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1천만 시대...양적성장 탈피한 ‘알뜰폰 2.0’ 정책 필요

11년 된 알뜰폰 정책 손봐야…통신 자회사 규제 실익 없고 이용자 피해

방송/통신입력 :2021/11/23 17:17    수정: 2021/11/24 09:51

알뜰폰 1천만 가입자 시대를 맞아 양적 측면의 성과에서 탈피해 질적 서비스 향상을 위한 정책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 제4이동통신사의 역할을 기대하며 출범된 알뜰폰 정책이 1.0, 통신서비스와 이종 산업 간 결합해 양적 성장을 이뤄왔던 시기가 현재의 1.5라면 서비스‧공정경쟁을 기반으로 한 2.0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전혜숙 의원은 ‘이동통신 시장의 질적 진화를 위한 알뜰폰 2.0 정책 방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지적하면서, 이용자의 접근성 확대를 통한 실질적인 경쟁 활성화 정책과 데이터 중심의 미디어 환경에 부합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알뜰폰(MVNO) 가입자는 992만1천466명으로 월별 가입자 증가 추세를 고려할 때 지난달 1천만 가입자를 넘어섰을 것으로 예상된다.

알뜰폰 가입자는 2019년 4월 810만명을 정점으로 하락 추세에 있었지만 지난해 10월부터 다시 가입자가 꾸준히 증가해 1천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 11년 된 알뜰폰 정책 손볼 때

알뜰폰은 지난 2010년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란 이름으로 시작됐다. 과점 상태로 경쟁이 둔화된 통신시장에 경쟁을 활성화시키고 통신비 인하를 꾀하겠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국민들에게 가성비 높은 통신 서비스란 의미로 ‘알뜰폰’으로 바뀌었고 출범 11년여 만에 전체 이동통신시장의 약 14%를 차지하는 보편적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특히, 중‧장년층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젊은 층으로 저변을 넓히면서 알뜰 통신소비 문화를 안착시키는데 일조했다.

하지만 1천만 가입자를 넘어서면서 알뜰폰 역시 통신시장에서 마케팅, 저가 출혈 경쟁에서 벗어나 알뜰폰 사업자가 상호 공존하는 상품‧서비스 경쟁으로의 전환이 필요하고 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에서도 알뜰폰이 시장 안착, 양적 성장을 넘어 알뜰폰 산업 성장이 이동통신 시장의 질적 진화를 유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 프레임 전환이 필요하다며 ‘알뜰폰 2.0’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통신사 계열 알뜰폰 규제 실익 없고 이용자 피해

초기 알뜰폰 시장은 통신사 계열 위주로 시작됐다. 포화된 통신시장에 진출하려는 사업자가 없고, 정책 우선순위가 이용자 보호에 있다 보니 이를 충족시킬 만한 사업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정부가 적극적인 도매대가 정책과 중소사업자 지원 정책을 내놓으면서 현재는 40여개 알뜰폰 사업자들이 참여 중이고, KB국민은행의 ‘리브엠’과 같이 이종 산업과 알뜰폰이 결합된 서비스도 출시돼 제공 중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통신사 계열 알뜰폰 사업자의 점유율 규제(통신 3사 자회사 점유율을 50%로 제한)를 넘어 이들을 철수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상태다. 알뜰폰 시장이 통신사 자회사 위주로 재편돼 공정경쟁이 저해되고 알뜰폰 도입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업계는 이 같은 주장이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2018년 정부의 정책 유도로 통신사의 보편요금제 출시 이후 알뜰폰 시장이 축소됐던 학습경험 때문이다.

통신사들은 프리미엄 시장과 구분해 중‧저가 시장에서는 자회사를 통한 요금혁신을 꾀하고 있는데 통신사가 알뜰폰 시장에서 철수하면 오히려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이 이들과 직접 경쟁을 해야 돼 시장이 더 위축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통신과 같이 규제가 엄격한 방송시장에서도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규제(합산규제)가 일몰된 상황에서 통신시장에 점유율 규제보다 더 강력한 시장철수 규제는 전 세계적인 네거티브 규제 패러다임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사가 알뜰폰 시장에서 철수할 경우 286만명(5월말 기준)에 이르는 가입자의 이용자보호 문제도 간단치 않은 이슈다.

보고서에서도 “알뜰폰 시장에서 이용자에게 양질의 서비스 제공을 주도하는 자회사 사업자의 혁신 의지를 저하하는 것은 알뜰폰 전체 시장의 성장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중소사업자와 협력을 유도해 상생하는 것이 미디어 환경 변화에 규제 편익 증진에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에서도 미국, 영국, 호주, 싱가포르, 덴마크 등에서는 알뜰폰에 대한 규제가 없고 우리나라와 같이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규제를 논의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다”며 “경쟁제한성이나 이용자 피해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 특수한 조건은 붙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 콜센터 공동 운영 및 이용자서비스 제고 지원 정책 필요

오히려 업계에서는 중소사업자의 자생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질적 향상을 위한 과감한 정책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알뜰폰 업계가 콜센터 공동 운영 및 이용자서비스 제고 지원 정책 등을 운영하며 이용자 보호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하거나 사물인터넷(IoT)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에 나서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선택약정할인과 자급제폰 이용자의 확산으로 알뜰폰 이용자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여전히 AS 등 서비스 지원에 대한 부분은 알뜰폰을 선택하려는 이들에게 허들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의 무선통신서비스 가입현황에 따르면, 휴대폰 가입자는 지난해 9월 5천613만명에서 9월말 현재 5천555만명으로 58만명 줄어들었다. 1년 간 월평균 4만8천명씩줄어드는 셈이다. 반면 같은 기간 IoT 가입자는 958만에서 1천181만으로 223만 늘었다. 사실상 이동통신 시장을 IoT 서비스가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알뜰폰 시장에서 서비스 경쟁을 할 수 있도록 과도한 사은품 경쟁을 제한하는 가이드라인 마련 등 공정경쟁 정책 추진과 향후 통신시장의 패러다임에 맞는 새로운 알뜰폰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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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숙 의원실 관계자도 “이동통신 시장은 음성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시장 환경이 변화하면서 IoT‧데이터 중심으로 사업영역이 확정되면서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고 있다”며 ”세분화된 이용자 니즈를 충족하여 시장을 다원화하는 알뜰폰 2.0 정책을 통해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서비스 경쟁 중심의 질적 변화를 추구하고 이를 통해 산업 발전과 국민 복지 향상이란 정책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순 저가 서비스 제공이란 수준에서 탈피하고 질적 도약이 필요한 시기인 만큼 보다 큰 틀에서 알뜰폰 정책에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