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부터 DAO까지...인터넷 혁신 실험 계속된다

[2022년 전망⑪ -가상자산] 웹3·메타버스 바람타고 훨훨 난다

컴퓨팅입력 :2022/01/06 16:01    수정: 2022/01/06 20:05

코로나19가 2년째 기승을 부리면서 IT업계에도 많은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비대면과 원격근무에 이어 메타버스가 새로운 키워드로 떠올랐다. 이런 상황은 2022년에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물론 2022년 경제를 지배할 다른 키워드도 적지 않다. 대통령 선거를 비롯해 여러 변수들이 내년 IT 경기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디넷코리아는 '2022년 전망' 시리즈를 통해 IT 주요 분야별 경기를 전망한다. <편집자>


지난해에 이어 새해에도 블록체인 분야 최대 화두는 대체불가토큰 'NFT'가 될 전망이다. NFT 시장의 양적 성장과 함께 NFT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되고, 글로벌 NFT 거래 플랫폼 선두 자리를 놓고 전문 플랫폼과 코인 거래소들이 치열한 경쟁이 펼처질 것으로 보인다.

또, NFT가 인기몰이에 성공하면서 새해에는 이용자에게 더 많은 권한이 부여되는 새로운 웹 환경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질 전망이다. 아직 낯선 개념이지만 탈중앙화된 자율조직인 'DAO'도 주목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유행하는 웹3라는 거창한 표현을 쓰지 않아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인터넷 혁신 실험은 계속될 전망이다.

■ 새해도 최대 화두는 NFT...옥석 가려지고 플랫폼 경쟁 뜨거워질 것

NFT 시장은 지난해 놀라울 만큼 크게 성장했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업체 댑레이더에 따르면 2020년 1억 달러에 불과했던 NFT 거래량은 단 1년만에 230억 달러 규모로 껑충 뛰었다.

디지털아트, 게임 아이템, 스포츠 카드, 팬 굿즈 등 대중적인 관심을 끌만한 다양한 분야에서 NFT가 발행되고, 고가에 판매·재판매 되면서 화제를 만들어 낸 덕분이다.

현재까지 가장 비싼 가격에 판매된 NFT는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의 디지털아트 '매일: 첫 500일'로, 움직이는 짧은 영상을 담은 이 디지털 파일은 소더비 경매에서 무려 6천930만 달러에 낙찰됐다. 비플의 또 다른 NFT 작품 '휴먼 원'도 2천900만 달러에 판매됐다.

이외에도 NFT 파일 하나가 수십만에서 수백만 달러에 판매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나왔다. 크립토펑크나 보어드에이프요트클럽(BAYC) 같이 한정판 아바타를 판매하는 프로젝트가 특히 인기를 끌었다. 24*24 사이즈의 픽셀 이미지에 불과하지만, 희소성 높은 고가의 아바타를 소셜미디어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하는 것이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 유행처럼 번지며 높은 수요를 만들어 냈다.

크리스티경매에서 9종의 크립토펑크 NFT가 출품돼, 총 1700만 달러(약 202억원)에 낙찰됐다.

새해에도 NFT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도 시장 성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NFT를 대중에 각인시킨 디지털아트 시장 규모만 봐도, 여전히 아날로그 미술품 시장 규모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시장 규모가 성장하는 동시에 질적인 개선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가치 있는 NFT를 선별하는 대중들의 안목이 높아지면서, 'NFT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 될 전망이다.

이전까지 NFT를 구매하는 가장 큰 이유는 '희소성'이었다. 희소성만 있다면 재판매 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되팔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고, 실제로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희소성만 보고 비싸게 NFT를 구매했다가 재판매 시장에서 가격이 크게 하락해 손실을 보거나, 새로운 구매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적지 않다.

NFT는 한정판만 발행된다는 특성상 유동성이 부족해 처분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낮은 가격에 '급매'로 내놓기 쉬운 구조에 놓여 있다는 점도 요인 중 하나다.

지난 11월 업비트 NFT를 통해 판매된 아티스트 장콸의 일러스트 '미라지 캣 3'가 대표적인 사례다. 미라지 캣 3는 경매를 통해 3.5비트코인(당시 시세로 2억5천만원)에 낙찰돼, 화제를 모았다. 이후 낙찰자가 가격을 두 배 높여 5억원에 재판매 시장에서 내놨지만, 현재(최근 3일간) 이 작품을 구매할 의사가 있는 이용자가 제시한 최고가는 111만1천원에 불과하다.

이 같은 경험들이 바탕돼 새해에는 묻지마 식 NFT 투자 사례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 NFT를 구매할 때 희소성은 물론 NFT의 가치를 함께 공유할 커뮤니티의 규모와 지속 가능성 등을 복합적으로 따져보는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옥석이 가려질 것으로 기대된다.

업비트 NFT에서 판매된 장콸의 미라지 캣 3

NFT 거래 플랫폼 간 경쟁도 새해 눈여겨 볼 관전 포인트다. 크게는 전문 NFT 거래 플랫폼과 암호화폐 거래소 연계 NFT 거래 플랫폼이 경쟁하는 구도가 될 전망이다.

현재는 전문 NFT 거래 플랫폼들이 거래량 기준 '톱10' 자리를 꿰차고 있다. 현재 이들 상위 10개 업체에서 발생하는 거래량이 전체의 90%를 넘는다.

글로벌 1위 업체는 2017년 12월 설립된 개방형 NFT 플랫폼 '오픈씨'다. 오픈씨에서는 누구나 NFT를 발행할 수 있고 디지털아트, 게임 아이템, 도메인명까지 모든 유형의 NFT 거래가 가능하다.

선별된 작품만 판매하는 큐레이션형 플랫폼인 니프티와 슈퍼레어, 특정 서비스와 연계한 거래 플랫폼인 엑시인피니티, NBA탑샷도 상위 10개 플랫폼에 포함된다.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FTX, 업비트 등 글로벌 상위 거래소들이 NFT 시장에 뛰어들면서 새해에는 NFT 플랫폼 판도가 바뀔 가능성도 생겼다. 이미 탄탄한 회원 기반을 갖추고 있고, 거래소와 NFT 플랫폼을 연동해 쉽고 간편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등 강점을 앞세워 시장 영향력을 키워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6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바이낸스는 단 6개월만에 적지 않은 성과를 내기도 했다. 바이낸스에 따르면 출시 이후 1천 명의 제작자가 등록했고, 250만 개 이상의 NFT가 생성됐다. 첫 달 이후 NFT 마켓 이용자는 9배 늘었고 거래량은 30배 증가했다.

■ 알트코인의 이데아 '웹3' 다시 꿈틀...메타버스에도 블록체인 결합될 것

지난해 NFT 열풍은 '인터넷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다'는 기대를 품게했다. 그동안 소비자에 머물러 있던 개인이 아이디어만 있으면 NFT 생산자이자 판매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이다.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의 첫 번째 트윗이나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 승리한 바둑 기보 등 상상도 못했던 디지털파일들이 NFT로 가치를 인정 받는 사례가 등장 하면서 이런 미래를 생생하게 상상할 수 있게 했다.

새해에는 이용자가 주도하는 인터넷의 미래를 보여주는 다양한 시도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탈중앙화된 자율조직을 뜻하는 DAO가 다음 주자로 대기하고 있다.

블록체인 데이터 전문 업체 메사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2020년이 디파이의 해였고 2021년이 NFT의 해였다면, 2022년은 DAO의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DAO는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결집한 개인들이 자본을 모으고, 투표 등의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해 나가는 온라인 공동체다. 자본은 토큰으로 모으고, 토큰의 지분만큼 투표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최근에는 소더비 경매에 나온 미국 헌법 초판을 낙찰 받기 위해 1만7천명이 '컨스티튜선 DAO'를 결성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컨스티튜션 DAO는 단 72시간 만에 4천만 달러 이상을 모금했고 실제 경매에 참여했다. 근소한 가격차로 낙찰에는 실패했지만 DAO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를 평가 받고 있다.

컨스티튜션DAO가 낙찰을 시도한 미국 헌법 초판(이미지=@Fwiz)

개인의 권한과 역량이 더욱 확대되는 방향으로 인터넷이 발전되는 흐름을 포괄해 '웹3'로 부르기도 한다.

웹3는 갑자기 등장한 용어는 아니다. 2018년부터 이더리움을 필두로 한 알트코인(비트코인 이외의 암호화폐) 진영이 새로운 웹을 만들겠다며 제시한 개념이다. 거대 플랫폼이 장악하고 있는 현재 웹 환경(웹2.0)과 달리, 사용자 개개인이 더 많은 권한을 가지고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분권화된 웹 환경과 서비스를 총칭하는 용어로 쓰인다.

웹3가 실체 없는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실제 2018년부터 웹3를 주창하며 등장한 수 많은 서비스 중 현재 제대로 작동하는 것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NFT 성공과 DAO의 부상, 서로 다른 블록체인을 연결해 주는 인터프로토콜 기술의 고도화 등 웹3를 완성할 기반이 갖춰지면서, 새해 무시 못할 키워드가 됐다.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는 최근 블로그를 통해 웹3에 대해 "브라우저, 서버, CDN, 데이터베이스, 마켓플레이스 등 인터넷의 오랜 유산들에 도전할 새 기회가 생기는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다만  비트코인은 안 쓰던 새로운 무엇인 데 반해 인터넷은 매일 쓰는 것이라 기존에 구축된 시스템을 바꾸기 더 어렵다. 웹3에 기대를 걸되 웹3가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을 바꿀 것이라는 허황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2019년 열린 웹3서밋에서 개빈 우드 폴카닷 창립자가 발언하는 모습. 개빈 우드가 웹3라는 용어를 처음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록체인은 메타버스를 완성시킬 기술로도 주목받고 있다. 앞으로 블록체인이 메타버스에 융합돼 아이템 소유권 확인, 서로 다른 메타버스 간 상호 운용성 확보 등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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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투자 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 12월 발행한 보고서를 통해 "블록체인은 중앙 기관 없이 모든 가상 개체를 고유하게 식별할 수 있는 유일한 기술이며 소유권을 식별하고 추적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메타버스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사용자가 메타버스에서 디지털 아이템을 안전하게 소유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로 블록체인이 쓰이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보고서는 또, "블록체인은 중앙 관리자의 허가 없이도 자산과 아이템을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메타버스 개발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며 "가상 상품이나 서비스가 사용자와 함께 한 메타버스에서 다른 메타버스로 이동할 수 없다면, 그 가치는 더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