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발품을 팔아야 했던 MNO망 휴대폰 구입 방식과는 달리, 약간의 '손가락품'을 팔아 온라인에서 저렴한 자급제 폰을 찾아 구매하고 알뜰폰 요금제 가입이 가능해진 시대다. 이를 놓치지 않고 복잡한 알뜰폰 요금제를 한눈에 비교 가능하도록 포털을 만든 스타트업이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스타트업 ‘모요’는 핀테크 기업에서 앱 이용자 화면(UI) 개발팀을 이끌던 안동건 대표가 창업한 회사다. ‘모두의 요금제’란 뜻에서 사명을 이같이 지었다.
수십개 알뜰폰 업체가 제공하는 알뜰폰 요금제 수는 약 1천개다. 과거 통신3사 매장을 돌아다니며 요금제를 비교해도 골치아픈데, 소비자가 이 많은 요금제를 따져보기란 쉽지 않다. 주먹구구식으로 알뜰폰 요금제를 검색하고 지금 당장 눈에 띄는 광고를 누르게 되니, 소비자는 선택하면서도 ‘이보다 좋은 요금제가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불안이 따를 수밖에 없다. 무제한 데이터 용량부터 소진시 속도, 통화량 등 일일이 따져볼 것이 한두개가 아니다.
이에 정부는 거미줄처럼 복잡한 요금제 시장을 교통정리 하기 위해 ‘알뜰폰허브’라는 일종의 포털을 만들었는데, 요금제 정보를 모두 모아놓은 수준이어서 소비자가 겪는 혼란을 해결해주기는 어렵다.
그래서 34세의 젊은 창업자인 안 대표가 UI를 깔끔하게 정리한 포털을 새로 꾸려보기로 했다. 모요는 지난 7월 설립된 아주 초창기 스타트업으로, 안 대표를 비롯한 5명 정도의 직원들이 서비스 모델 구축과 동시에 자금 조달이 한창이다.
지난달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모요 사무실 인근 카페에서 안 대표를 만나 창업기를 들어봤다.
안 대표는 소비자들이 과거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 MNO 휴대폰을 가입하던 때부터 불만이 많이 쌓여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은 일명 ‘호갱(속이기 쉬운 손님을 뜻하는 신조어)’이 되지 않기 위해 비밀스레 라인, 문자 정보를 받아들고, 어둠의 경로를 찾아가 구매하는 역효과도 났다. 안 대표가 보고 들은 부정적 사례들을 털어놨다.
안 대표는 “알뜰폰 이 전에 옛날부터 통신 시장에 문제가 많았다고 생각했다”며 “스마트폰을 사면서 사기당한 주변 사람들이 많았고, 48개월 계약을 하면서도 말도 안 되게 비싼 요금제를 쓰는 사람들도 봤다”고 말했다.
이어 “2010년 쯤 아이폰도 나오고 이제 막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고 있으니, 원래 그런가보다 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상황인 것은 문제라고 생각했다”며 “휴대폰 판매 직원들 얘기를 들어보면 일부 판매점은 불법보조금 규모를 비밀리에 전달받기 위해 휴대폰 진동 횟수나 길이로 표현한다고 했고, 여러 가지 할인을 제공한다고 말하면서도 잘 모르는 소비자들에겐 바가지를 씌울 위험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2년 전 5G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 됐는데, 터지지도 않는데 여기에 인터넷, TV등과 결합하다보니 한 가구당 내는 돈이 한 달에 40만원이나 된다”며 “1년이면 480만원이고 2년마다 통신사에 경차 한 대씩 주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모요는 모바일 앱과 웹사이트에서 이용할 수 있다. 요금제 찾기 카테고리에 들어가면 원하는 데이터, 통화량, 소진시 속도, 통신사 망 등 구간을 설정해 원하는 요금제를 좁혀나갈 수 있다. 알뜰폰 업체 대부분의 요금제를 살펴볼 수 있다.
‘핸드폰 꿀조합 계산기’는 모요가 특별히 내세우는 기능이다. 이 계산기 통해 구매하고자 하는 휴대폰 선택부터 이용자 모바일 이용 패턴에 맞는 요금제 찾기까지 한번에 가능하며, 자급제폰 구매처도 소개한다. 알뜰폰 업계에서 난해한 용어들을 알기 쉽게 정리한 ‘가이드’ 카테고리도 주목할 만 하다.
반면 정부의 알뜰폰허브 사이트를 보면 원하는 요금 구간과 통신망 선택 정도만 할 수 있고, 나머지는 방대하게 제시된 요금제들을 모두 눌러봐야 한다.
안 대표는 핀테크 기업 ‘토스’에서 프로덕트오너(PO)로 약 1년 간 일한 후 나와 모요를 창업했다. 토스는 프로젝트 리더에게 막강한 권한을 주는 PO 제도를 운영 중이어서, 이때 경험이 모요 포털을 꾸리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안 대표는 “정부가 알뜰폰 시장을 장려하기 위해 만든 알뜰폰허브를 이용해봤는데, 너무 어려웠다”며 “모든 통신사가 들어온 것도 아니고 요금제도 전체 1천개 중에 500개정도밖에 안 들어와 있고, 설명이 대부분 줄글로 돼 있어 보기 힘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요 서비스를 구상할 때 항공권 예매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여러 쇼핑몰 의류 상품을 제공하는 지그재그 같은 서비스에서 착안했다”며 “과거 MNO 통신3사를 통해 스마트폰을 살 때는 더 싼 가격에 떴다고 하면 달려가는 상황이 있었는데, 알뜰폰 시대에는 휴대폰 구매와 요금제 가입을 동시에 생각하지 않아도 되게 돼 요금제만의 비교가 가능해졌다”고 덧붙였다.
모요는 8월 초 모요 포털 서비스를 출시했고, 추석이 지난 10월 중순부터는 하루 유입량 3천~4천명 정도로 늘었다. 현재 외부에 크게 모요를 홍보하지 않아도, 일일 6천명 이상 방문하고 있다.
창업한지 3개월 조금 넘은 극 초창기지만, 최근 약간의 매출도 발생하기 시작했다. 통신사들로부터 자체 요금제를 꾸리자는 제안도 받고 있다.
안 대표는 “모요를 통해 소비자들이 요금제를 선택하고 개통하게 되면 그때 수수료를 받고 있고, 광고 채널도 있다”며 “자급제폰 구매 사이트와 연결시켜주는 링크 업체로부터도 수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포털 서비스를 UI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고도화 하고, 매출 구조도 다져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알뜰폰 시장이 가진 또다른 문제들을 찾아 계속 발전시켜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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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대표는 “통신3사의 자회사에서 사은품을 많이 뿌리면 경쟁이 치열해져 이용자 이익이 늘어나는 긍적적인 영향도 있지만, 중소 통신사들은 경쟁하기 어렵고 통신사를 자주 옮기는 소비자를 많이 만들어내 통신사에 부정적인 영향도 있어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MVNO 1천만 시대, 그중에서도 후불 알뜰폰 시장은 400만 시장이 됐는데 이 업계가 가진 문제들을 함께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