폰이 이처럼 단기간에 천만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었을까. 이들이 침체되어 있는 알뜰폰 시장에 서비스 투자와 혁신을 거듭하며, 시장의 성장을 견인해 온 것은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다. 알뜰폰 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은 지금, 규제의 목소리만 높이기보다는 소비자 편익까지 함께 고려한 포괄적인 논의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단지 중소사업자의 어려움 해소가 목적이라면, 시장 성장을 제한하는 구조적 규제보다는 자회사의 과도한 경품 마케팅을 제한하는 등의 행위적 규제를 통해 유효경쟁 환경을 제공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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