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뜸들인 엔비디아 ARM 인수 '오리무중'...IPO로 선회하나

블룸버그 "소프트뱅크, ARM 매각 대신 IPO 준비중"...양사는 부인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2/01/26 16:07    수정: 2022/01/26 16:58

엔비디아가 2020년 9월부터 400억 달러(약 48조원) 규모를 들여 진행하고 있는 ARM 인수를 중단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25일(미국 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엔비디아, ARM 모회사인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핵심 관계자를 인용해 "엔비디아가 ARM 인수 중단을 조용히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RM 케임브리지 본사. (사진=지디넷닷컴)

이는 지난 12월 미국 FTC(연방거래위원회)가 해당 인수 건을 '불법적인 수직 결합'으로 규정한 이후 처음 나온 내부 반응이라 눈길을 끈다.

■ "엔비디아, 협력사에 'ARM 인수 어렵다' 설명"

블룸버그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엔비디아 측 관계자는 "(엔비디아는) 협력사에 'ARM 인수가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ARM 인수 당사자인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관계자 역시 "ARM 매각 대신 기업 공개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정보원을 인용해 "엔비디아가 협력사에 ARM 인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사진=엔비디아)

엔비디아와 소프트뱅크 그룹은 블룸버그 보도를 부인했다. 두 회사는 "인수 과정은 여전히 진행중이며 각국 규제 당국과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 인수 공식화 시점부터 업계 반대 줄이어

엔비디아의 ARM 인수는 공식화 시점인 2020년 9월부터 반도체 업계에 논란을 낳았다. ARM 창립자 중 한 명인 헤르만 하우저는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영국 기술 주도권에 치명타를 입히고 ARM 자체도 파괴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해 초에는 퀄컴, 삼성전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아마존 등 ARM 아키텍처에 의존하는 글로벌 IT 기업이 FTC에 일제히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헤르만 하우저는 ”ARM 매각은 재앙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진=ACP)

각국 규제 당국도 엔비디아의 ARM 인수에 대해 부정적이다. ARM이 공급하는 반도체 아키텍처에 의존하는 생태계가 엔비디아와 ARM의 수직결합으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ARM이 본사를 둔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지난 해 11월 인수 건에 대해 반 년간 심층 조사를 결정했다. 영국 CMA는 심층조사 결과를 올해 5월에나 내놓을 예정이다. 모든 절차를 올 3월까지 마무리하겠다던 엔비디아 계획은 이미 크게 어긋났다.

미국 FTC 본부.

미국 FTC(연방거래위원회)도 지난 달 초 엔비디아 ARM 인수 건을 '불법적인 수직 결합'으로 규정하고 법원 제소에 나섰다. 엔비디아 내부에서 '인수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 결정적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 엔비디아, 이스라엘서 CPU 인력 대거 충원

엔비디아가 최근 이스라엘에서 대규모 인력 확충 의사를 밝힌 것도 눈에 띈다.

엔비디아는 2016년 이스라엘에 첫 연구개발 거점을 세운 이후 지금까지 수도 예루살렘을 포함해 총 7개 지역에서 2천800명을 고용하고 있다. 또 2020년 4월에는 70억 달러(약 8조 5천억원)를 들여 이스라엘 기업인 멜라녹스를 인수했다.

이스라엘 현지 언론 '글로브스'는 지난 18일 "엔비디아가 연구개발 거점을 확장하고 앞으로 수 년간 엔비디아 차세대 CPU 연구를 위한 인력을 100여 명 이상 채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주목할 점은 이번 연구개발 거점 확충이 그래픽칩셋(GPU)이 아닌 프로세서(CPU)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ARM 인수가 무산될 경우를 위한 대비책으로도 읽힌다.

■ ARM 매각 불투명...소프트뱅크, IPO로 선회하나

엔비디아는 ARM 인수가 무산될 경우 모회사인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에 12억 5천만 달러(약 1조 4천790억원)를 지불해야 한다. 이 금액은 인수 발표 당시 엔비디아가 ARM 인수 계약을 체결하며 이미 지불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는 2016년 소프트뱅크가 ARM 인수 당시 들였던 금액의 3.9%에 불과하다. 당시 소프트뱅크는 ARM 주주들이 가진 주식 14억 1천200만 주에 대해 한 주당 17파운드(약 21.79달러), 총 320억 달러(약 38조원)를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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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Arm 테크콘 행사에 참석한 소프트뱅크 손 회장. (사진=Arm)

블룸버그는 "소프트뱅크는 ARM 매각이 무산될 경우 차선책으로 기업공개(상장)를 선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ARM과 이해관계가 있는 특정 회사가 ARM 인수를 다시 시도할 경우 지난 1년 반 동안 일어났던 혼란만 반복되고 진행 과정도 늦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