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시장 과열...통신계열사 1만원대 요금제 앞세워 경품 공세

알뜰폰 업계 "SK텔링크, 방통위 구두경고에도 과도한 사은품" 지적

방송/통신입력 :2021/08/06 16:10    수정: 2021/08/07 20:02

올해 초 SK텔링크가 고가 사은품 증정으로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은 가운데, 이달 또다시 과다 경품으로 업계의 입길에 올랐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통신3사 계열의 알뜰폰(MVNO) 주요 사업자들인 KT엠모바일, 미디어로그(U+알뜰모바일), LG헬로비전, SK텔링크 등은 이달 1만원대의 무제한 요금제를 내세워 여러 가지 사은품을 얹어주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특히 이달 들어서는 이통 자회사 중심으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SK텔링크가 한 달에 LTE 데이터 7GB(음성 500분)를 제공하고, 초과 이용시 3Mbps 속도로 데이터를 무제한 제공하는 상품을 1만원대에 출시했다. 타사들도 1만원대 무제한 요금제를 이달 내놓았지만 LTE 데이터 초과 이용시 속도제한을 1Mbps로밖에 제공하지 않고 있다.

SK텔링크가 1만원대에 데이터를 무제한 제공하는 'LTE유심(7GB/500분)' 상품 가입자에게 사은품을 대거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앞서 요금제 부분은 SK텔링크가 경쟁력을 내세운 것이라면, 동시에 수만원대에 달하는 사은품을 더 얹어주는 이벤트를 실시한 것은 통신사 계열 알뜰폰 자회사는 물론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 간에도 경쟁을 과열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SK텔링크는 올초 과도한 사은품 증정으로 방통위로부터 구두 경고를 받았다. 2천원 요금제에 10만원대 사은품을 제공하면서 경쟁을 부추겼다는 이유에서다. 사은품 규모가 법적으로 명시된 것은 아니지만 가이드라인은 준수해야 한다.

통신사 계열 알뜰폰 자회사들은 사은품 이벤트시 사은품을 3만원 이하로 구성해야 한다. 또 이 기준을 초과할 경우 해당 통신사의 망을 제공하는 중소사업자들에도 그에 준하는 수준으로 지원해야 한다. 상품권이나 유가증권 등은 제공하면 안 된다.

SK텔레콤의 알뜰폰 망을 이용하는 중소 사업자들 중에서 SK텔링크만큼 사은품을 제공하는 곳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방통위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경품을 얼마나 많이 얹어주느냐는 직접적인 법 위반은 아니지만, 3만원 이내 기준 등을 넘어설 경우 구두경고를 하고 있다”며 “지난번 주의 단계 수준으로 말했음에도, 사은품 규모가 과도하다고 판단될 경우 경고와 실태점검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SK텔링크 측은 다른 통신사 알뜰폰 자회사들과 경쟁하기 위해 이번 달 특히 지원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SK텔링크 관계자는 “지난 1~7월까지는 타사 대비 소극적으로 이벤트를 했고, 이달 들어서는 요금제로 경쟁 대응 수준으로 상향한 게 맞다”며 “1만6천900원에 LTE 데이터를 7GB 제공하고, 이후 무제한 데이터 제공 속도가 3Mbps인 것은 엄청난 장점이고 인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사은품 규모는 8월에 특히 많이 주는 게 아니라 그동안 해온 수준”이라며 “타사들도 비슷한 수준으로 사은품 이벤트를 열고 있다”고 반박했다.

U+알뜰모바일, KT엠모바일 등도 3만원안팎의 백화점, 대형마트 상품권, 각종 생활용품 등을 지급하고 있다. 고가 사은품의 경우 추첨제를 통한 현상 경품 방식을 이용 중이다.

중소 알뜰폰 한 관계자는 “같은 요금제를 구성하더라도 통신사 알뜰폰 자회사가 충전기 하나라도 더 챙겨준다면 가입자는 그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후불요금제의 경우 통신사 알뜰폰 자회사들 시장 점유율이 60~70%에 달해 중소 사업자들은 밀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 SK텔링크, 남은 알뜰폰 사업으로 수익창출 부담

SK텔링크는 지난해까지 일부 사업부를 SK네트웍스, SK브로드밴드 등으로 매각하면서 남은 알뜰폰, 국제전화 사업 등으로 수익을 창출해야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지난해까지 MNO 사업과의 중첩으로 인해 알뜰폰 사업에 적극적이지 않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전략을 바꾼 것으로 보고 있다.

그 결과 SK텔링크는 올해 상반기 누적 ‘번호이동+신규’ 가입자 수 면에서 경쟁사들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KT스카이라이프를 제외하면 SK텔링크는 통신사 알뜰폰 자회사 중 가입자 수가 가장 적었다.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알뜰폰 사업자의 지난 5년간 가입자 수는 ▲KT엠모바일 80만4천523명 ▲LG헬로비전 62만1천321명 ▲미디어로그 61만8천792명 ▲SK텔링크 52만5천174명 ▲KT스카이라이프 2천611명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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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4일 발표한 6월 무선 가입자 통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의 알뜰폰 망을 쓰는 가입자 수는 한달 사이 9만명 늘었다. 지난해 10월 120만명대에서 올해 5월까지 약 7개월간 6만명 증가했는데, 6월 한 달 동안 가입자 수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이다. SK텔레콤 알뜰폰 망을 쓰는 중소사업자뿐 아니라 SK텔링크 쪽에서 가입자가 대폭 증가했다고 볼 수 있는 지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SKT망을 쓰는 알뜰폰 가입자 수가 (선불, 후불 요금제를 합쳐) 3위로 떨어졌다”며 “김영식 의원이 발의한 통신사 계열 알뜰폰 자회사 점유율 제한 규제가 국회에서 통과되기 전에 SK텔레콤이 알뜰폰 사업에 힘을 보태고 있는 것 아니냐”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